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6974년 전,

황근출 해병님께서 아쎄이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병문학] 아쎄이 황근출의 오랜 기억


악기바리.

해병대 아쎄이들의 악을 키우는 전통.

실무배치받고나서 선임들앞에서 과자나 냉동식품을 그냥 입에넣고 제대로 씹을새도없이 악으로 몇봉지씩 삼켜야한다.

황근출 해병님과 기열 황룡, 아니 아쎄이 황근출과 아쎄이 황룡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철곤 해병님은 맛동산을 드셨다고 했던가,

두 사람은 냉동만두를 먹어야만 했다.

둘이 합쳐 다섯 봉째 먹은 시점,

황룡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커흐윽...아끄으으윽......윽...으흐윽...!!"

황룡은 새하얗게 질려서는 쓰러져 버렸고,

그런 황룡의 뒤통수를 쎄무워커가 짓밟았다.

"대체 뭘 교육받고 오는거야? 선임 앞에서 꼴랑 배아프다고 쓰러지는게, 이게 해병이 할 짓이야? 나 참."

김덕팔 해병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발뒤꿈취로 황룡의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끄허억...!!"

"어쭈? 선임이 전우애로써 악을 다져주는데 비명을 질러??"

황근출 해병은 조심스럽게, 씹던 만두를 삼켰다.

오랜만에 먹는 만두라 첫입은 반가웠지만, 이제 어떠한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야, 엉덩이."

"악! 이병 이 영 동!"

김덕팔 해병의 거친 손바닥이 이영동 해병, 속칭 엉덩이의 뺨으로 날아들었다.

"!!!!!"

"너는 씨발, 니 맞후임 관리 안하니?"

이영동 해병과 황근출, 황룡은 아직 말도 해보지 않았다.

생활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을 맞은 것이 악기바리였기 때문이었다.

"악! 이병 이영동! 시정하겠습니다!"

"시정은 얼어죽을 씨ㅡ발 시정이야. 이제 반 먹었나? 저거 쟤네가 다 못먹으면 너가 저거 두 배로 먹는다. 알았니?"

"평걸아, 쓰러진 아쎄이 좀 손봐라."

"예에, 알겄당께요-"

"...."

"잘 봐두그라, 아쎄이..."




0bb0d70ccfdc1cb465ece0bc27c60a272dbb029657180fb1583c3d520d10ef510d4f1de4c49c9aed119d53ec23b6cf98a13e2e74408255b3bd860cd5a8fcb87c2bce8de7606f4f


"지그어어언!!"

김평걸 해병의 곰같은 엄지가 황룡의 전우애구멍을 찔렀다.

황룡은, 공포감에 "꺽...꺽" 거릴뿐, 입을 손으로 막고,

몇 번이고 계속된 지건을 전우애구멍으로 받아내었다.

바로 그때였다.

"악! 이병 황!근!출! 제가 이 모든 만두를 다 먹"

황근출은 말을 끝낼 수 없었다.

"씨ㅡ발, 누가 선임에게 말걸라고 했니?"

김덕팔 해병의 쎄무워커가 황근출의 명치를 강타했고,

황근출 해병님은 잠시 주춤거렸을 뿐,

비명소리 없이 버텨내었다.

"한 번만 봐줄게. 뭔데?"

"제가 이 모든 만두를 다 먹어내어! 악이 있다는것을 증명하겠습니다!!"

"...좋아, 대신에 못 먹으면,"

"너는 사지 멀쩡히 여기서 못 나갈거야. 알겠니?"

"악!!!"



황근출은 정말로,

남아있는 만두 다섯 봉지를 혼자 먹어치웠다.

당연히 그날 밤, 3사로에서 그는 모든 것을 게워낼 수밖에 없었고,

그 등을 황룡이 두들겨주고 있었다.

"근출아. 미안해..내가 병신같이.."

"아니야. 넌 아무 잘못 없어."

"룡이 넌 먼저 가봐."

황룡은, 눈시울이 붉어진채로 사로를 떠났다.

