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다.
포항에서 "황근출"이라는 인물을 보았다고.
그의 움직임은 호랑이처럼 날쌔고, 자기 토사물을 먹을 만큼 용맹하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만큼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해병"이라 불렀다.
이 믿기지 않는 신화같은 이야기에 수많은 이들이 포항에 몰려들었다.
나 또한 반신반의하며 그 대열에 참여했다.
황근출은 거기에 있었다.
신의 위엄을 기리기 위해 세워둔 고대의 조각상처럼, 황근출은 또렷이 그 자리에 있었다.
때로는 위엄있게, 때로는 친근하게, 혹은 바보처럼....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꿔가며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에게 매혹된 사람들은 황근출과 휘하의 해병들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렸으며, 나 또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이야기는 그 어떤 질병보다도 빨리 퍼졌고, 처음에는 그런게 어딨냐며 믿지 못하던 이들도 실제로 해병을 보고 잔뜩 흥분했다.
상상속의 존재가 현실에 나타난다... 그것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무리 희귀한 짐승이라 할지라도 우리에 가두고 매일 들여다보면 질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점점 해병을 보러오는 이들은 줄어들었다.
그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고, 서사시를 읊던 이들마저 모두 목이 쉬어 노래하기를 그만두었다.
언제부터 였을까, 통통보지가의 가사가 기억나지 않게 됐던 때가.
언제부터 였을까, 해병들의 앙증맞은 언어가 기억나지 않게 됐던 때가.
언제부터 였을까, 황근출이라는 인물의 존재 자체도 잊고 살았던 때가.
잊혀진 것들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황근출은 더이상 이 세상에 우뚝 서서 견고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상이 아니었다.
그저 닦기를 잊어 녹이 슬고 스러져가는 하나의 낡은 거울에 불과했다.
지금와서 열심히 닦아본들 지나간 것을 미련스레 붙잡으려는 멍청한 나 자신이 비칠 뿐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해병을 보기 위해서 포항으로 향했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다시 올 일은 아마 없겠지, 하는 회한섞인 미소를 지으며.
포항의 경치는 황량했다.
그곳에는 더이상 짓궃은 "장난"을 실시하는 해병들의 앙증맞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포신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더위도, 올챙이 크림이 얼어 샤베트가 되어버리는 추위도 없었다.
게걸스레 해병푸드를 탐하는 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이상 톤요일 따위를 세지 않았다.
잘 됐구나.
나는 무심코 그렇게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래, 이게 맞는 일이지.
그렇게 뒷말을 애써 삼키며 천천히 시내를 둘러보았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뒤에서 울리는 경적소리에 자진입대인가 싶어 긴장하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평범한 아저씨가 차도에서 나오라고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아, 나 지금 차도로 걷고 있었구나.
나는 운전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사과의 인사를 하곤 급히 인도로 비켜섰다.
...평화롭네.
시장 구석 한켠에 나물을 늘어놓은 노인이 보였다.
아, 저 사람은...!
하극상으로 좌천된 곽말풍 중령인가보다 싶어 나는 천천히 그 노인에게 다가가 성함을 여쭈었다.
"이잉? 이 노인네 이름은 뭣헐라고? 한귀자여, 한귀자."
상식적인 대답에 나는 절로 부끄러워져 황급히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도착한 시내 근처에서 긴 금발머리에 체구가 큼직한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 서킨 딕슨 조...!
...일리가 없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 물어보니 머리는 그냥 염색일 뿐, 외국인도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조성훈이라했다.
나는 사람을 착각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내가 알던 포항은 더이상 없었다.
아니면 내가 더이상 이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게 됐는지도 모른다.
나는 싸가중에서 기억나는 대로 몇몇 구절을 나직이 읊으며 인적이 드문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정이나 박자는 고사하고 가사가 맞는지 틀렸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추억에 젖어 잠시 흥얼거려봤을 따름이었다.
흐릿한 인상의 누군가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새끼.... 기합...!"
힘있지만 작고 묘하게 잦아들어가는 목소리였다.
마치 임종직전의 누군가가 거친 숨과 함께 내뱉는 유언같았다.
나는 그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황근출이 있었다.
내 기억과는 다르게 근육질의 우람한 몸도 쪼그라들고, 각개빤스만 입던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 평범한 사복을 입고있었지만 내 눈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황근출이 분명했다.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서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그 손이 너무나 앙상하여 순간 눈물이 터지려했다.
황근출은 멋적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끝난 모양이로군."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뭐라 말해야 좋을지 알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사람들도 깨달은 거겠지. 해병은 상상속 괴물이 아니야. 사람이지."
황근출은 기침을 터뜨리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면서도 꿋꿋이 말을 이어나갔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끔찍한 짓들을 저지른다니.... 상상만 해도 두렵겠지. 그래서 우리같은 괴물을 만들어 낸거고."
말을 마친 황근출은 기침을 터뜨리며 뒷말을 바로 잇지 못했다.
나는 황급히 그를 부축하며 더이상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차분히 미소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동안 괴물 역할을 맡아 즐거웠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내게 대꾸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한줌의 먼지가 되어 내 품 안에서 흩어져 날아갔다.
나는 내 손에 남은 희미한 흔적을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더이상 괴물에 기대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괴물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우리가 상대해야할 것은 전설속 괴물이 아니라 나와 별 다를바 없는 평범한 사람임을.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냐.
나의 눈에선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이것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오도기합짜세해병들은 긴빠이를 당한거야.
분명 그럴거야.
나는 하늘을 우러르며 그 어딘가로 긴빠이당했을 오도기합짜세해병들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안녕.
그리고 다신 만날 일이 없기를.
그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길임을 알기에,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빌었다.
나는 잠시 묵념을 하고서 귀가를 서둘렀다.
버스터미널 승차장에 도착하여 야트막한 담너머로 길게 펼쳐진 포항시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서울행 버스가 도착해서 나에게 불만스레 재촉이라도 하듯 풍, 하고 문을 열었다.
나는 버스에 올라 티켓을 끊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곤 그대로 창가의 커튼을 치고서 눈을 감았다.
보이는 것은 까만 어둠, 그리고 일렁이다 스쳐지나가는 작은 빛무리.
그것은 이내 홀연히 사라지고 완연한 어둠이 찾아들었다.
내가 포항에서 해병들과 보냈던 시간처럼.
....
....
...누군가가 말했다.
포항에서 "황근출"이라는 인물을 보았다고.
그의 움직임은 호랑이처럼 날쌔고, 자기 토사물을 먹을 만큼 용맹하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만큼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해병"이라 불렀다.
아니, 해병이라 불렀었다.
새끼... 감성!
새끼...기합!
이게 문학이지
씹기합ㅋㅋㅋㅋ
기합!
기합!
새끼... 감동!
기합!
기합....기합...!
진짜 작가 아니냐?
해병문학도 이제 끝물이지 ㅇㅇ
이 개씹기합 문학과 함께 서비스 종료다... - dc App
지리노
새끼... 기합!
요즘 쓰레기같은거만 개념글 올라오다가 이런거 올라오니 눈물이 다 나네
짤 보니까 바로 기억나네 난 너 기억하고있었다 복귀해줘서 고맙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아쎄이!
기합!
해병 밈도 슬슬 죽어가네
해병문학은 서비스종료다...
참피 파쿠리
언젠가 해병문학 전체를 책으로 펴낸다면 이 문학은 무조건 마지막 글 확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