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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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병문학] 적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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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문학] 골목길의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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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 단편문학] 해병을 위한 해병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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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문학] 가스조절기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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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부는 자그맣고 건조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갈 때의 그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은 이 영산강 강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느낌이었다.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노을은 결결이 반짝이는 강물을 타고 넘나들고 있었고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기라도 하듯 황금빛으로 흐드러지게 물들은 강가의 갈대밭은 은은하게 불고 지는 강바람에 눕고 일며 뒷짐을 지고 서있는 김씨의 손가락을 희롱하듯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창 물오른 가을의 향기로운 정취를 즐기는 이는 김씨 혼자 뿐인 듯 했다. 인적의 흔적이라고는 언제 설치되었는지도 모를 뚝방길의 낡고 허물어진 콘크리트 배수관 뿐, 바로 이런 사람의 발자취가 끊기고 인적이 드문 장소가 김씨가 찾던 장소였다.



영산강.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 님.



모 노(老) 가수가 부른 <영산강> 이라는 노래에서의 가사이다.



비록 천년에 한번, 그것도 백마까지 타고 오는 님은 아니었지만 김씨가 현재 기다리고 있는 그는 님이라고 칭하여도 부족함은 없는 사람이긴 했으리라.



바람소리만이 고요하게 들리는 가운데, 멀리서 자동차 주행음이 들리더니 이내 점차 가까워졌다. 배기음마저 은연 중에 들리는 것으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평소 거칠게 운전하는 그인 듯 했다.



김씨 뒤로 다가온 어느 붉은 빛의 봉고차는 불안정하게 덜덜거리던 엔진이 꺼졌고 이윽고 운전석이 열리더니 어느 사내가 내렸다. 사내는 한 눈에 보아도 건장한 체격의 단단하고 다부졌다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짱돌 같은 생김새였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뒤돌아보는 법 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황금빛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일거리는?"



자갈밭을 바삭거리며 걸어온 사내가 자신을 등지고 있는 김씨에게 말을 걸었다. 김씨와 사내의 모양새로 보건대, 둘은 이런 식으로 자주 만남을 가진 듯 보였다.



김씨는 말없이 입고 있던 후줄근한 잠바의 안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들고는 비로소 고개를 돌려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죽이되 방식은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대가는 그 녀석 자체요. 삶아먹든 튀겨서 먹든 좋을 대로 하시오."



김씨의 말에 사내는 킬킬거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랫만에 고기 맛 좀 보겠군."



환하게 지어보인 미소로 드러난 그의 가지런한 치열의 이빨들이 노을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조만간 그 놈의 고깃덩어리는 저 이빨에 의해 뜯기고 찢겨나가겠지.



차마 인간으로서 할 도리는 아니고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행동은 아니었으나, 이것만이 허망하게 비명횡사한 아들의 넋을 달래주는 길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김씨였다.



이 영산강의 강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고뇌하고 망설이며 허망하게 보내었던가!



만약 군에서 좀 더 명확하고 진실되게 김씨에게 아들의 사인에 대해 소상히 알려주었더라면 그가 이곳 이 자리에 와서 서게되는 일은 결코 없었으리라.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닌, 매정하고 남 보듯 하였던 군에 있었다.



"일에 대한 경과와 결과는 저번처럼 황씨를 통해 알려주지."



그 말을 남기고는 사내는 몸을 돌려 타고온 붉은 빛의 봉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졌다.



사내가 떠나간 빈 자리를 바라보던 김씨는 고개를 돌려 물끄러미 강을 내려다 보았다.




물 속에는 몰려가는 송사리 떼들이 즐비했다.



그 사이사이 미소 띤 아들의 얼굴이 이따끔 보였다.



그리고 아들놈은 귀신 같은 김씨의 얼굴을 맞이하고 있었다.



천년에 한번 백마타고 오시는 님.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