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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중위는 오늘도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선택의 여지랄 것도 없는 외길이랄까.
"자, 오늘은 어쩔텐가? 자네의 선택은?"
"음...네, 이번 것도 없애주십시오."
"알겠네. 이번이 세번째라서 내가 굳이 다시 설명해주지 않아도 잘 알겠지만, 오늘 모든 걸 잊고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면 모든 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을 것이네."
"네...."
오도엘은 이윽고 기괴한 손동작을 하였고 김 중위는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기괴한 손동작 시늉은 이 천사(?)가 마법을 시전할 때 쓰는 일종의 행위이었다.
이것으로 오늘 이 중사의 성추행 고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었다. 아니, 차라리 망각의 심연 저 너머로 온전히 소멸해버린다랄까. 오늘을 기점으로 이 중사 그녀는 김 중위의 음란한 손길, 말투를 모두 잊어버릴 것이고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경례를 올려 붙일 것이리라.
"이것으로.... 오늘도 제 기열스러움은 한번 더 소진되는 것이겠군요..?"
"그렇다네! 자네의 기열스러움도 없애주면서 자네의 소원도 들어주니 이 얼마나 한없이 자비롭고 은혜로운 천사란 말인가? 기열 싸제 흘러빠진 천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덕목이 아닌가? 그래서 자네도 동의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야."
"네... 뭐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좀 불안해서요. 이렇게 아무 대가 없이 제게 베풀어주신다는게 뭔가 좀 의심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뭔가 악마와의 거래 같기도 하고..."
"말이 좀 심하군. 나를 한낱 흘러빠진 기열 싸제 종교 속의 존재와 비교하는건가? 그렇게 나와의 거래가 못 미더우면 오늘의 세번째 거래까지 포함하여 이전의 첫번째, 두번째 거래도 원상복귀 시켜주지. 나는 해병들의 기열스러움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몇번을 말하나? 꼭 자네들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를 위해서도 하는 거래란 말일세."
오도엘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쏘아붙이자 김 중위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아아, 죄송합니다. 전 그런 뜻이 아니라....물론 말씀은 초장에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그냥 제가 불안해서요. 이렇게 저한테만 좋은 일이 생겨도 되나 싶어서..."
"더 말하기도 입 아프니 그만 되었네. 뭐 어차피 자네도 알다시피 언젠가는 이 누적된 자네의 기열스러움들은 모두 한꺼번에 일괄정산할 예정이니 자네만 편향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할 것 없네. 언제가 되었듯 말만 하라고. 누적된 기열스러움들은 모두 회수해갈테니 말이지."
"네... 알겠습니다."
김 중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하자 오도엘은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이내 사라졌다.
김 중위는 오도엘이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 천사가 대뜸 자신의 앞에 나타난 때는 지난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김 중위의 소대원 하나가 선임들의 폭력과 부조리에 이기다 못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날이었고 그 날 김 중위 또한 자신의 군 생활이 문자 그대로 좆됐다는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다.
온갖 별의 별 생각이 떠오르는 날이기도 했다. 그 다음날에는 그 즉시 상급부대가 알게 될 것이었고 몸담은 해병대에 이렇다할 빽도 없던 김 중위였기에 이는 필경 부대를 넘어서서 밖으로 새어나가 이내 사회를 뒤흔들 이슈였던 만큼 향후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안봐도 불보듯 뻔했다.
그렇게 새벽 2시까지 잠도 못이루고 하릴없이 연거푸 줄담배만 피우던 그에게 바로 그 오도엘이 나타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헛것을 본다라고 생각하여 애꿎은 자신의 따귀만 수차례 때렸음에도 오도엘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런 자신을 비웃을 뿐이었고, 이내 오도엘이 제안한 달콤한 제안에 이미 코너에 몰릴대로 몰려 탈출구도 없던 김 중위는 오도엘의 제안을 받아들여 휘하 소대원의 죽음을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데에 성공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대가는 차곡차곡 누적되어 언젠가 김 중위의 '기열스러움' 을 일괄 회수해가는 것으로 받겠다라는 것이 오도엘의 제안조건이었다. 처음에는 오도엘이 말하는 '기열스러움' 이란 것이 대관절 어떤 조건인지는 몰랐으나, 김 중위 또한 한 명의 해병이었기에 기열스러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고 일단 자신의 나쁜 습관이나 언행 등을 의미하는 것임은 틀림 없었기에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비록 제대로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설령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라고 하여도 작금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그에게 있어서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니었기에 오도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올해 초, 두번째도 비슷하게 부대 내에서의 사건도 덮고 바로 오늘, 세번째로 오도엘과 마주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김 중위도 내심 개운치 못한 뒷맛은 있었다. 첫번째 부터 오늘의 세번째에 이르기까지 어찌되었건 그는 사건사고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일말의 양심조차도 가볍게 파쇄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그가 가진 자신의 군생활에 대한 원대한 야망과 꿈이었다. 여느 장교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기왕 군에 몸을 담은 이상, 먼 훗날에는 뭇 장교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꿈인 장성이 되는 것이 목표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자 선택이었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이윽고 수십년 후, 김 중위는 이제 김 소장이 되었다.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쉽지 않은 길에는 오도엘이라고 하는 동반자가 있었기에 결코 외롭지 않고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돌이켜보면 묘하게도 김 중위가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오도엘은 불러내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찾아와서 김 중위에게 제안을 건넸으며 그 덕에 김 중위 또한 손 쉽게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갔고 이윽고 자랑스럽고도 휘황찬란한 별을 달게 된 것이었다.
