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원체 바빠서 쉬는 날이 없었다.
그 때문에 취미인 글 집필도 한동안 하질 못했다.
쉬는 날이 없었기에 내내 특별식이라곤
허울좋은 망상, 그림의 떡이었을 뿐이었다.
설날 당시에도 예외는 없었다.
평소와 같이 흘러갔었다.
그런 내게 어머니께서는
설날은 지났지만 떡국은 먹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며 냉장고를 뒤지시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어머니께서 부엌으로 향하신지
얼마 지나지 않자 집안에는 구수하고
정이 한사코 담긴 뜨수운 떡국의 냄새가
서서히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진동하는 떡국의 냄새는
곧 곪은 내 허기진 배 또한
진동을 울리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부엌 한편에서 들려오는
떡국 먹고 누워있으라는 소리에
돌격하듯이 몸을 일으켜 달려나갔다.
식탁 의자에 앉자
어머니께선 솥뚜껑만한 냄비에 끓여오신 떡국을
내어주시곤 이어서 앞접시와 국자를 준비해주셨다.
국자로 냄비에 담긴 떡국을 푸짐하게 떠
앞접시에 담아보았다.
떡과 고기
파 그리고 계란
알록달록한게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배부른게 느껴졌다.
지체할 틈도 없이 바로 한 입.
펼쳐지는 맛의 향연
말랑하고...
부드럽고...
딱딱하고...
온갖 형형색색의 식감들이 내 입 안에서
공연을 하는 듯, 휘저어 놓는다.
그 훌륭한 공연을 관람하고 있자니
스치듯, 어떤 추억 하나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참 말랑했고
정말 부드러웠지만
빗대어 딱딱하기도 했었던
어느 추억이...
그려지는 배경은 군부대 안, 나의 모습.
타 부대도 그랬을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부대는 라면짬을 별도의 큰 통에 담아
각 소대마다 신출내기 아쎄이들이
순검 전까지 주계장 뒷자락에 위치해있는
짬통에 버려야 했었다.
2인 1조로, 맞선임과 함께 갔었어야 했는데
내 맞선임이셨던 왕창돌 해병님께선
기합을 보시겠다며 항상 어딘가로 짱박히시니
결국 나 혼자 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당시 당직사관이었던 음탕한 쏘가리, 주빈아년에게
왕창돌 해병님과 라면짬 보고를 드리고
늘 그랬듯이, 나 혼자 라면짬을 버리러 출발하였다.
그날 석식이 흥태순살튀김이었어서 그랬는지
라면통은 보통날의 라면통보다 2배는 육중했다.
그 어둑어둑했던 밤에 혼자 육중한 라면통을
거리가 꽤나 먼 주계장까지 두 손에 들고
혹여나 엎지르지는 않을까, 안간힘을 써가며
노심초사하니 선선한 봄날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낑낑거리며 겨우 짬통에 비워내니 마음도 손도
한결 가벼워졌다.
노심초사했던 마음도 함...
께 가벼워지진 못했다.
그날 나는 선임해병님들 몰래 가져온
딸기몽쉘을 맛보려고 다짐하며 모든걸 예상하고
왔었기에 노심초사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딸기몽쉘 하나 먹는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부대는 신병학대기간이라고 존재했는데
신병보호기간이 끝난 아쎄이들에게 적용되는
아주 혹독한 기간이었다.
신병보호기간이 있다면 신병학대기간도 있는게
맞는 이치라며 생겨난 유서깊은 우리 부대만의 전통이었다.
신병학대기간의 제한되는 행동 중 하나가
식수 외에는 일주일간 음식 섭취를 금했었기에
딸기몽쉘 하나에 그렇게 진땀을 뺐다.
잠시 지금이라도 갈라져 무너질법한 주계장의 벽에
기대어 앉아, 내 등을 맡겼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살짝 일그러져있던 딸기몽쉘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비닐을 까니 달콤한 초코의 냄새와
알싸하고 은은한 딸기의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농염하고 섹시하게 무르익은 그 딸기몽쉘을
곧바로 입 안으로 밀어넣으니
녹아드는 초콜렛과 부드러운 케이크
부드러운 생크림과 찐덕한 딸기향들이
내 목젖과 혀에 마치 맛으로 총검술을 실시하시는듯
강렬하게 몰아쳐왔다.
