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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팔다리는 가망이 없는건가요?"

"살아있는게 기적입니다."

내가 정신이 들고 나서 처음 들은 말이다

포항시에 있는 대학교에 원서 접수를 하러 간 날

어디선가 날라온 불타오르는 봉고차에 치인 나는 온몸을 잃게 되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있던 공군이 나를 구조했고

서울에 있는 국내 최정상의 의료진들 덕분에

겨우 살아있게 되었다

팔 다리는 없고

머리


잘린 자국들

화상 흉터

자지

내 모습을 처음 본 순간 든 생각은

'난 글재주가 없어서 오체불만족 못쓰는데.'였다


의사의 말대로였다

나는 이제 다시는 팔다리를 쓰지 못한다

그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몸뚱이만

이리저리 꿈틀댔을 뿐이었다

의수랑 의족이 있어도 아직 팔다리 전체를 대신할건 나오지 않았고

나는 저 거대한 남자 간호사가 해주는 대로만 살아갔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씨발 간호사, 간호사! 간호사!"

수술 후 고통이 덜하라고 놔누는 모르핀 주사

그 주사는 계속 나오는게 아니었다

내가 너무 아플 때 한번씩 버튼을 눌러야 나오는거였다

고통이 식욕과 잠도 이겨내 나의 몸을 움직이게 했고

내가 혓바닥으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팔걸이가 무너지면서 나도 무너지게 되었다

병원 바닥에 떨어져

다음날 나에게 주사를 놔주러 오던 남자 간호사가 나를 발견할 때까지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떨어져 버렸다

모든게 말이다


"아쎄이."

"응?"

"아쎄이! 내말 들리나?"

"사절단 해병님! 아쎄이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두번째로 정신을 차렸을 땐 의사와 간호사, 자위하던 미친 옆방 환자, 우리 부모님은 어디가고

개씨발닝기미씹창똥꾸릉내를 풍기는 갈색의 몸에 붉은 모자를 착용한 남자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어어어!!! 어어어어!!"

놀란 나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대로 없는 팔다리를 휘둘렀고

"새끼 조용!"

한 남자가 휘두른 팔에 맞아 이빨이 다 날라갔다

"반갑다 아쎄이, 나는 사절단 해병이라고 한다."

"그어어..."

"본론으로 넘어가지. 너의 팔다리는 내가 사지절단했다."

"그어?"

"너에게 날라갔던 불타는 오도봉고, 내가 던진거다."

"이 씨발."

"안타깝게도 기열 공군들이 납치해가는 바람에 너를 찾지 못했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이게 운명이 아니고 무엇인가!"

"니애미 씨발련아."

"조용!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왕굼둘이다!"

"자 왕굼둘! 이제 시작이다! 먼저 이 기열같은 침대에서 내려오는거다!"

사절단은 나를 바닥으로 내팽겨쳤다

엄청난 격통이 느껴졌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움직여라! 왕굼둘! 움직여!"

"씨발 간호사!"

"이런 젠장! 해병고기대전이 8시간 후에 열리는데 이대론 턱도 없어! 어쩔 수 없다, 견우애 실시."


어디선가 컹컹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가까워졌고 나는 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커다랗고 검은색의 개였다

그건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만 씨발 밑에 저거 자지인가

"왕굼둘! 저 분은 너의 훈련을 도와주실 개자지 해병님이시다!"

"개자지 해병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개자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움직여라 왕굼둘! 싸우거라 왕굼둘! 이겨내라 왕굼둘!"

"끄아아아아아악!"

나는 아다를 처음 뗀 날은 기억하지 못해도

처녀를 잃은 날만큼은 기억할 수 있었다


훈련이 끝나고 개자지 해병님의 품속에서 잠자는 동안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병고기대전이 뭐냐고.'

'해병고기대전이란 선임 해병들이 각자 준비한 전우애 인형으로 승부를 내는 해병대 공식 생활 스포츠야.'

'그럼 나도 거기서 싸우게 되는건가?'

'그렇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

'너무 상심하지마. 해병고기대전에서 우승한 전우애인형은 포상으로 접목시켜주니까.'

'접목? 그게 뭔데.'

'우승한 전우애인형은 진정한 고기로 인정받고 해병 접목의 대가인 김고드릭 해병님에게로 가서 접목을 받아 팔다리가 생겨나게 돼.'

'그럼, 그러면.'

'말해.'

'나도 우승하면, 다시 팔다리가 생겨나는거야?'

'바로 그거야.'

'정말 고마워! 잠시만 근데 너는 누구야? 어떻게 내 머릿속에 있는거야?'

'내 이름은 대갈똘박, 너가 해병대로 납치되기 정확히 한시간 전에 목이 날라가 죽은 해병이지. 하지만 내 비대한 두뇌 덕분에 사념체만큼은 해병대에 머물러 있어.'

'고마워 대갈똘박. 접목을 받는다면 너의 제사부터 치뤄줄게.'


견우애 훈련,

고기 돌리기 훈련,

청룡열차 훈련,

장파열 방지 케겔 훈련,

관성 드리프트 훈련,

이하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던 모든 훈련을 견뎌낸 나는 강해져 있었다

"기합! 왕굼둘 기합!"

사절단 해병님은 마침내 나를 인정해주셨고

나도 사절단 해병님을 인정했다


마침내 해병고기대전 당일,

팔다리가 없이 버둥거리는 수많은 전우애 인형들이 보였다

팔이라곤 하나도 없고 머리만 붙은 흉측한 토르소들

황근출 해병님의 전우애 실시와 함께 대전이 개막되었고

흉측한 몸뚱이들이 서로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우오오오오."

"쿠어어어어."

마치 내가 사고를 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인 [고질라 vs 콩]의 괴수들처럼

우리는 서로 부딪혀가며 싸웠다

그 모습은 너무 눈이 부셔

그만 눈을 감아버렸고

다시 앞이 보였을 땐 거대한 해병 하나가 보였다

"고기가 돌아다닌다."

나는 그 남자의 몸에 박혀있던 붉은 명찰을 볼 수 있었다

육고기 해병

육고기 해병이 근처에 있던 몸뚱이 하나를 들어서 뜯어먹기 시작하자 다른 해병들도 뛰어와 저마다 몸뚱이를 하나씩 들었다

"먹자."

육고기 해병의 말이 끝나고 해병들은 본인이 든 몸뚱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를 뜯어먹은건 사절단 해병이었다

해병고기대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