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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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문학] 아! 전우애가 가득 담긴 그 날의 비지찌개의 추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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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 단편문학] 해병을 위한 해병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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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년 모월 모일.



해병대의 아버지이자, 최고존엄이었던 황근출 해병이 서거했다.



황근출 사인에 대하여 황근출을 보좌하던 오도해병들은 이에 대해 별도로 공식 발표를 하지는 않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쎄이들 사이에서는 그가 오도엘의 부름을 받아 빨알라로 승천하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오도해병들의 현 우두머리이자 과거 황근출 정권에서의 2인자였던 박철곤 해병이 자연스레 그 뒤를 잇게 되었다.



해병대의 2대 지도자가 된 박철곤 해병은 취임 다음날, 황근출 해병의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유해에서 해병-사리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해병-사리! 이는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보물이자 해병혼 그 자체가 깃들다 못해 아예 현물화된 것으로 알려진 존귀한 것이었다. 이는 수많은 해병들의 올챙이 크림을 모두 받아낸 참된 해병의 몸 속에서만 축적되어 자연스레 고체화되어 생긴다라는 기합찬 생성과정을 자랑하였으니, 가히 생전 황근출 해병의 그 위상에 걸맞는 유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박철곤 해병은 오도해병들과 아쎄이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만장일치로 이 해병-사리를 모시는 신전을 세워 황근출 해병을 기리고자 하였으니, 참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사(大役事)가 아닐 수 없었다!



"손수잘! 지금 즉시 이 해병-사리함을 가지고 완공된 신전에 모실 수 있도록!"



"악!"



오도해병다운 복창과 함께 손수잘은 두 손으로 사리함을 정중히 받들어 신전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박철곤 해병님?"



"음?"



"이 해병-사리 말입니다만... 수많은 해병들의 올챙이 크림이 농축된 것이잖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황근출 해병님께서 어떻게 다른 해병들의 올챙이 크림을 받으셨다는 겁니까...?"



손수잘의 질문에 박철곤 해병도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 새삼 생각해보니 공수에서 늘 공만 맡으시던 황근출 해병님이 아니시던가. 그런 황근출 해병님께 어느 놈이 언감생심 감히 자신의 올챙이 크림을 뿌릴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2인자인 박철곤 해병 자신도 황근출 해병님과의 전우애에서 단 한번도 공을 맡아 본적이 없거늘!



해병-사리라는 성물이 가져다 주는 성스러운 명성에 가려져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간단한 사실이었다.



"........듣고 보니 그렇군.."



".....이거, 아쎄이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쎄이들에게? 아니, 왜?"



"왜라니요, 아쎄이들은 말로만 듣던 해병-사리를 보고는 찬양일색인데, 진실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수잘의 말에 박철곤 해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이 사실이 아쎄이들에게 알려진다면 황근출 해병이 사실은 오도짜세기합 해병이 아닌, 일개 한낱 아쎄이와 다를 바 없다라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던가? 그렇다면, 황근출 해병의 정통을 잇는 후계자이자 2대 지도자인 자신의 체면이나 권력에 대해서는 아쎄이들이 어찌 생각할지는 안봐도 뻔한 것이었다.



"....손수잘, 자네의 불온한 사상이 심히 거슬리는군. 지금 감히 황근출 해병님을 의심하는 건가?"



"아, 아뇨. 그런것이 아니고 일단 진실을 알리긴 해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새끼.... 기열!"



박철곤 해병의 손짓에 박철곤 해병의 뒤에 시립하고 있던 오도해병 두명이 거친 손아귀로 손수잘을 붙잡고는 어디론가 끌고 사라져 버렸다.



박철곤 해병은 억울하다는 듯이 뭐라 소리치며 끌려가는 손수잘의 뒷모습을 불안한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황근출 해병의 집무실, 아니 이제는 자신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런 박철곤 해병도 어느 아쎄이가 숨어서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는 것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