정말 너무나도 감격스런 맛이었다.
깜짝스럽게 찾아온 당분들은 내 몸을 어루만져주며
사랑해주고 있었다.
젖과 꿀을 다 음미하고 목으로 넘기려던...
바로 그 때 였다.
철커덩-! 끼이이-
누군가가 주계장 뒷문을 열고 나왔다.
화들짝 놀라 삼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열려진 주계장 뒷문을 바라보았다.
모든 해병님들이
분명 전부 내무반에 계실 시간인걸
계산하고 자리를 잡은 것이기에
뇌정지가 와서 몸이 움직이질 못했다.
주계장 뒷문에서 나온건
주계장의 전설이자 주계병들의 일수이신
진떡팔 해병님이셨다.
곧바로 진떡팔 해병님과 나는 눈이 맞아버렸고
진떡팔 해병님께선 내 입가를 보시더니
지금 뭘 먹고 있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그 말씀에 나는 감히 아무것도 먹고 있지도 않다는
거짓을 고했고 순식간에 진떡팔 해병님의
무지막지한 쇠골같은 손아귀가 내 목을 옥죄기 시작했다.
"꺽-! 꺼흐으- 께흑! 꾸으윽-!"
옥죄는 그 강력한 힘은 내 목에 엄중한 경계상태를
실시하게 하셨고 돌격하려는 딸기몽쉘은 결국
지상으로 역돌격 할 수 밖에 없었다.
"크헥! 고웨엑! 부웹! 으에웨-!"
그제서야 진떡팔 해병님께선 손에 힘을 푸셨고
난 주저앉아 고통섞인 기침밖에 할 수 없었다.
딸기몽쉘을 본 진떡팔 해병님께서는
한 눈에 봐도 크게 진노하시며 주계장 안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셨다.
연신 나오던 기침이 멎은 나는
후에 일어날 폭풍들이 무섭고 두려워 덜덜덜덜
몸을 떨어댔고, 이 모든게 꿈이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곧 주계장에서 진떡팔 해병님이 나오셨고
내가 저지른 과오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곧 각종 쇠붙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눈을 찌푸릴 만큼 울렸다.
그 소리에 난 더욱 큰 공포를 느껴 오줌까지
지려버리고야 말았다.
"눈을 떠라"
진떡팔 해병님의 명령에 나는 눈을 살며시 떴다.
뜨는 도중,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전기톱? 빠루? 모닝스타? 손도끼? 마체테? 사시미?
대검? 일본도? 수류탄? 바주카포? 지뢰? 전기충격기?
권총? 표창? 오함마? 화염방사기?
흐려진 시야는 점점 원상태로 돌아왔고
나와 진떡팔 해병님
그리고 그 중간에는...
츄라이만 덩그러니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반대였다 하여 절대 초라하지는 않았다.
그 짐작했었던 수많은 살인도구들 보다도 츄라이에서는
한아름 푸짐한, 떡국이 한사코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기에..
예상했던 흉기는 단 한개도 찾아볼 수 없자
당황했던 나는 진떡팔 해병님의 존안을 살짝 흘겨 보았고
흘겨본 시선에는 존안에 살짝 홍조를 끼신 채
다른 곳을 주시하고 계신 진떡팔 해병님이셨다.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에 난 츄라이에 가득 담긴 떡국만
초점없이 멍한 상태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떡팔 해병님께서 말씀하시길
"떡국이 식잖나...
따뜻할때 먹어라"
라시며 내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시곤
구불구불하고 투박한 오파운드를 쥐어주셨다.
다정하게 잡아주셨던 손을 풀어주시자마자
나는 미친개처럼 친히 하사해주신 떡국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신 진떡팔 해병님께선..
"체한다"
라고 말씀하시며 사나이들의 터전 속
수줍게 피어난 황근 꽃 한 송이를 꺾으셨다.
