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관 문에 있는 조그만 창에는 자그마한 커텐이 달려있다. 어떠한 병사든, 간부든 커텐만 친다면 아무도 안을 볼 수 없다.
"야, 베트콩. 해병은 잠들지 않아."
"일병... 김덕배... 죄송합니다."
"죄송?"
"아닙니다."
"아닙니다?"
박철민 해병이 김덕배 일병을 교육시키고 있다. 말만 교육이지, 실상은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구타하는 행위이다. 오늘은 자신이 베팅한 구단이 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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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배는 동남아 풍의 얼굴을 가진 신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의 여성이라고 했다.
"야, 신병!"
"이병! 김! 덕! 배!"
박철민 해병이 담배를 피던 중 전입온지 1주 된 김덕배를 불렀다. 박철민. 평균 키에 평균 체격이었지만, 팔에 그려진 색 덜 입힌 잉어 문신으로 보아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보였다.
"박철민 해병님! 부르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다?"
"되겠습니다? 한국말 누구한테 배웠냐?"
박철민 해병은 너 잘 걸렸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김덕배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게, 아빠에게 배웠습니다!"
"이야, 니는 선임이 스윽 만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 배웠나?"
그제서야 김덕배는 관등성명을 댔다.
"이병! 김! 덕! 배! 죄송합니다!"
박철민 해병은 팔에 힘을 줘 목을 슬슬 조여갔다.
"다시 말해봐라. 뭐라고?"
"이병... 김! 덕... 커헉!"
"해병이, 고통스러워?"
"아닙... 니다!"
"해병이, 아니야?"
"잘... 하겠습니다...!"
나도 당해봤지만, 저 질문은 늪과도 같다. 빠져나가려 할수록 점점 빠져든다. 해결 방법은 없었다. 운이 좋아 빠져나가는 것 뿐이다.
그 날부터 김덕배는 박철민 해병에게 집중 마크를 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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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식을 먹고 난 후, 박철민 해병은 px에서 사온 음식이 가득 든 봉다리를 책상에 올리고 커텐을 친 다음, 김덕배를 불렀다.
"어이, 베트콩."
"이병! 김! 덕! 배!"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라."
박철민 해병은 김덕배를 책상에 앉히고 그의 앞에 냉동만두와 냉동치킨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뭘 남기는 걸 싫어해. 너도 알지? 감사 인사는 됐다. 빨리 먹어."
김덕배는 냉동만두 포장을 찢어 그 자리에서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박철민 해병은 그 모습을 보며,
"니네 나라에선 못 먹는 거다, 그치? 남기지 말고 먹어야 돼?"
라고 하며 냉동치킨 포장을 벗겨 책상에 놓았다. 퍽퍽한 냉동치킨과 기름진 냉동만두를 먹던 김덕배는 책상에 석식까지 전부 토했다. 토사물에는 온전한 형태의 만두와 치킨, 그리고 삼키느라 생긴 피까지 섞여 있었다.
"이런 니미럴 씨발, 선임이 사주면 다 처먹어야지. 토를 해?"
박철민 해병은 상기됐지만 웃는 눈으로 김덕배를 본 후, 머리를 잡고 토사물에 박아 문질러댔다.
"나때는 10봉지를 혼자 다먹었는데, 군기가 빠져가지고."
박철민 해병은 김덕배의 멱살을 잡고 생활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했다.
"니들 빨리 다 치워. 난 튀기 새끼랑 할 말 있으니까."
그리고 생활관 문을 박차고 나갔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토사물을 치우는 것과 소리 죽여 흐느끼는 김덕배의 등을 쓰다듬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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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배가 토한 후, 며칠이 지났다.
"야, 베트콩. 내가 멍청했네. 입에 안 맞는 걸 억지로 먹이고. 그래서 준비했지. 니네 나라에서는 벌레 먹는다매?"
박철민 해병은 기어다니던 개미를 손으로 잡고 김덕배 앞으로 가져갔다. 김덕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통 요리 들어갑니다요~. 아~ 해."
