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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놀랍군! 먹을 것이 늘 부족했을 고대에도 이런 골격의 사람이 존재했다니 말이야!"
A 교수의 감탄어린 어조에 B 조교는 홀로 잠소하였다.
평소 늘 근엄하고 무뚝뚝하기만 하던 이 노 교수에게도 이런 어린아이 같이 들떠하는 면모가 있다니.
하기사, 자신의 연구분야와 관련된 직접적인 유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라 할 수 있는 아흔 살에 접어든 이 노 교수에게도 이따금 출토되고 발굴되는 유물이란 늘 첫사랑의 떨림에 버금가는 설렘을 가져다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빛바란 회색빛 눈동자에도 생기가 감돌고 있었고 그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꼬리는 어느새 그의 기분처럼 들떠있기라도 한 듯 한껏 위로 올라가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형태의 유골이 나온건 처음이 아닌가! 이 자의 두개골을 보게나, 현대의 인류보다 1.5배는 더 큰 것 같구먼! 그리고 이 정강이 뼈도 한번 보라지! 이 정도의 굵기와 길이였으면 생전에 그의 다리는 그야말로 무쇠덩어리를 보는 듯 했을게야! 이런 다리로 가슴팍이라도 걷어차이는 날에는 난 그 즉시 그 자리에서 절명 했을테지."
A 교수는 자신의 눈 앞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해부대에 누워있는 어느 고대 전사의 유골을 보며 기쁨에 들떠 어찌할 줄 모르겠다라는 듯 눈으로 이리저리 뜯어 보고 있었다. 마치 신이라도 영접한 듯한 신앙심 깊은 신도의 모습이었다.
과거 바다의 병사라고도 불리우던 그들은 '해병' 이란 고대의 전사들이었다. A 교수는 실전된 줄만 알았던 '해병문학' 이라고 불리우는 고대 문헌집을 고대 도시, 포항에서 발굴한 것에 이어 그 문헌 상의 기록에서만 전해져 오던 전설 속의 인물들의 유골을 그 인근의 유적지에서 발견한 참이었다.
"과연 기록 상에서만 존재하던 그들에 대한 묘사와도 일치하는 듯 하군 그래. 거구의 몸집에 마치 갑옷을 연상케 하는 그들의 근육과 피부. 그들의 유골만 보더라도 충분히 이 사람의 생전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듯 하군!"
B 조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의 들뜬 모습이 여전히 생소한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럼 이제... 이쯤에서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때가 무르익은 듯 하구먼."
돌연 아까의 들뜬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다시 사뭇 진지해진 어조의 A교수였다. 그의 말에 B 조교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A 교수를 바라보았다.
"그 다음 발걸음이라고 하심은...?"
"......뭐겠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 확인이지."
B 조교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가 무겁게 입을 여는 A 교수였다.
그러자 B 조교의 표정도 삽시간에 굳어졌다. 행여나 이번에도 농담인가 싶어 A 교수의 안색을 유심히 살피던 B 조교는 여느 때보다 더욱 진지해진 듯한 A 교수의 표정에 그만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고요하던 해부실에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B 조교의 입에서 겨우 새어나온 떨리는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농담이 아니셨군요? 교수님께서 늘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그게 진심이셨던거군요...?"
"그렇다네."
"하지만 교수님, 내세우신 가설대로 정말 이 해병에게 바이러스가 있다라고 한다면 그건 말그대로 고대의 바이러스입니다. 미지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시어 손쓸 방도가 없다면 어쩌실 겁니까?"
"그래서 내 일찍이 자네에게도 큐어-X를 준비해두라고 일러두지 않았던가. 현대 의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치료제란 말일세. 그걸로 수백년 전의 병균 하나를 처치 못하겠는가."
"하지만...."
말 끝을 흐리는 B 조교를 보며 A 교수도 그의 걱정과 우려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라는 듯 손사래 치며 덧붙였다.
"알고 있네. 물론, 이건 모험이야. 모험이고 말고! 나 또한 위험을 감수하고 내 스스로가 실험체가 되는 것에 대해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가설을 증명만 할 수 있다라면 난 나의 생명을 걸고 한번 도전해 볼 의향이 있다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큐어-X의 약효를 믿기도 하니 말이야."
"큐어-X는 단지.... 폭력적인 성향만을 낮추어 줄 뿐입니다... 그냥 교도소에서 시행하는 범죄자들의 재사회화 프로그램에나 쓰이는 약물이란 말입니다.."
B 조교의 말에 A 교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나의 가설이 무엇이었나? 이 해병문학 상의 기록에서 전해져오는 해병들의 폭력적이고도 가학적인 성향과 성 도착증, 그리고 온갖 기이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한 그들의 행동들은 어쩌면 그들이 폭력적인 성향을 유발하고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르지! 이번이 바로 그 기회란 말이야!"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 A교수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했다. 열변을 토하는 그의 말에는 자신의 세운 가설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녹아 있는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그토록 잔인하고도 비인륜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차라리 질병이라 믿고 싶더군. 난 이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자, 이쯤하고 준비하지."