그 말씀에 나는 서둘러 복귀하지 않는다면
당직인 쏘가리년과 왕창돌 해병이 분명 늦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진떡팔 해병님께선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바람에
차갑게 식어가던 식은땀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주시며
살짝 미소짓고 말씀해주셨다.
쏘가리년은 당직병 김재혁 해병님과 떡치러 물자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왕창돌 해병은 심으라 주임원사에게 어디론가
끌려갔다는 내용이었고..
가지고 계신 꺾었던 황근 꽃 한 송이를...
차려주셨던 떡국 위에 살포시 올려주셨다.
그 꽃의 의미는... 구태여 설명해주시지 않으셔도
너무나도 쉽게 이해가 가능하였다.
천천히 맛을 본 떡국은..
천하일미가 따로 없었다.
각종 재료들과 감칠맛이 내 목젖과 혀에
무적도를 선보이며 거센 파도처럼 몰아쳐왔다.
게 눈 감추듯 떡국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 음식을 준비해주신 진떡팔 해병님을 감히 바라보자
옅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흡족하시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시던 진떡팔 해병님께서
식사를 맛있게 마쳤느냐는 물음에
나는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했다고 대답하였다.
진떡팔 해병님은 완벽히 깨끗하게 비워진 츄라이를 보시고
분명 다 먹었지 않았느냐고 의문을 품으시며 물으셨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아직 다 마치지 못했다고 대답하였다.
의아한듯 애꿎은 츄라이만 계속 바라보는 진떡팔 해병님께
살금살금... 몰래 한 발자국씩 다가가
나는 진떡팔 해병님의 봉긋한 입술에
안착한 황근 꽃잎을 향해 내 입술을 돌격시켰다.
팔각모 모양으로 진떡팔 해병님의 입술에 상륙한
내 입술과 혀는 꽃잎을 찾아 여기저기 들쑤시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오밀조밀 붙어있는 입술 주름 사이사이를
탐닉해봐도 꽃잎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나는 해병만이 할 수 있는 앙증맞은 하극상을 마치고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떠보니...
진떡팔 해병님께서 비밀스럽게 속삭이셨다.
"...왜? 너무 뜨거워서...
먹지 못하겠는가?"
귓볼에 대고 입을 여시니 미세한 떨림이
오감을 자극하여 몸에 힘이 사르르 풀리고야 말았고
얼굴을 감싸주셨던 암똘곰같던 손을
능구렁이처럼 살살 밑으로 침투하시더니
진떡팔 해병님의 손은 어느덧 내 몸통 쪽으로
귀신잡는 해병대처럼 은밀히 점령을 완료하셨다.
여태까지 감정을 감춰왔던 나였으나
용광로같은 분위기에 내 양 볼은 해병대 캠프에 지원한
가녀린 소년처럼 연분홍빛을 띄고 말았다.
진떡팔 해병님은 그 펄펄 끓는 분위기 그대로
내 여리여리한 몸통을 단단하게 부여잡으시곤..
그윽하게... 정말 사랑스럽구나!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다.
해병들간에는 대화 따위 필요없다고 했던가
진떡팔 해병님께서는 장대한 두 팔로 어머니의 품처럼
온화하게 감싸 안아주시고는 그대로 주계장 끝자락에 위치한
수풀 사이로 몸을 내던지셨다.
푹신한 착지감에 두려워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니 샛노랗고 광활한 황근 꽃밭 한 가운데였다.
그와 함께 짓눌러지며 터져나오는
농밀하고 달콤쌉싸름한 황근 꽃가루가
시나브로, 내 코를 너스레 간지럽혀왔다.
즐비한 황근 꽃들의 숨결은 마치 감미품처럼
당뇨병이 올 것만 같았던 진떡팔 해병님의 눈빛에
금상첨화처럼 어울려 뇌까지 녹아버리게끔
하는 것만 같았다.
사람이 너무 기쁘면 미소가 아닌
눈물이 나온다고 하였던가...!