김덕배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박철민 해병은 작업 중이던 나를 불렀다. 그리고,
짝-
귀에서 삐 소리가 났다. 아마도 귀를 세게 때렸나보다.
"야, 최길수. 니가 후임 관리를 못하니까 이러잖아."
"일병 최길수. 잘 하겠습니다."
박철민 해병은 계속해서 내 귀를 때렸다. 귀에서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병! 김! 덕! 배! 먹겠습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김덕배는 개미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그리고 헛구역질을 했다.
"만두보다 그게 더 맛있지?"
박철민 해병, 아니, 박철민이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벌레는 개미에서 딱정벌레, 딱정벌레에서 잠자리, 잠자리에서 팅커벨로 발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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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배는 날이 갈수록 핼쑥해져 갔다. 누가 뒤에서 톡 하고 건드려도 휘청거릴 정도로 말이다. 그러던 중, 우리는 되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너고야 만다.
"해병이 잠을 못 이기는게 말이 돼?"
"일병... 김..."
김덕배가 휘청거리자 박철민이 어깨를 쳤다.
"야! 어딜 감히 선임이 말하는데!"
김덕배가 바닥에 힘 없이 쓰러졌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박철민은 쓰러진 김덕배를 마구잡이로 밟았고, 이윽고 흥분이 가시자 자신이 뭘 했는지 알게 됐다. 많고 많은 말 중 우리를 보며 나온 말은 하나였다.
"사람 죽으면 어떻게 처벌 받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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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한 가지씩 있었다. 좋은 소식은 김덕배가 죽지 않았다는 것, 나쁜 소식은 국군병원 화장실에서 목 매단 채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유서에는 단 세글자가 적혀 있었다.
박철민
박철민은 헌병대에게 조사를 받은 후, 짧은 시일 내에 재판이 시작됐다.
"그저 신병과 친해지고 싶어서 친 장난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박철민은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난 봤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다.
재판 결과, 박철민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 몰래 V 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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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나는 박철민과 함께 근무를 서게 되었다. 그리고 나한테 말했다.
"야. 길수야."
"상병 최길수."
"그거 아냐. 사람은 죄를 지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
"내가 그걸 보여줄께."
그가 퀭한 눈을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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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밥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모습은 가관이었다. 퀭한 눈에 비쩍 말라가는 몸, 윤기를 잃고 빠져가는 머리카락, 볼록 불러오는 배. 마치 기부 단체 광고에 나오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같았다.
"앞으로 조금만. 번데기만 되면 돼."
그의 입에선 이 말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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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가 난리 났다. 박철민이 외출 후 복귀를 안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무장을 하고 포항 시내를 돌아 다녔다. PC방부터 모텔, 심지어 사창가까지 갔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부대는 박철민 탈영 후 실종으로 처리했고, 나와 박철민, 김덕배가 썼던 생활관은 폐쇄되었다. 나는 짐도 못 챙기고 다른 생활관으로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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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원사님이 나를 부르셨다.
"그, 길수야. 혹시 너가 썼던 생활관에 썩을 만한 뭔가가 있니?"
"병장 최길수. 없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 니네 후임들이 말이야. 계속 썩은내가 난다고... 문은 안 열리고, 커텐으로 가려져서 안은 안 보이고."
"글쎄 말입니다. 뭐 고기라도 들어갔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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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전 생활관 앞에 모였다. 그리고 주임원사가 빠루로 문을 땄다. 안은 조용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우리는 관물대를 열기 시작했다.
내 관물대를 열었다.
아무것도 없다.
박철민의 관물대를 열었다.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 김덕배.
관물대에선
벌레가 쏟아져 나왔다.
이윽고 복도를 통해 사라졌다.
남은 건 가죽만 남은 박철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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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합!
김덕배 귀신이 빙의한건가?
비슷한 내용의 문학을 구상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분위기 있어서 좋네
기합!
다시 태어난다는게 벌레로 다시 태어난건가?
호러물....기합!
ㄷㄷ
기합!
근데 최길수도 김덕배 맞선임인데 방관자 아님?
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