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학교 친구이자 선임 육각봉 해병님은 포신이 육각형이셨다.

그것은 길이 45센치 둘레 5센치의 흡사 육모방망이와도 같은 형상이었다.

포신의 겉은 튼튼한 가죽으로 싸여 있고 속은 통쇠 내지 납덩이 같은 것으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육각봉 해병님은 절대로 이것으로 아쎄이들은 구타하지 않고 오로지 호신용으로만 쓰셨다.

육각봉 해병님의 포신은 휘두르면 부드럽게 휘어졌다 착 감기면서 묵직하게 때리는데 망치나 철퇴 따위는 그 위력을 견줄 수가 없었다.


맞으면 살점이 떨어지고 뼈가 으스러지고 가죽이 벗겨지는 위력이었다.


어느날 은행에 가셨는데 예금이 없더란다. 그래서 출금이 안 된다고 하니 포신을 꺼내 한 번 휘두르니까 남자 직원은 온데간데없이 해병주물럭만 남아 있고 어디선가 돈이 가득 든 통장이 생겼더랜다.

또 한 번은 사람들을 해병성채까지 데려다주는 오도택시 아르바이트를 하시는데 인력거로 서울역에서 강남까지 가는 손님 둘을 태웠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횡재했구나 하고 육각봉 해병님은 순식간에 서울역에서 해병성채까지 신이나서 한달음에 달려가셨다.

도착하니 손님들은 잠깐 잠든 사이에 왜 이렇게 멀리 왔냐며 강남으로 가자고 했고 육각봉 해병님은 돈은 안 받을 테니 여기서 내리라고 하셨다.

결국 셋 사이에 옥신각신 실갱이가 벌어졌고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 육각봉 해병님은 손님으로 위장한 택시강도라 판단해서 포신으로 손님 하나를 해병낙지탕탕이로 만들어 드셨다.

그리고 나머지 손님 하나는 인력거로 데려가 눅진한 카전우애로 잘 해결하셨다.

물론 손님이 육각형 포신에 가 버린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전박꼼. 전우애구멍에 박으면 꼼짝 못한다는 뜻이다.

육각봉 해병님의 포신은 둔기로서도 훌륭했지만 아쎄이를 가버리게 하는 데에도 절륜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