"....예."
B 조교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어차피 자신이 말린다고 한들 이 노 교수가 평생에 걸쳐 쌓아오고 길들여온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기에 B 조교는 유골의 두개골 부위에서 유골의 조직샘플을 채취한 후, 어느 투명한 약품용액에 섞어 희석시켰다.
어느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을 띄게 된 용액을 그대로 주사기에 주입한 B 조교는 이제 피험자이자 실험자이기도 한 A 교수를 한껏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걱정말게. 우리에겐 큐어-X가 있으니 말이야. 혹시나 내가 이상반응을 보이거든 큐어-X를 지체말고 나에게 주사하고 그 밖의 다른 온갖 백신들도 망설이지 말고 즉시 투여하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B 조교는 예리한 주사기 바늘끝을 A 교수가 겉어올려붙인 팔뚝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고 조심스레 노 교수의 축져진 살가죽에 푹 찔러넣고 피스톤을 천천히 눌렀다.
칙칙한 빛깔의 용액이 거침없이 주사기의 실린더를 타고 흐르며 A 교수의 체내로 들어가고 있었다.
투여하고 얼마나 흘렀을까. 찰나의 시간에 가깝긴 했으나 그들에게 있어서는 1분 1초가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었다.
"으음... 아직 별다른 느낌은 없는데..."
A교수는 팔을 저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음... 샘플이 좀 더 필요하려나-"
그 순간, A교수가 말을 멈추었다.
B 조교가 흠칫하는 찰나, A교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노 교수의 늙은 육신의 어디에서 저토록 큰 비명이 쥐어짜여 나오는지 모를만큼 그가 고래고래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온 연구동이 떠나가라 울리고 있었다. 흡사 짐승의 포효소리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A 교수는 뭔가 고통에 몸부림치듯 입고 있던 실험복을 쥐어 뜯기 시작하였다.
B 조교는 당황한 나머지 들고 있던 주사기를 내팽개치고 애써 침착하려는 듯 두리번거리며 큐어-X를 찾기 시작했다.
어디에 두었더라-
황망한 가운데, 돌연 A 교수가 옷을 찢기 시작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몸집이 커지는 바람에 옷이 찢겨나가고 있었다. 마치 베이킹파우더를 넣은 빵이 부풀어오르는 모양을 빨리감기라도 한 듯한 속도였다.
그리고 찢겨나간 실험복의 옷자락 사이사이로 구릿빛의 다부진 근육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옷이 거의 다 찢겨 나가자 그의 상반신이 온전히 드러났다. 윤기가 흐르는 근육으로 뒤덮인 이 무언가는 더이상 아까의 왜소하고 연약한 육체의 A 교수라 부르기도 뭐한 다른 존재였다.
툭툭하고 옷이 찢겨나가며 그의 고통에 가득찬 비명소리도 어느새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탈바꿈해가고 있었다. 노인 특유의 힘빠진 음색은 온데간데 없었다.
".......교, 교수님..?"
두려움에 젖다 못해 거의 울먹거리고 있는 B 조교의 손에는 큐어-X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자신의 키를 아득히 뛰어넘은 A 교수의 거대한 몸집 앞에서 그깟 주사기는 너무나도 무력해보였다.
A 교수는 여전히 혼자 으르렁대며 뭐라 중얼대고 있었다. 뭐라 알아들을 수는 없는 언어였다.
".....교수님..? 괘, 괜찮으십니까...?"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B 조교의 연이은 물음에 A 교수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갑작스러운 신체의 변화 때문인지 눈의 실핏줄은 죄다 터져 그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그의 입과 코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얼굴 또한 팽팽하게 팽창되어 부풀어져 올라있었다.
"......Saeggi....."
이빨을 뿌드득 갈며 새어나오는 마찰음과 함께 그의 입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도 완전히 바뀌어 생전 처음 듣는 중저음의 웅웅 울리는 목소리였다.
"교, 교수님...?"
"......Saeggi...., Giyeol!"
그리고는 A 교수가 B 조교에게 달려들었다.
- 끝 -
존나 무섭네....
아 그래..? 웃기게 쓴건데...
웃기게 쓴 거란 건 아는데 후반부 변형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저거 뇌내 상상해보니깐 좀 지렸음
너무 무섭다
기합...
이제 황룡이나 안돌격을 부활시켜가지고 걔네 몸에서 항체 찾아내야겠네
해병 바이러스 ㄷㄷ
큐어-x도 황룡같은 기열찐빠 의료진이 해병을 막으려고 개발한걸까?
따흐앙!!!
이렇게 포항 해병대가 오래전에 사라져서 고대의 존재로 연구하는 문학 진짜 재밌음ㅋㅋㅋ
히익
무서워
새끼 기합!
악
새끼... 호러!
둠 리부트 도입부로 써도 될듯 ㄹㅇㅋㅋ
영화 '69일 후' 오프닝 기합!!
새끼 호러!
6.25나 월남전 문학도 보고싶다
한번 써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