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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무더운 어느 날.
근출의 소집명령에 따라 해병들이 연병장에 오와 열을 맞추어 그들이 쓰고 있는 팔각모의 날카로운 각 못지않은 각이 잡힌 모습으로 우뚝 서있었다.
찰나의 시간이었음에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후덥지근한 뙤약볕 아래 잠시 서있기만 해도 금방 땀이 맺히는 찜통 더위였다.
그리고 사열대에는 근출이 늠름한 자태를 과시하듯 팔짱을 낀채 해병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고요한 침묵만이 감도는 가운데, 이윽고 근출이 우렁차게 외치듯 입을 열었다.
"자, 오늘부터 매일 아침 '칭찬합시다' 캠페인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말 그대로 본인이 생각하기에 평소 행실이 짜세가 가득하여 뭇 해병들의 귀감이 되는 전우들을 칭찬하는 것이며 지목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식의 릴레이 형식으로 할 것이다! 칭찬을 받은 그 전우에게는 포상이 주어질 것이니, 그 포상을 위해서라도 다들 앞으로의 행동에 더욱 유의하고 귀감이 될 수 있게 분발하도록!"
근출의 뜻밖의 발언에 해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아쎄이들은 저들끼리 수군대고 있었고 짬이 높은 오도해병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망설이다가 한두명씩 손을 들어 의문을 제기하였다.
"황근출 해병님, 이 캠페인의 취지가 궁금합니다."
손을 든 해병들 가운데 제일 먼저 질문이 허용된 이는 박철곤 해병이었다.
"음! 예상했던 질문이군! 간단하게 설명해주자면 이렇다. TV에서 보니 기열땅개에서 방금 내가 말한 병영 캠페인을 하고 있더군. 서로를 칭찬하는 것으로 전우애 의식이 싹트고 고취된다라는 헛소리를 늘어놓던데, 기열땅개 주제에 어찌 감히 전우애라는 신성한 단어를 입에 올린단 말인가! 전우애를 전투력의 근간으로 삼는 우리에게 있어서 기열땅개에 뒤쳐져서야 쓰겠나! 아무리 기열스러운 놈들이라 하여도 좋은 것은 취해야 할 듯 하여 시작하게 되었네!"
근출의 말에 아쎄이들은 물론 오도해병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와 지지의 뜻을 보냈다. 사실, 서로를 칭찬하는 것이야 아무래도 좋았고 정작 그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근출이 공언한 보상이었다.
"참고로 보상은 아주 다양하다! 그 날만큼은 해병푸드를 원없이 먹게 해주거나 전우애를 원하는 만큼 하게 해준다던지, 혹은 허용되는 범위에서 원하는 바를 들어주도록 하겠다!"
비록 조건부였지만 원초적 본능에 충실했던 해병들은 환호하며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칭찬 따위야 시답잖은 이유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그만 아니던가. 오직 뒤따를 보상에만 경도되어 있던 그들이었다.
"자, 그럼 오늘이 첫날인만큼 나 먼저 시작하도록 하지! 오늘 나의 칭찬을 받은 전우는 내일 다시 이 자리에서 다른 전우를 칭찬하면 된다!"
근출의 말에 모두가 마른 침을 삼켰다. 과연 첫 영예를 떠안을 전우는 누구일까.
"요즘 보니 무모칠의 행동이 짜세가 가득하더군! 자진입대를 받아 오는 아쎄이들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가는 듯 하고, 탈영하는 아쎄이들도 다시 잡아와 즉시 처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정한 오도해병의 모범상 그 자체라 생각한다! 고로, 나는 무모칠을 칭찬하겠다!"
근출의 지목을 받은 무모칠 해병은 쑥쓰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고 반면 그의 영혼의 단짝인 톤톤정 해병은 그 곁에서 부러움은 물론 함께 지목받지 못했다라는 섭섭함으로 낯빛을 흐리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둡던 그의 얼굴이 더 어두워지다 못해 씹창이 나버렸다.
"하핫, 감사합니다! 황근출 해병님!"
"음! 그러면 원하는 것을 얘기해보도록!"
"네, 저는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냥 오늘 저녁에 있을 '자진입대 접수' 근무를 저 대신 이 아쎄이가 나가게 해주십시오!"
모칠은 낄낄 웃으며 자신의 옆에 서있는 어느 한 아쎄이의 등을 탁 치며 말했다.
졸지에 갑자기 선임의 근무를 짬맞게 된 아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으나 지극히 당연한 해병대의 전통이었기에 별 수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새끼... 기합! 좋다! 오늘 무모칠 해병의 저녁근무는 저 아쎄이가 대신 나가도록 한다! 이의있나, 아쎄이!"
