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의 울음소리와 향 냄새가 한데 섞였다. 아버지는 구석에 앉아 육개장을 안주 삼아 소주를 홀짝이고 계셨다. 아버지는 조문객들이랑 맞절할 때 빼고는 내내 앉아 계셨다. 고모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민수야, 니네 아빠랑 아직도 화해 안 했니?"
나는 말 없이 방명록을 넘겨 빈 페이지를 찾았다. 아버지랑 말을 안 한지 지금으로 3년이 됐다. 이유는 사소했다. 바로 군대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두 분 다 해병대를 나오셨다. 언제나 해병대 출신인 것에 자부심을 느끼셨다. 그러던 중, 내가 육군을 가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휴가 때는 물론, 면회 한 번을 오지 않으셨다. 전역 후, 아버지는 고생했다는 얘기 없이 한 마디를 뱉으셨다.
"나가라. 네 살 길 찾아 가라."
나는 그 날 이후로 아버지와 연을 끊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어느덧 중반에 접어 들었다. 밖에서 군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신발도 신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경례 소리가 들렸다.
"필! 승!"
어찌나 크던지 식사 중이시던 손님들이 놀라 숟가락을 육개장에 떨어뜨릴 정도였다. 아버지는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 앞에 데려왔다.
"황민수. 여기는 손 박사님이시다. 인사 드려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은 아버지 행세를 하겠다 이거였다. 나는 썩은 표정으로 고개 숙이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아버지는 손님을 데리고 구석으로 가 같이 술을 드시기 시작했다.
"그래, 요즘 몸은 어때? 괜찮나?"
"아주 좋습니다! 역시 젊음이 최고입니다!"
"조심하게. 아직은 격하게 움직이면 안돼."
"알겠습니다!"
그리고 둘은 옛날이 좋았다느니, 더 젊어졌으면 좋겠다느니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밖으로 나갔다. 난 아랑곳 않고 하던 일을 마무리했다.
어느덧 밤이 되고 나와 아버지만 빈소에 남았다. 고요했다. 원수끼리 남아도 지금보다 시끄러웠을 것이다. 난 아버지를 보기도 싫어 아버지를 등지고 벽을 보며 잠을 청했다.
1시쯤 됐을까, 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대체 어딜 가는건가 싶어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몰래 뒤를 따라갔다.
우리가 있는 장례식장은 병원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저 앞에 누군가 있었다. 아버지는 낯선이와 대화를 하더니 병원에 들어갔고 나도 뒤를 따라 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체 안치소였다. 아버지가 자물쇠를 살짝 만지자 자물쇠가 사라졌다. 그 옆에 있던 사람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어깨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시체 안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난 숨을 죽이고 둘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30분이 지났다. 지금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왜 둘은 나오지 않는걸까. 이 일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난 숨을 틀어막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둡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다. 시체랑 같은 방에 있다니, 그 것도 모자라 본 적도 없는 시체들이랑. 저 코너 너머에 아버지가 있다. 코너를 넘어 보려는 그 때,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아쎄이."
"아. 육개장보다 좋습니다."
"옛날 느낌이 나나?"
"몇 십 년 됐으니 당연합니다."
맙소사, 그건 아니겠지. 그건 아닐꺼야. 신이시여.
"아들이 보면 어떨 거 같나."
"이해할 겁니다. 이 답답한 건 벗어도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그래."
정체 모를 물체가 날아왔다. 가발이었다.
"헉!"
그 순간, 아버지가 나를 덮쳤다.
정신이 들었다. 내 팔다리가 결박되어 있다. 그리고 군가를 콧노래로 부르며 톱과 가위를 보는 손 박사가 있었다.
"정신이 드나?"
"이게 뭐야! 빨리 풀어!"
"시끄럽군. 신사적으로 하려 했는데."
손 박사는 행주로 가위날을 닦고 내 입에 재갈을 채우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소개하지. 손 으로하는수술은뭐든지잘해 라고 한다네. 의무병으로 복무했지."
그러고는 내 이마를 들추고 매직으로 선을 그었다.
"진시황을 아나? 죽지 않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지. 그리고 나는 완전히 알아냈어."
시끄러운 바리깡 소리. 그리고 머리카락이 조금씩 밀렸다.
"시계에 건전지를 가는 느낌이지. 아니, 시계를 교체하는 느낌일까?"
큰 손이 내 머리를 잡고 고정시켰다.
"잘 자렴."
아버지가 말했다.
아니,
할아버지가 말했다.
톱날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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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합!!!
할아버지도 사실 안죽었던거임?
새끼...기합!
악
ㄹㅇ 진국 스릴러 감성이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ㄷㄷ
개재밌다
잘 봤음
ㅠㅠ
겟아웃 생각나네 몸 바꿔치기는 언제 봐도 존나 소름돋는 소재지
기합!
악!
기합!!!
너무너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