몹시 과분한 황홀함에 목메여
모르는 사이에 무심코 뜨거운 눈물을
흘러버리게 하고야 말았다.
그 천인공노할 기열 중 기열 개찐빠짓에
진떡팔 해병님께서는 오히려 정말 다정하고 세심하게
내 머리를 한 손으로 정겹게 쓰다듬어주셨다...
곧이어 타고 내려 흐르는 눈물에 범벅이 된
볼과 입술을 앞치마로 닦아내주시며 읊조리기 시작하셨다.
"흘러라... 마음껏 흐르거라..
빠질대로 흘러서... 더 이상 흐를게 없을 만큼...!"
"하지만 알아두거라...
해병에게 있어서 (흐를 유)의 반대는 (없을 무)다!"
그 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먹은건 떡국도, 나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부조리를 당한것도, 강요받은것도 아니었다.
선임의 무한한 사랑, 그리고 애틋한 보살핌을
여태까지 일방적으로 받아갔을 뿐이라고...
읊조리신 말씀을 듣고 나는 숨을 한껏 들이켰다.
내쉬니, 정신이 살짝 알딸딸해진게 느껴졌다.
그 이유를 아직도 나는 모른다.
봄바람에 취한건지 전우애에 취한건지
아니면 해병정신에 취해버린건지...
...그 생각을 하노라니
온갖 감정이 뒤얽히고 설켜
나도 모르게 눈 앞의 떡국을
먹지도 않고 지긋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뭐하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아련했지만 정열적인 이야기를 차마 꺼낼 수 없었고
대충 떡국이 너무 뜨거워서 식히고 있었다고 얼버무렸다.
참 고달프고 빡빡했던 시절.
다시는 그리울거라 생각치도 못했었는데...
막상 그 시절과 냄새...
그 맛을 머리와 혀에 되새겨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걸 알 수가 있었다.
동시에 그 추억의 그리움에 눈물이 맺혔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하고 터진 웃음을 시작으로...
"나 참... 흐흐흐... 하하하... 큭큭큭..."
실소가 터져나오고 말았다.
입 안에서 잘게 부숴져 분해된 떡조각들은
실소와 함께 사출되어 나왔다.
똘똘똘암! 곰곰곰똘~!
난생 처음보는 전화번호...
평소라면 스팸으로 여겨 받지도 않고 끊었을
나였지만 그 전화는 무언가 받지 않는다면
인생의 절반은 후회세 지세울 것만 같았고
뽈삘립~ 덜컹!
아무 말 없이 집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휴지를 찾아오신 어머니께서는 어디가느냐며
언성을 높이셨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리기 시작하였다.
집과 많이 멀어졌을때...
나는 안심하고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받을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받으면 되는 것을...
부재중으로 처리된 전화에
다시 전화를 걸으려 터치를 하려던 그 직전에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 번호로부터 다시금 전화가 걸려왔다.
똘똘똘암! 곰곰곰똘~!
나는 그 전화를 그제서야 망설임없이 받았고
들리는 목소리는...
스팸전화라고 하기엔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필...!!"
똥꾸릉.
"ㅅ...으으응?"
전화는 마치 고의로 끊은듯한 타이밍에
일방적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암똘곰!
불현듯, 문자 메세지 1통이 도착했다.
내용은...
전방 15도 주시.
라는 각잡힌 문자 메세지였다.
고개를 치켜세우니
저 멀리서
벚꽃나무 가지에
상반신이 가려진 신원불명의 사람이 1명 서있었다.
불어오는 봄바람이 가져오는 벚꽃잎과 함께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난 생각했다.
봄이 왔구나...
꽃이 폈구나...
봄바람을 타고 내 앞으로 당도했을땐
내 입술을 여전했던... 그리고 익숙했던...
그 암똘곰같은 손아귀로 톡 건드리곤
내 입술에 벚꽃잎 한장을 살포시 얹어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느꼈다...
사랑이 왔구나... 라고...
그 때문에 취미인 글 집필도 한동안 하질 못했다.
쉬는 날이 없었기에 내내 특별식이라곤
허울좋은 망상, 그림의 떡이었을 뿐이었다.