있을리가 없었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었다. 뻔한 문답이었지만 아쎄이는 애써 마음에도 없는 웃는 낯빛을 지어보이며 아쎄이다운 기량을 뽐내듯 힘차게 대답하였다.
"악! 제가 바라던 바입니다! 선임을 대신하여 근무를 설 수 있는 것 만큼 즐겁고 영광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새끼.... 기합!"
근출은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고 모칠 또한 씨익 웃으며 낄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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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황룡의 예상대로 근출이 시작한 '칭찬합시다' 캠페인은 어느새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된지 오래였다.
근출 → 모칠 → 톤톤정 → 손수잘 → 견쌍섭 → 조조팔 등등....
짬이 높은 선임들만 최우선적으로 지목되어 또한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지목하여 순환하듯 혜택을 받아가는 전형적인 폐단 그 자체였다.
우선 정말 지극히 그들다운 칭찬 사유는 둘째치더라도 그 혜택과 보상은 응당 아쎄이들에게까지 골고루 돌아가야 했건만, 그마저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이 좆게이 새끼들... 뭘 좀 제대로 된 짓거리를 하나 싶었는데 역시나였네."
황룡은 뇌까리며 사열대의 기둥에 기대고 서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초장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예상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들어맞게 행동하는 해병들의 행동을 보며 새삼 다시 기가 차는 황룡이었다.
주섬주섬 품에서 초코바를 꺼내 한입 베어문 황룡은 심드렁하게 아침에 떠들썩했던 열기와 환호로 가득했던 연병장을 둘러보았다. 아침의 그것이 무색하리만큼 적막만이 내려앉은 고요한 연병장을 보노라니 다시금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칭찬을 받은 이는 다시금 근출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연병장의 한켠에 누군가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지?
처음에는 근출로 착각할만큼 비슷한 체격이었기에 근출이 아닌가 하였으나 유심히 보니 철곤이었다. 철곤은 벤치에 앉아 나뭇가지를 까닥거리며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양새였다.
"뭐야, 저 새끼 저기서 뭐하는거야."
황룡은 발걸음을 옮겨 철곤에게 다가갔다. 연병장의 적막을 깨는 그의 발걸음 소리도 철곤의 귀에 들릴 법도 했건만, 철곤은 그가 바로 등뒤에까지 다가와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진작에 알아채고 자신에게 독자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둥 어쩌구의 뻔한 헛소리를 늘어놓았을 철곤이었으나 오늘따라 우람한 그의 등짝은 어딘가 축 쳐진듯한 느낌인 것이 위화감을 주고 있었다.
"야, 너 여기서 혼자 뭐하냐?"
"...?!"
철곤의 어깨가 움찔하며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정말 황룡이 다가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 모양새였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철곤을 내려다보며 황룡이 다시 물어왔다.
"여기서 혼자 뭐하냐고, 임마."
"화...황룡.."
철곤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딘가 풀이 죽은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시무룩한 표정의 철곤이라니.
뭐지, 이 새끼 뭔일있나.
황룡은 생소한 모습의 철곤에 내심 놀라 물었다.
"뭐냐, 너 무슨 일 있는거냐? 왜 다 죽어가는 표정이야?"
"...아,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있을 뿐이다!"
"생각하기는 개뿔... 되도않은 지랄말고 무슨 일인지 얘기해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잖나! 그만 돌아가도록...!"
철곤은 애써 황룡의 눈을 피하는 모양새였다. 아무래도 녀석에게는 뭔가 고민거리가 있는 듯 했다.
근출 못지않은 오도해병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2인자로 불리우는 이 녀석에게도 이런 면모가 있었다니.
슬몃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황룡이었다.
"하, 새끼. 꼴에 기수열외 당한 새끼한테까지 니 속내 털어놓기는 싫다 이거냐. 뭐, 됐고 얼른 얘기해봐."
황룡은 더 나아가 철곤의 곁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아무렇지 않게 담뱃불을 붙이는 황룡을 다소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철곤은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얼른, 새끼야."
황룡의 재촉에 철곤은 잠시 망설이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도 나를 칭찬하지 않았어.."
- 下에서 계속 -
대작 예감!
간악한 해병성채새끼들 ㅋㅋㅋㅋ
기합!
짬으로는 근출이 다음일 터인 철곤이가 어째서 여태 칭찬을 못받은 걸까 사실 이거 시작하기 전에 근출이한테 밉보인 걸지도
와 박철곤이 칭찬 못 받았다는게 개 반전이네 ㅋㅋㅋㅋ
기합!
박철곤이 왜?
새끼...다음편!
기합!
왜 왕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