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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33년 모기마저 익어 죽을 것 같던 그 여름.

그 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ㅡ



ㅡ"엄청난 인파를 동원하는 신작 VR게임 AG 온라인의 출시가 코앞인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아~어제 새벽부터 줄 서고 있어요, 정말 기대되네요!"

"쪄죽겠다니깐요~그래도 역사의 현장에 있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

더운 날씨로 땀으로 푹 젖은 티셔츠를 입은 채 점심으로 먹다남은 치킨을 먹으며 흘러가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분명 신작 VR게임이 오늘 출시한다던가 그랬었지.

뭐 이 몸은 베타테스터였던 탓에 출시될 게임도 미리 가지고 있지만.

그 게임의 이름은 AG온라인, 약자는 모르겠지만 뭐 알파벳의 맨 앞을 따온 Arificial에 Generation의 G려나.

아무래도 좋을 시시한 추측을 하며 식사를 마쳤다.



그래픽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실례일 압도적인 현실, 손으로 그대로 느껴지는 촉감, 비참한 한국의 현실을 넘어선 그야말로 유토피아.

이 모든 것을 VR세상에 구현해낸 그 게임.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과 청년들의 백수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어버려서

이 나라는 청년들의 불만이 터지지 않도록 가상현실 게임으로 조련하며 스트레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라도 조용히 만족시켜주면 현실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겠지...

라는 높으신 분들의 생각은 제대로 먹혀들어, VR에서 남자끼리 가상연애를 하거나,

얼굴을 꽁꽁 감추며 돈을 쓸어담는 사이버 무희-버튜버-에 돈을 바치며 빠져사는 생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 젊은 남자들의 낙이었다.



"슬슬 오픈 시간이니, 먼저 앞질러서 쌀먹이나 좀 해볼까?"

현대적인 디자인의 헬멧같이 생긴 물건-커넥트 인터페이스 머신-을 장착하면 뇌의 신경이 가상현실과 접속된다.

그 과정은 찰나와도 같을 0.3초.


시작된다. 전신이 빨려드는 것 같은 이 몽롱한 느낌.

온다.


"링크 스타트ㅡ!"


신형 게임이라기엔 다소 조잡한 붉은 인터페이스 화면을 넘어서 가상현실이 시작된다.

음? 역시 또 썅내가 풍기는데...이건 티셔츠를 갈아입지 않아서 나는 내 땀냄새인가.

저번 접속에도 느끼던 미묘한 위화감을 뒤로한 채 가상현실에 다이브하였다.



...

뭐지...?

왜 베타테스트에서 모아둔 장비와 아바타는 없고 내 현실속 모습 그대로인거지?

항상 즐겨온 그 가상현실이 아니야. 이건...'내'가 아닌데?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수많은 남성들이 있었다.


"뭐죠?" "뭐지?"

수많은 술렁거림과 혼란이 축축한 날씨의 어딘지 모를 지저분한 진흙바닥 위에서 맴돌 뿐.


"잘 왔다. 나의...'우리들'의 세계에."

모자를 푹 눌러 써서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ㅡ근육질에 빨간 팬티만 입은 어느 한 남자의 모습, 그리고 수많은 괴상하게 생긴 외모의 거한들.

흑인? 백인? 한국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다인종의 사내들이 이 혼란한 상황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Assei(아쎄이)...Giyeol(기열)!!!

쩌렁쩌렁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가상현실로 도태된 삶을 보내 체력이 저질인 수많은 청년들은 얼어붙었다.


"다시 환영하지. 어서와라 AG온라인...아쎄이 기열 온라인에."

"흘러빠진 젊은 청년들을 재교육하고 재사회화하여 해병대의 영원한 역군으로 쓰겠다는 프로젝트가 오늘부로 시행된다."

"탈주는 있을 수 없으며, 이 시간부로 자신의 이름,지위,나이는 모두 버린다."


"웃기지마, 이 씨발새끼야ㅡ!!!"

"책임자 나오라고 그래ㅡ!!!"


"톤."


총소리? 아니다.

동굴에서 울려퍼지는 것 같은...한없이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난 직후 욕설을 내뱉던 한 비만 남성은 모든 옷이 벗겨진 채 하얀 액체를 흘리며 쓰러졌다.

뭐지...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비만의 남성이 꿈틀대는 것을 보면 분명 죽진 않았다...죽진 않았지만 정액에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아쎄이들은 지금부터 이 남자들과 전우애를 실시한다. 민간인의 흘러빠진 성교따위가 아니다. 전우애다."

"흘러빠진 전자계집들과의 기억은 모두 잊고 너희들을 기합찬 해병대의 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언제까지고 가상현실에 인생을 낭비하며 썩어가는 모습을, 그런 어리광을 해병대는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

"눈 앞에 닥친 것은 가상현실 따위가 아니라, 바로 현실이다."


속았다.

우린 가상현실 게임을 하던 것이 아니야ㅡ

접속하는 순간 바로 해병대 남자들이 마취 시켜 끌려가는, 가상현실 게임인 것처럼 꾸민 납치를 당해온 거였어.

접속할 때의 묘한 썅내와 몽롱한 그 느낌은...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의 냄새와 느낌이었구나.


삽시간에 어딘지도 모를 이 곳은 지옥으로 변했다.

이내 후장에 이물감을 느끼며 정신을 잃은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나의 이름도, 가상현실에서의 지위도, 모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