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철두 해병은 최근 무력감에 빠져 있다.


진떡팔 해병의 후임으로서 주계장에서 매일 훌륭한 해병짜장을 생산하던 그는 황근출 해병님도 인정하는 오도짜세 해병임에 틀림없으나,


어째서인지 기합찬 해병짜장을 생산할수록 그의 공허함은 커져만 갔던 것이다.


이 원인 모를 무력감을 타파하기 위해, 또래상담병인 대갈똘박 해병을 찾아간 마철두 해병은 천천히 그의 고통을 호소하였고,


이를 묵묵히 들은 대갈똘박 해병은 마철두 해병에게 지나친 분업이 자아의 파멸을 초래할 것이란 마르크스의 경고를 상기시키며,


해병푸드 중에서도 해병짜장 생산만을 담당하는 그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림과 동시에,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볼 것을 69중첩 의문문과 함께 마철두 해병에게 진언하였으나,


대표적인 해병 ㅡ 고지능자인 그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기열 지식을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고,


대갈똘박 해병의 설명을 듣다 분기탱천한 마철두 해병은 그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기열 빨치산은 자랑스러운 마씨 가문에 있을 수가 없다 일갈하며 우렁찬 '기열' 소리와 함께 대갈똘박 해병을 일도양단하여 이윽고 ㄷ과 ㅐ갈똘박 해병으로 분할하기에 이르렀다.


기합찬 해병 ㅡ 머릿고기가 된 ㄷ을 집어 들어 한 입 크게 베어물곤,


'머리가 맛있으니 필시 대갈똘박은 어류일 것이다' 하며 해병 ㅡ 어두육미를 귀납적으로 증명함과 동시에 주계장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상담을 끝마쳤다.


대갈똘박 해병의 상담은 가히 기열스러워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마철두 해병은 생각하고 있었으나,


신메뉴 개발의 필요성은 그 역시도 실감하고 있던 것이었다.


조식 중식 석식이 모두 해병짜장으로 연일 도배된 것에 대하여, 여러 아쎄이들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찐빠를 범하는 빈도가 현저히 늘었고,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해병짜장을 모욕하는 아쎄이들을 죄다 해병 ㅡ 수육으로 치환하여 해병짜장에 들어가는 고기의 양을 늘리는 것으로 무마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더군다나 황근출 해병님의 주도 하에 실시되는 해병 ㅡ 유토피아 훈련 (싸제어로 2박3일 철야 떼씹난교파티라 한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전투식량을 확보해야 했기에,


마철두 해병은 훈련 중에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새로운 해병푸드를 개발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고.


사흘 (3+1일)을 밤낮으로 고심하던 마철두 해병은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마침내 자신보다 늦게 '자진입대'한 아쎄이들을 긴급 소집하여 마라톤 회의를 주최하기에 이른다.


회의 중 아쎄이들은 '전우애구멍을 막아 숙성 해병짜장을 제조하자', '해병 ㅡ 수육이 나온 날 부식으로 해병 ㅡ 순대 (싸제어로 창자라 한다)를 내자'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였으나, 이미 모든 시도를 해본 마철두 해병은 자신의 과거 시도와 중복되는 아이디어를 내는 행위를 기열로 규정하였고,


즉각 이를 소급 적용하여 기열 행위를 범한 아쎄이들을 즉각 해병 ㅡ 수육으로 제조하였다.


원인도 모르게 해병 ㅡ 수육만 쌓이는 의미 없는 회의가 지루하게 이어질 무렵, 한 아쎄이가 나섰다.


"마철두 해병님,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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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69중첩 의문문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에게 건의를 하고자 하는 찐빠에 마철두 해병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나, 회의가 장기화되고 있어 놈에 대한 처분을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별안간 놈은 근처에 널부러진 해병 ㅡ 수육을 하나 집어들곤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포신을 전우애 구멍에 신중하게 도킹하듯,


가느다란 막대기를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해병 ㅡ 수육의 콧구멍(이었던 것)에 깊이 찔러넣더니 해병 ㅡ 호두기름 (싸제어로 뇌수라 한다)를 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윽고 가느다란 칼로 복부를 가른 아쎄이는, 해병 ㅡ 토마토쥬스 (싸제어로 피라 한다)를 빼냄과 동시애 해병 ㅡ 순대, 해병 ㅡ 곱창 등 해병 ㅡ 부속고기 (싸제어로 오장육부, 각종 장기 등으로 통칭한다)들을 모두 빼내곤,


부대 인근에 널린 소금으로 속이 텅 빈 해병 ㅡ 수육을 뒤덮고는, 이 해병 ㅡ 수육으로부터 시간을 긴빠이쳐 잔존하는 수분마저 모두 빼내었다.


"마철두 해병님."


마철두 해병은 이 과정을 멍하니 지켜보다, 아쎄이의 부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완성입니다."


소금을 파헤치자, 아직 기합이 되기 전인 아쎄이를 사용하여 뽀얀 색을 띠어야 할 해병 ㅡ 수육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도짜세 해병만 가질 수 있는 마른 구릿빛의 살코기가 남아있었다.


"음, 음."


아직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마철두 해병에게, 놈은 살점을 뜯어 시식을 권했다.


아뿔싸.


"맛이 어떠십니까."


이 맛은, 보통의 해병 ㅡ 수육과 확연히 달랐다.


통상의 해병 ㅡ 수육이라면 살아있는 듯한 육즙과 해병 ㅡ 토마토쥬스로부터 오는 적절한 산미의 풍성한 맛이 느껴져야 하거늘,


이 살코기는 말라붙어 씹는 맛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음, 꽤나 오묘한 맛이로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이 상태면 6,974년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그렇다.


체내의 부패 가능한 요소를 모두 제거한 이 해병 ㅡ 수육은, 단순한 가공 과정을 거쳐 전투식량이 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는 그야말로 기합이 아니던가?


"아쎄이."


"예."


"이름이 뭔가?"


"이병, 임호탑!"


"기합! 임호탑 기합! 그래서, 이 해병푸드는 이름이 있는가?"


"제가 살던 곳에서는 싸제어로 '미이라'라고 불렀습니다."


"음, 앞으로 이 음식은 해병 ㅡ 육포라 하겠다! 아쎄이는 내일부터 주계장으로 나오도록!"


마철두 해병은 드디어 맞이한 자신의 후임 임호탑 해병과 진한 전우애를 나누고는,


다가올 훈련 중 해병 ㅡ 육포를 불출하고자 열심히 해병 ㅡ 수육을 가공하였다.


마침내, 그의 눈에 다시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