설날 당시에도 예외는 없었다.
평소와 같이 흘러갔었다.
그런 내게 어머니께서는
설날은 지났지만 떡국은 먹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며 냉장고를 뒤지시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어머니께서 부엌으로 향하신지
얼마 지나지 않자 집안에는 구수하고
정이 한사코 담긴 뜨수운 떡국의 냄새가
서서히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진동하는 떡국의 냄새는
곧 곪은 내 허기진 배 또한
진동을 울리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부엌 한편에서 들려오는
떡국 먹고 누워있으라는 소리에
돌격하듯이 몸을 일으켜 달려나갔다.
식탁 의자에 앉자
어머니께선 솥뚜껑만한 냄비에 끓여오신 떡국을
내어주시곤 이어서 앞접시와 국자를 준비해주셨다.
국자로 냄비에 담긴 떡국을 푸짐하게 떠
앞접시에 담아보았다.
떡과 고기
파 그리고 계란
알록달록한게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배부른게 느껴졌다.
지체할 틈도 없이 바로 한 입.
펼쳐지는 맛의 향연
말랑하고...
부드럽고...
딱딱하고...
온갖 형형색색의 식감들이 내 입 안에서
공연을 하는 듯, 휘저어 놓는다.
그 훌륭한 공연을 관람하고 있자니
스치듯, 어떤 추억 하나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참 말랑했고
정말 부드러웠지만
빗대어 딱딱하기도 했었던
어느 추억이...
그려지는 배경은 군부대 안, 나의 모습.
타 부대도 그랬을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부대는 라면짬을 별도의 큰 통에 담아
각 소대마다 신출내기 아쎄이들이
순검 전까지 주계장 뒷자락에 위치해있는
짬통에 버려야 했었다.
2인 1조로, 맞선임과 함께 갔었어야 했는데
내 맞선임이셨던 왕창돌 해병님께선
기합을 보시겠다며 항상 어딘가로 짱박히시니
결국 나 혼자 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당시 당직사관이었던 음탕한 쏘가리, 주빈아년에게
왕창돌 해병님과 라면짬 보고를 드리고
늘 그랬듯이, 나 혼자 라면짬을 버리러 출발하였다.
그날 석식이 흥태순살튀김이었어서 그랬는지
라면통은 보통날의 라면통보다 2배는 육중했다.
그 어둑어둑했던 밤에 혼자 육중한 라면통을
거리가 꽤나 먼 주계장까지 두 손에 들고
혹여나 엎지르지는 않을까, 안간힘을 써가며
노심초사하니 선선한 봄날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낑낑거리며 겨우 짬통에 비워내니 마음도 손도
한결 가벼워졌다.
노심초사했던 마음도 함...
께 가벼워지진 못했다.
그날 나는 선임해병님들 몰래 가져온
딸기몽쉘을 맛보려고 다짐하며 모든걸 예상하고
왔었기에 노심초사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딸기몽쉘 하나 먹는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 부대는 신병학대기간이라고 존재했는데
신병보호기간이 끝난 아쎄이들에게 적용되는
아주 혹독한 기간이었다.
신병보호기간이 있다면 신병학대기간도 있는게
맞는 이치라며 생겨난 유서깊은 우리 부대만의 전통이었다.
신병학대기간의 제한되는 행동 중 하나가
식수 외에는 일주일간 음식 섭취를 금했었기에
딸기몽쉘 하나에 그렇게 진땀을 뺐다.
잠시 지금이라도 갈라져 무너질법한 주계장의 벽에
기대어 앉아, 내 등을 맡겼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 살짝 일그러져있던 딸기몽쉘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비닐을 까니 달콤한 초코의 냄새와
알싸하고 은은한 딸기의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농염하고 섹시하게 무르익은 그 딸기몽쉘을
곧바로 입 안으로 밀어넣으니
녹아드는 초콜렛과 부드러운 케이크
부드러운 생크림과 찐덕한 딸기향들이
내 목젖과 혀에 마치 맛으로 총검술을 실시하시는듯
강렬하게 몰아쳐왔다.