김 중위, 아니 이제는 김 소장은 3층짜리 위용 가득한 높디 높은 사단본부에 기거하며 자신만의 집무실에 앉아 자신이 지휘하는 휘하의 수많은 장교들과 참모들, 그리고 사병들을 굽어보며 자신의 영광된 군생활을 반추할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물론, 기왕 소장이 되었으니 이제는 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소장이 어디란 말인가!
김 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비서장교가 내어온 커피 한잔을 음미하며 아침에 국기를 게양하는 사병들을 창 밖 너머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보기 좋구만. 김 소장."
김 소장이 놀라 뒤를 돌아보니 오도엘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 당신이군요. 한동안 당신을 볼일이 없었는데... 오랫만입니다."
"그래, 오랫만이라서 자네를 찾아왔지. 뭐, 할 말도 있고 해서 말이야."
"할 말이요? 음... 어떤 할 말 말씀이신지..."
"뭐, 다른건 아니고 이제 슬슬 우리의 계약을 이행할까 싶어서 말이지. 자네도 이제 어느덧 나이가 제법 들었고 물론 아직은 이렇게 건강하지만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사람의 일 아니던가? 더 늦어서 일을 그르치기 전에 정산하고 싶어서 말일세."
김 소장은 마시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 물끄러미 오도엘을 바라보았다.
"정산이라면.... 아, 그 뭐더라... 제 "기열스러움" 을 회수해가는 것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어떤가, 아직 때가 좀 이른 것 같나?"
한동안 잊고 지내던 오도엘의 존재와 이 계약, 김 소장은 내심 한 구석 불안한 생각이 들었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제 그는 어엿한 소장의 지위인데다 또한 그 지위에 만족하고 있는만큼 행여나 앞으로 또 오도엘이 필요한 때가 오더라도 자신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겠으며 또한 굳이 오도엘이 필요할 만큼 더 위로 올라갈 생각도 딱히 없었는지라 오도엘의 제안대로 이쯤되서는 정산을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도 슬몃 드는 것이었다.
더구나, 애초에 오도엘의 제안 전제조건은 자신의 '기열스러움' 을 회수해가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그 기열스러움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는 점이 내심 불안하긴 하였으나, 그것이 뭐 목숨이나 생명 혹은 재산, 명예와 같은 그런 것들 같지는 않아보였다.
"음... 좋습니다, 오늘 거래하는 것으로 하시죠."
"알겠네."
오도엘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며 수십년 째 봐온 특유의 손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아니, 가만.... 이거, 뭔가 잘못되었는걸?"
"예?"
"아니, 자네에게서는 기열스러움을 단 한개도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일세! 자네에게서는 기열스러운 언행을 찾아볼 수가 없어! 모조리 기합찬 행위들만 한 오도짜세 해병이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당신의 입장에서 기열스러운 언행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찾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도엘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다. 사기당했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길길이 날뛸듯한 모양새였다.
"그것도 모르나? 내가 말하는 기열스러움이란,
'20XX년, 소대장 시절, 소대원의 죽음을 은폐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법의 심판을 받는 것', '
'20XX년, 소대장 시절, 국방헬프콜을 한 어느 소대원의 상담요청에 진정어린 충고와 지도를 하는 것',
'20XX년, 소대장 시절, 여 중사의 성추행에 진정어린 사죄를 하는 것', '
'20XX년, 중대장 시절, 선임-후임 간의 폭력행위와 부조리를 좌시하지 않는 것'
'20XX년, 중대장 시절, 여 소대장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하지 않는 것'
'20XX년, 대대장 시절, ..........'
........
......
....
...
..
.
- 끝 -

기합!!!!
와 씹명필이다 기열이 옳은 일이니까 여기선 김 소장이 옳은 일을 하지않는 즉 부조리로 가득찬 기합해병이 돼서 기열스러운 모습을 찾아볼수 없다는거네
기합!
새끼...기합!
그 기열스러움의 일괄정산이란건 어떤거임?
그냥 찐빠짓 덮어주는줄 알았는데 한사람을 오도해병으로 인도하는거였네ㄷㄷ
기합!
기합!!!
새끼...명필!
ㄷㄷㄷ
기합!
기합
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