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새벽의 거리

한 남자가 걷고 있다.

그 남자는 때로는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연속해서 앞구르기를 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남자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군대를 갔다오더니 이렇게 됐어요"

"말짱했지... 말짱했어.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똘똘한 사람인데 저래 됐다니까"

"안타깝죠. 지금 40이 다 돼가는데 결혼은커녕 직장도 못 잡고 저러니까... 정신이 온전치 못하니까 불쌍하죠"

"원래 대학도 나오고 군대도 갔다왔는데 무슨 해병댄가 하는데 끌려가서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 조져놨다고"

아무래도 남자와 군대가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남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선생님, 잠깐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혹시 군대..."

"아니 됐어요. 가세요 그냥... 안 말하고 싶어요"

"선생님 힘든 군대 나오셨다고 하셔서 얘기 좀 듣고 싶어요"

"힘들긴 했죠 뭐 소닉, 마리오 막 이런 거 했으니까 힘들지"

소닉? 마리오?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에 나오는 그것인가?

이윽고 그 남자는 다시 또 땅바닥에 앞구르기를 하다가 동전을 떨어뜨리고 허겁지겁 주었다.

10원짜리 동전이 한 3만원어치쯤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수소문 끝에 남자와 동기라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저거 소닉이네 소닉. 맞아요. 부대 있을 때 저거 많이 했지"

"해병대에서 하는 거예요. 소닉 하고 마리오"

"해병대요?"

생소한 이름이었다. 육해공군은 들어봤는데 그런 군대도 있었나?

"소닉은 그 막 구르는 거잖아요? 계속 땅바닥에 앞구르기를 시켜요. 막 앞에 부딪히게 해서. 그리고 동전을 주는데 떨어지면 빨리 주머니에 넣어야 돼요."

"네 그리고 선임들이 계속 동전을 주죠. 100개가 되면 1up라고 안 끝났다고 계속 시키죠"

"그럼 마리오는 뭐죠?"

"마리오는... 슈퍼마리오 게임 아시죠? 그걸로 가혹행위를 하는 건데, 애들이 하는 게임을 갖다가 진짜 천벌받을 놈들이지"

"내가 봤을 때 소닉보다 마리오가 더 악랄한 거 같애. 진짜 악마새끼들이야 어떻게 그런 짓거리를 하지?"

"어떤 식으로 하는 건가요?"

"일단 후임을 불러요. 그리고 쪼그려뛰기를 막 시킨다음 오리걸음으로 오게 해요. 아직 버섯을 안 먹은 거죠."

"그리고 버섯을 먹으면 자라는데 선임이 버섯! 하면 일단 옷을 다 벗어야 돼요. 벗엇!이니까... 그리고 선임 다리 사이에 있는 버섯을 먹으면 키가 자라는, 똑바로 설 수 있는 거죠"

'우욱 씹...'

"그렇게 버섯을 먹으면 올챙이크림이 나오거든요 선임 버섯에서? 그럼 하얗게 되잖아요 후임이? 그럼 버섯이 이제 "꽃(추)"가 되니까 불을 쏠 수 있죠. 그럼 불알을 잡고 던지는 시늉을 해야 돼요"

"진짜 끔찍하네요"

"별도 있어요. 무적 되는 거. 후임을 막 패요. 그럼 사람이 별이 보이잖아요? 그럼 무적이니까 아픈 티를 내면 안 돼"

"혹시 초록버섯 아세요? 한 목숨 주는 거? 선임 가랑이나 발가락 사이에 있는 푸른곰팡이 먹이는 건데 생명을 줬다고 하죠"

'진짜 토쏠리네...'

"굼바랑 노코노코도 있었지 굼바는 후임들 쭉 눕혀놓고 밟는 거, 노코노코는 노콘노콘이라고도 하고 오토코노코노코라고도 하는데 그 등껍질로 쭉 때리잖아요. 기차처럼 한줄로 쭉 세워놓고 전우애시키는 거... 이것도 한목숨 더 주니까 계속 해야되죠"

나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지옥에 가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 선생님은 어떻게 해병대?에 오시게 된 거예요? 지원하신 건가요?"

"뭐 지원이라면 지원이죠. 군대 제대하고 일자리 찾고 있는데 안정된 직장이라고 하니까... 들어온 거지"

"그럼 군대를 갔다 왔는데 다시 간 거예요?"

"네. 수컷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겠다고 하니까 막 좋아서 (살려줘 살려줘) 온 거죠. 자진해서"

"어떤식으로 훈련 받았나요?"

"뭐 똑같아요. 다른 군대랑. 근데 여긴 기초훈련 끝나고 부대에 가면 옷이고 뭐고 다 압수하고 빨간팬티만 입어요."

"그리고 노래도 톤톤보ㅇ가 그런것만 부르고 악기바리(식고문)하는데 나중엔 올챙이크림만 먹이고 성고문으로 바뀌죠. 전우애 하고. 짜장 먹이고"

"아마 부대에 가 보시면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부대로 가는 봉고 한 대 불렀으니까 모시러 올 겁니다 좀만 기다리세요"

나는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기쁘기 그지없었다. 언론인으로서 사회고발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랑스러웠다.

잠시 후 나를 부대까지 데려다 줄 흰 봉고차 한 대가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영광이었습니다!!"

봉고차는 부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속도가 오르자 안전을 위해 문이 자동으로 잠겼다.

아마 부대에 도착할 때까지 이 문은 열리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