정말 너무나도 감격스런 맛이었다.
깜짝스럽게 찾아온 당분들은 내 몸을 어루만져주며
사랑해주고 있었다.
젖과 꿀을 다 음미하고 목으로 넘기려던...
바로 그 때 였다.
철커덩-! 끼이이-
누군가가 주계장 뒷문을 열고 나왔다.
화들짝 놀라 삼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열려진 주계장 뒷문을 바라보았다.
모든 해병님들이
분명 전부 내무반에 계실 시간인걸
계산하고 자리를 잡은 것이기에
뇌정지가 와서 몸이 움직이질 못했다.
주계장 뒷문에서 나온건
주계장의 전설이자 주계병들의 일수이신
진떡팔 해병님이셨다.
곧바로 진떡팔 해병님과 나는 눈이 맞아버렸고
진떡팔 해병님께선 내 입가를 보시더니
지금 뭘 먹고 있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그 말씀에 나는 감히 아무것도 먹고 있지도 않다는
거짓을 고했고 순식간에 진떡팔 해병님의
무지막지한 쇠골같은 손아귀가 내 목을 옥죄기 시작했다.
"꺽-! 꺼흐으- 께흑! 꾸으윽-!"
옥죄는 그 강력한 힘은 내 목에 엄중한 경계상태를
실시하게 하셨고 돌격하려는 딸기몽쉘은 결국
지상으로 역돌격 할 수 밖에 없었다.
"크헥! 고웨엑! 부웹! 으에웨-!"
그제서야 진떡팔 해병님께선 손에 힘을 푸셨고
난 주저앉아 고통섞인 기침밖에 할 수 없었다.
딸기몽쉘을 본 진떡팔 해병님께서는
한 눈에 봐도 크게 진노하시며 주계장 안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셨다.
연신 나오던 기침이 멎은 나는
후에 일어날 폭풍들이 무섭고 두려워 덜덜덜덜
몸을 떨어댔고, 이 모든게 꿈이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곧 주계장에서 진떡팔 해병님이 나오셨고
내가 저지른 과오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곧 각종 쇠붙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눈을 찌푸릴 만큼 울렸다.
그 소리에 난 더욱 큰 공포를 느껴 오줌까지
지려버리고야 말았다.
"눈을 떠라"
진떡팔 해병님의 명령에 나는 눈을 살며시 떴다.
뜨는 도중,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전기톱? 빠루? 모닝스타? 손도끼? 마체테? 사시미?
대검? 일본도? 수류탄? 바주카포? 지뢰? 전기충격기?
권총? 표창? 오함마? 화염방사기?
흐려진 시야는 점점 원상태로 돌아왔고
나와 진떡팔 해병님
그리고 그 중간에는...
츄라이만 덩그러니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반대였다 하여 절대 초라하지는 않았다.
그 짐작했었던 수많은 살인도구들 보다도 츄라이에서는
한아름 푸짐한, 떡국이 한사코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기에..
예상했던 흉기는 단 한개도 찾아볼 수 없자
당황했던 나는 진떡팔 해병님의 존안을 살짝 흘겨 보았고
흘겨본 시선에는 존안에 살짝 홍조를 끼신 채
다른 곳을 주시하고 계신 진떡팔 해병님이셨다.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에 난 츄라이에 가득 담긴 떡국만
초점없이 멍한 상태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러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떡팔 해병님께서 말씀하시길
"떡국이 식잖나...
따뜻할때 먹어라"
라시며 내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시곤
구불구불하고 투박한 오파운드를 쥐어주셨다.
다정하게 잡아주셨던 손을 풀어주시자마자
나는 미친개처럼 친히 하사해주신 떡국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신 진떡팔 해병님께선..
"체한다"
라고 말씀하시며 사나이들의 터전 속
수줍게 피어난 황근 꽃 한 송이를 꺾으셨다.
그 말씀에 나는 서둘러 복귀하지 않는다면
당직인 쏘가리년과 왕창돌 해병이 분명 늦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진떡팔 해병님께선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바람에
차갑게 식어가던 식은땀을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주시며
살짝 미소짓고 말씀해주셨다.
