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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쎄이... 다시 말해보아라, 지금 뭐라고 했나?"




"네, 먹고 싶지 않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



주변의 해병들은 숨을 죽이고 이 묘하고도 당돌한 아쎄이를 주목하고 있었다. 



감히, 정면으로 박철곤 해병님의 지시를 거부하는 아쎄이라니, 실로 죽음으로 사죄하기에도 한없이 모자랄 그 중죄를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아니 되려 여유로운 미소까지 입가에 띈 채 저지르고 있는 사상초유의 찐빠에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박철곤 해병님과 아쎄이를 둘러싼 군중과는 멀찍이 떨어져 내무반 한 구석에 앉아 있던 황룡 또한 간만에 보는 흥미로운 광경에 과자를 입에 우겨넣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햐, 하도 별의별 놈들이 끌려오다 보니 이젠 저런 돌연변이까지도 끌려오네."



"아쎄이, 왜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지? 그 이유를 말해봐라."



여느 아쎄이라면 박철곤 해병님의 이런 살기어린 어조에 그 즉시 해병-맥주, 해병-짜장을 지리며 짓누르는 압박과 공포에 혀를 깨물고 자진하여 수육이 되었겠지만 이 아쎄이는 표정에 전혀 미동도 없는 것이었다.



"음, 제가 생각하기에 이 해병수육은 먹기에 실로 불편한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수육을 붙잡고 입으로 뜯고 또 이에 낀 살점을 발라내고...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이 해병수육 보다는 좀더 간편하게...."



아쎄이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한 접시 해병-수육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했다. 녀석의 시선은 그 미식의 흠을 찾기라도 하려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선임의 말에 토를 달고 반박하는 것도 모자라서 해병 푸드에 대한 모욕까지,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희대의 찐빠였기에 이 둘을 둘러싸고 있던 해병들 사이에서도 욕지거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기열! 기여어어어얼!!!"



그리고 더이상 못들어주겠다라는 듯 박철곤 해병님께서 포효하며 그 아쎄이에게 달려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때, 



"잠깐! 기다려라 철곤아!"



모두가 고개를 돌려보니 문가에 황근출 해병님께서 팔짱을 끼고 늘 그래왔듯 늠름한 자태와 위용을 자랑하시며 서 계신 것이었다! 황근출 해병님의 등장에 해병들은 그 즉시 모두 차렷 자세로 고쳐 서서 도열하였고 박철곤 해병님께서도 마지못해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식식대며 하던 행동을 멈추셨다.



"아쎄이, 철곤이에게 하던 말을 끝까지 다 들어보고 싶군. 자네라면 좀더 간편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거지?"



황근출 해병님께서 위협적으로 아쎄이에게 다가오시며 물으시자 주위의 해병들은 자신도 모르게 해병-호두과자(기열 싸제말로는 불알이라고 한다)가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되려 점잖게 물으시는 것이야말로 황근출 해병님께서 극도로 분노해 계심을 뜻하기 때문이었으리라.



"네, 저라면 차라리 간단한 간편식을 먹겠습니다. 굳이 음식을 요리하고 또 그걸 시간을 들여서 먹기보단 알약 하나로 포만감과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아쎄이는 각개빤스의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웬 알약 하나를 꺼내드는 것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 작은 알약에 집중되자 황근출 해병님께서는 아쎄이가 건내든 알약을 집어드시고는 유심히 살펴보시었다.



"이 알약이 대체 무엇이길래 자네는 그토록 자신있게 얘기하는 것이지? 그리고, 이 자그마한 알약 따위가 해병수육을 대체할 수 있다라는 근거와 자신감은 또 무엇이고?"



"네, 바깥 세상에서는 요즘 민간인들이 바쁜 시간을 할애해서 식사를 하기 어려우니 이런 약으로 대체하여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포만감과 맛을 챙기고는 합니다. 물론, 기열 민간인들이 하는 것이니 다소 심기에 거슬리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이룩하는 그 행위만큼은 우리 해병들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알약은 지속 생산이 가능한 것이므로 더이상 해병수육을 만들기 위한 아쎄이의 보급문제로 고심하실 필요도 없으실겁니다."



"너 이 새끼, 도저히 못들어주겠군! 거슬리는 것은 네놈의 말투와 행동이다! 거기다가 이젠 하다하다 기열싸제 물품까지 들먹이며 찐빠를 내는 꼴이라니! 너는 내 기필코...!"



"철곤아! 진정해라! 이 아쎄이를 도륙내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 나는 우선 이 아쎄이의 말을 좀 더 들어보고 싶구나. 이 녀석의 말대로 효율적으로 해병수육을 먹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것이 아니겠느냐? 녀석의 말대로 우리 또한 현재 고질적인 아쎄이 품귀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지 않더냐? 일단 녀석의 말을 다 들어보고 무언가 틀린 구석이 있다면 그때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



주먹을 우악스레 쥐고 당장 아쎄이의 머리통을 부숴버리려는 듯 일갈하는 박철곤 해병님을 제지하며 황근출 해병님께서는 아쎄이를 내려다 보셨다. 



"효율적이라... 그래, 좋다. 효율적인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는 없지. 그러면 자네는 해병수육과 동일한 포만감과 맛을 제공할 수 있는 알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



"네, 물론입니다. 되려 간단합니다. 이 해병성채에서도 얼마든지 제조가 가능합니다. 제게 필요한 시간과 재료만 주신다면 만들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황근출 해병님께서는 잠시 말없이 고민하시는 듯 하였고 이내 입을 여시었다.



"좋다! 이 문제는 네게 일임하마! 언제까지 해낼 수 있겠나?"



"네, 사흘 이내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자신충만한 아쎄이의 대답에 해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이런 초대형 찐빠를 저지르고도 황근출, 박철곤 해병님으로부터 살아남은 것하며, 이 두 명의 최고 선임들을 상대로 전혀 꿀리지 않는 기개와 패기를 보여준 녀석의 모습에 모두가 경외시 하는 듯 하였다.



"햐.... 저거 저거... 저걸 안죽고 살아남네?" 



황룡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해병성채에서 일어나는 만사에는 별 관심이 없던 황룡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아니던가! 특히나, 여느 해병과는 분명하게 다른 말투와 행동, 아무래도 녀석은 확연하게 뭔가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뭐랄까, 자신과 같은 정상인이 해병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너... 사흘 후에 보자."



뒤돌아서 나가시는 황근출 해병님을 뒤따르던 박철곤 해병님께서는 이를 뿌드득 갈며 아쎄이를 노려보시며 말씀하시자 아쎄이는 말없이 잠자코 그런 박철곤 해병님을 응시할 뿐이었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