그리고 문이 열린 사로에는,

누군가 "사격을 하러오기 마련이다".


"근출아~여기 있었니?"

"...악! 이, 이병 황 근..."

"따흐악...!!!"
.
.
.
.
.


두 달이 지났다.

황근출은 매일같이 김덕팔에게 전우애를 하사받고 있었다.

아니, 강간당하고 있었다.

"게워내던 뒷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라는 좆같은 이유 때문에.

"흑...흑흑.."

김덕팔 해병은, 그를 강간하지 않을때는 두들겨 팼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황룡에게 악기바리를 시켰다.

김평걸 해병은 경계근무 중에,

군복이 찢어질 정도로 지건을 먹였고,

찢어진 군복으로 징계와 강간을 당하는건 오롯이 황근출의 몫이었다.

황룡은 그를 감싸줄 힘이 없었다.

엄밀히는, 옆 생활관 마갈곤 해병과 함께 작업에 불려나가는게 일이었고,

농땡이 부리는 마갈곤 해병 대신 모든 작업을 도맡아 하느라 항상 기진맥진해 생활관으로 돌아오면,

김평걸 해병님의 지건을 맞아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그는 3사로에 쭈그려 앉아 홀로 그 서러움을 풀수밖에 없었다.

'똑똑똑'

"근출아, 거기있지?"

"...악! 이병 황,근...크흑...출...!!"

"근출아. 초병의 무기사용 시기는?"

황근출 해병은 조금 더듬고, 조금 울먹였지만,

훌륭하게 외워내어 보였다.

"이야, 그걸 벌써 다 외웠어? 헷갈리지도 않았고?"

"악! 감사합니다, 이 영동 해병님!!"

이영동 해병.

사회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군 복무 시기를 복학일정과 맞추려다 보니 해병대에 입대한 사나이였다.

조금 긴 얼굴에 둥근 안경,

팔도 길었고, 키는 황근출보다 살짝 작았으며, 근육도 지방도 평균 아래였다.

특히, 엉덩이가 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래서 항상 한 치수 큰 바지를 벨트로 꽉 조여매곤 했다.

"근출아, 넌 정말 잘하고 있어. 누구보다 기합찬 아쎄이야!"

"나는 너가 알상병일때가 제일 기대된다니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영동 해병님, 감사합니다..!!"

이영동 해병은, 황근출 해병에게 군인으로써 외워야할 정신전력 등을(황룡은 쓱 보더니 이걸 다 외워버려서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꾸준히 가르쳤고,

그 과정에서 황근출 해병의 고통을 위로(사젯말로 위로)해 주었다.

그날도, 주계장에 가기를 무서워하는 황근출 해병을 그가 격려해주고 있었다.

"밥은 먹어야지. 응? 우리는 밥 먹는 것도 명령이라 했잖아. 명령불복종 할 순 없지?"

"...하지만, 간다면 분명 악기바리를..."

그때였다.


3ab3e230c2f331f03deae39434843c70abdc5b60f23c189c62fdcb9ef46695f5b5acab3cf154e79e1e499ebb5725ed4c85d782371581d5ba4626bcc463ccb26f2a7cdabe2142ee


"...악! 이병 황 근 출!!"

"....!! 악! 일병 이 영동!"

"근출아, 선임들 기다린다. 얼른 와."

"밥기바리 해야지."

밥기바리.

김덕팔 해병이 "해병은 국민의 피와 땀인 밥을 남겨서는 안된다"며 만든,

주계장의 밥은 쌀알 한 톨까지 먹어치워야 한다는 전통.

당연히 악기바리의 형식으로 실시되었고,

이미 황근출 해병은 점심밥으로 밥기바리를 당했었다.

그리고.

"김덕팔 해병님!! 근출이는 이미 점심에 했지 않습니까!!"

"...어머. 엉덩이 주제에..?"

"차라리 제가 하겠습니다! 오늘 저녁의 밥기바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 아닙니다, 이영동 해병님! 제가.."

"황근출 해병!!! 선임말에 토 달게 되어있나!!!"
"...."