쏘가리년은 당직병 김재혁 해병님과 떡치러 물자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왕창돌 해병은 심으라 주임원사에게 어디론가
끌려갔다는 내용이었고..
가지고 계신 꺾었던 황근 꽃 한 송이를...
차려주셨던 떡국 위에 살포시 올려주셨다.
그 꽃의 의미는... 구태여 설명해주시지 않으셔도
너무나도 쉽게 이해가 가능하였다.
천천히 맛을 본 떡국은..
천하일미가 따로 없었다.
각종 재료들과 감칠맛이 내 목젖과 혀에
무적도를 선보이며 거센 파도처럼 몰아쳐왔다.
게 눈 감추듯 떡국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 음식을 준비해주신 진떡팔 해병님을 감히 바라보자
옅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흡족하시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시던 진떡팔 해병님께서
식사를 맛있게 마쳤느냐는 물음에
나는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했다고 대답하였다.
진떡팔 해병님은 완벽히 깨끗하게 비워진 츄라이를 보시고
분명 다 먹었지 않았느냐고 의문을 품으시며 물으셨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아직 다 마치지 못했다고 대답하였다.
의아한듯 애꿎은 츄라이만 계속 바라보는 진떡팔 해병님께
살금살금... 몰래 한 발자국씩 다가가
나는 진떡팔 해병님의 봉긋한 입술에
안착한 황근 꽃잎을 향해 내 입술을 돌격시켰다.
팔각모 모양으로 진떡팔 해병님의 입술에 상륙한
내 입술과 혀는 꽃잎을 찾아 여기저기 들쑤시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오밀조밀 붙어있는 입술 주름 사이사이를
탐닉해봐도 꽃잎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나는 해병만이 할 수 있는 앙증맞은 하극상을 마치고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떠보니...
진떡팔 해병님께서 비밀스럽게 속삭이셨다.
"...왜? 너무 뜨거워서...
먹지 못하겠는가?"
귓볼에 대고 입을 여시니 미세한 떨림이
오감을 자극하여 몸에 힘이 사르르 풀리고야 말았고
얼굴을 감싸주셨던 암똘곰같던 손을
능구렁이처럼 살살 밑으로 침투하시더니
진떡팔 해병님의 손은 어느덧 내 몸통 쪽으로
귀신잡는 해병대처럼 은밀히 점령을 완료하셨다.
여태까지 감정을 감춰왔던 나였으나
용광로같은 분위기에 내 양 볼은 해병대 캠프에 지원한
가녀린 소년처럼 연분홍빛을 띄고 말았다.
진떡팔 해병님은 그 펄펄 끓는 분위기 그대로
내 여리여리한 몸통을 단단하게 부여잡으시곤..
그윽하게... 정말 사랑스럽구나!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셨다.
해병들간에는 대화 따위 필요없다고 했던가
진떡팔 해병님께서는 장대한 두 팔로 어머니의 품처럼
온화하게 감싸 안아주시고는 그대로 주계장 끝자락에 위치한
수풀 사이로 몸을 내던지셨다.
푹신한 착지감에 두려워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니 샛노랗고 광활한 황근 꽃밭 한 가운데였다.
그와 함께 짓눌러지며 터져나오는
농밀하고 달콤쌉싸름한 황근 꽃가루가
시나브로, 내 코를 너스레 간지럽혀왔다.
즐비한 황근 꽃들의 숨결은 마치 감미품처럼
당뇨병이 올 것만 같았던 진떡팔 해병님의 눈빛에
금상첨화처럼 어울려 뇌까지 녹아버리게끔
하는 것만 같았다.
사람이 너무 기쁘면 미소가 아닌
눈물이 나온다고 하였던가...!
몹시 과분한 황홀함에 목메여
모르는 사이에 무심코 뜨거운 눈물을
흘러버리게 하고야 말았다.
그 천인공노할 기열 중 기열 개찐빠짓에
진떡팔 해병님께서는 오히려 정말 다정하고 세심하게
내 머리를 한 손으로 정겹게 쓰다듬어주셨다...
곧이어 타고 내려 흐르는 눈물에 범벅이 된
볼과 입술을 앞치마로 닦아내주시며 읊조리기 시작하셨다.
"흘러라... 마음껏 흐르거라..
빠질대로 흘러서... 더 이상 흐를게 없을 만큼...!"
"하지만 알아두거라...
해병에게 있어서 (흐를 유)의 반대는 (없을 무)다!"
그 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먹은건 떡국도, 나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부조리를 당한것도, 강요받은것도 아니었다.
선임의 무한한 사랑, 그리고 애틋한 보살핌을
여태까지 일방적으로 받아갔을 뿐이라고...
읊조리신 말씀을 듣고 나는 숨을 한껏 들이켰다.
내쉬니, 정신이 살짝 알딸딸해진게 느껴졌다.
그 이유를 아직도 나는 모른다.
봄바람에 취한건지 전우애에 취한건지
아니면 해병정신에 취해버린건지...
...그 생각을 하노라니
온갖 감정이 뒤얽히고 설켜
나도 모르게 눈 앞의 떡국을
먹지도 않고 지긋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뭐하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나는 아련했지만 정열적인 이야기를 차마 꺼낼 수 없었고
대충 떡국이 너무 뜨거워서 식히고 있었다고 얼버무렸다.
참 고달프고 빡빡했던 시절.
다시는 그리울거라 생각치도 못했었는데...
막상 그 시절과 냄새...
그 맛을 머리와 혀에 되새겨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걸 알 수가 있었다.
동시에 그 추억의 그리움에 눈물이 맺혔다는게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하고 터진 웃음을 시작으로...
"나 참... 흐흐흐... 하하하... 큭큭큭..."
실소가 터져나오고 말았다.
입 안에서 잘게 부숴져 분해된 떡조각들은
실소와 함께 사출되어 나왔다.
난생 처음보는 전화번호...
평소라면 스팸으로 여겨 받지도 않고 끊었을
나였지만 그 전화는 무언가 받지 않는다면
인생의 절반은 후회세 지세울 것만 같았고
아무 말 없이 집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휴지를 찾아오신 어머니께서는 어디가느냐며
언성을 높이셨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리기 시작하였다.
집과 많이 멀어졌을때...
나는 안심하고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받을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받으면 되는 것을...
부재중으로 처리된 전화에
다시 전화를 걸으려 터치를 하려던 그 직전에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 번호로부터 다시금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그 전화를 그제서야 망설임없이 받았고
들리는 목소리는...
스팸전화라고 하기엔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필...!!"
"ㅅ...으으응?"
전화는 마치 고의로 끊은듯한 타이밍에
일방적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불현듯, 문자 메세지 1통이 도착했다.
내용은...
전방 15도 주시.
라는 각잡힌 문자 메세지였다.
고개를 치켜세우니
저 멀리서
벚꽃나무 가지에
상반신이 가려진 신원불명의 사람이 1명 서있었다.
불어오는 봄바람이 가져오는 벚꽃잎과 함께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난 생각했다.
봄이 왔구나...
꽃이 폈구나...
봄바람을 타고 내 앞으로 당도했을땐
내 입술을 여전했던... 그리고 익숙했던...
그 암똘곰같은 손아귀로 톡 건드리곤
내 입술에 벚꽃잎 한장을 살포시 얹어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느꼈다...
사랑이 왔구나... 라고...
중반부 시발ㅋㅋㅋㅋㅋㅋ
필력 진짜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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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눈물이날만큼 뭉클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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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는 혹시 실화기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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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곰 해병님 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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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대사같은거 어긋나는 연출 포인트 박은게 개꼴받네 씨발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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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으로 글을 낸다면 꼭 싸인(싸러)가겠다 아쎄이! 기합!
눈물이 흘러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개씹기합!ㅠㅠ - dc App
와
미친새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신작 안 쓰십니까.보고 싶습니다
해갤의 대문호
나는 요즘도 암똘곰의 문학을 다시금 보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