"어머, 진짜? 너가 대신 한다고 했다."

"따라와."

.
.
.
.

이영동 해병은 끊임없이 쌀을 씹었다.

그리고, 솥의 쌀이 동나자,

김덕팔 해병은 짬통을 들이밀었다.

짬통 옆에 붙어있던 쥐새끼가 도망갔다.

"너가 한다고 했잖아. 자신 있지?"

"오늘부터 이건 짬기바리다, 짬기바리! 알겠지? 킥킥킥킥...."



짬통에 가득한, 음식물 쓰레기를 두 숟갈째 입에 밀어넣자,

이영동 해병은 구토하며 쓰러졌다.

씨발 도저히 먹지 못했던 것이다.

"우욱, 우우우욱....!!!"

"어라아~~? 엉덩이 해병니임~~~?? 다 드실 수 있다지 않았나요오~~~?"

"야, 이새끼 밟아!"

수많은 군홧발이 이영동 해병을 감쌌고,

둔탁한 소리가 주계장을 메웠다.

이윽고 제풀에 지친 해병들이 군홧발을 치우자,

이영동 해병은 엉덩이를 치켜세운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 으이, 엉덩이! 일어나라, 으이??!"

김평걸 해병이 이영동 해병을 걷어차자,

이영동 해병은 말도 소리도 없이 쓰러졌다.

"....??!!!!!"

"어, 어...!! 김덕팔 해병님, 엉덩이가 숨을 안쉽니다!"

"...뭐???"

김덕팔 해병은 그제서야 새파랗게 질렸다.

69초(사젯말로도 69초)동안, 소름끼치는 정적이 주계장을 감쌌다.

그리고.

"묻어."

"...예??"

"씨발 김평걸 개새끼야! 이새끼 묻으라고!!!"

"..이새끼는 탈영한거다. 알았냐?"

"초소 밑으로 어떻게 어떻게 나간거야."

"알았으면 대답해..씨발 개새끼들아!!!!"

"....악!!!!!!!!!!!"

.
.
.
.

순검시간 전,

김평걸 해병은 황근출 해병과 함께 땅을 팠다.

그들의 추악함을 묻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순간,

이영동 해병이 엎드린 풀숲이 사각, 하고 소리를 내었다.

"뭐여...뭐여!! 살아있는겨??!!"

"씨, 씨바아알...!!"

"뒤져, 그냥 뒤져!! 이 씨발 좆기열 새끼야!! 니만 뒤지면 다 끝난다고!!!"

김평걸 해병은 사정없이 이영동 해병의 머리를 야전삽으로 후려쳤다.

황근출 해병은 그 "빡깡, 빡깡"하는 소리에 그저 덜덜 떨 뿐이었다.

"윽,으윽...으으으윽...!!"

.
.
.
.
.
.

이영동 해병이 굳이 복학 스케줄을 맞추려고 공군이 아닌 해병대를 고른 이유는,

그를 언제나 사랑해준 부모님, 특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사시는 포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경찰 고위직에 있던 이영동 해병의 외삼촌은,

자기 조카가 탈영했다는 걸 믿지 않고 수사를 진행,

결국 누군가가 숨겨둔, 반쯤 불탄 이영동 해병의 수기록에서 증거를 잡아,

김덕팔 해병 외 5명을 긴급체포,

자백을 얻어내었다.

이로 인해 해당 부대의 대대장은 짤렸고,

곽말풍이란 중령이 새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 날 이후로,

황근출 해병님은 미친듯이 근육을 불려나갔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이.

황룡은 아무도 모르게, 화상 입은 손가락을 주머니에 숨겼다.

이영동 해병은 순직이 인정되어 화장되었지만,

유가족의 절망과 분노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불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정없이 머리를 얻어맞은 이영동 해병이 그때 그 수풀 언저리에 남아 있게 되었다.

잡초가 길게 자라 그의 육신을 덮었지만,

그 육신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몰랐다.

야전삽으로 머리를 맞기 직전의 이영동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完-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