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병의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가슴에 날아와 꽂히자 정 일병이 윽하는 신음과 함께 뒤로 주춤거렸다.
"새끼... 아직도 소리를 내네."
"죄, 죄송합니다."
"뭘 맨날 죄송하대, 그럼 죄송할 짓을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하는거 아니야?"
비아냥거림과 함께 이번에는 그의 발길질이 묵직하게 날아들려는 모양새를 보이자 정 일병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어? 이젠 피해?"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새끼...."
김 상병은 입술을 삐죽이더니 이내 정 일병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뒷짐을 지고 있던 탓에 균형을 미처 잡지 못한 정 일병은 그대로 막사의 콘크리트 벽에 몸을 부딪히고 쓰러졌다. 어찌나 세게 걷어차였는지 잠시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울만큼의 강한 충격이었다.
김 상병은 무미건조한 눈길로 가슴을 부여잡고 애써 숨을 고르며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김 일병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녀석의 표정에는 고통과 당혹감 외에 김 상병 자신에 대한 일말의 원망과 분노 또한 서려 있는 듯 했다.
정말이지, 아직도 이렇게나 우둔한 이들이 많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었다.
자고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유구한 역사를 돌이켜보고 한마디로 정의한다고 할 경우, 아마도 '약육강식' 이라는 단어가 제일 어울릴 것이었다.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비단 그 강자가 악하거나 바르지 못해서가 아닌, 이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에서 기인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동물들도 철저히 이 섭리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하거늘, 인간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당하는 입장의 약한 자들은 늘 이 지극히 당연한 섭리를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며, 강자에게만 약자에 대한 한없는 자비와 베풂을 역설하고, 만약 폭력이라도 행사하는 강자를 비난하는 식의 이기적인 어불성설의 추태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니, 김 상병의 입장에서는 역겨움마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아쎄이, 정 일병 또한 여느 약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아마도 그는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발, 선임이란 새끼가 걸핏하면 되도 않은 이유로 후임이나 쥐어패고, 이게 사람 새끼야 짐승새끼야?'
아아, 참으로 우둔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강자인 선임이기에 걸핏하면 되도 않은 이유로 약자인 후임을 쥐어팰 수 있는 것이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그냥 지능과 언어능력 유무의 그 차이일 뿐이지, 본질적으로 사람이나 짐승은 별반 다르지 않거늘! 이런 되먹잖은 논리로 자신을 원망하는 추태라니!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김 상병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주저앉아 있는 정 일병의 멱살을 부여잡고 일으켜 세웠다.
녀석은 아직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어딘가 순진무구한 모습도 엿보이는 듯한 모습에 김 상병은 다시금 메스꺼움이 솟구쳤다.
아아, 이것은 약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흔히 보이는 일종의 위장이자 기만인 것이다. 약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강자의 동정을 사는 식으로 강자의 폭력을 피해가기 위한 비열하고도 추잡한 모습이라니! 이 또한 결국은 자연의 섭리를 부정하려는 추태!
다시금 분노로 얼룩진 김 상병의 주먹이 정 일병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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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쎄이, 원위치."
나지막하게 읊조리듯 말하는 철곤의 지시에 쓰러져있던 김 상병이 황급히 일어섰다.
"아쎄이, 어째서 탈영하려고 했지?"
"....악! 저 그게....너무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힘들다니? 무엇이 말인가?"
김 상병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이 거구의 사내는 필히 자신의 사지를 찢어놓기에 충분한 완력의 소유자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답을 안하자니 그 또한 죽을 죄임은 명약관화였다.
".....박철곤 해병님께서 휘두르시는 주먹과 발길질 때문에 그만...."
좀먹듯 스멀스멀 밀려오는 공포로 말 끝을 흐리는 박 상병은 철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철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팔각모 챙 아래에서 번뜩이는 그의 눈은 연신 김 상병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그것 참 이상하군.. 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그게 힘들다니...?"
"......"
침묵으로 일관하는 김 상병의 피투성이 얼굴을 어이가 없다라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철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선임을 위해 전우애자세를 취하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그걸 거부한 자네가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은 안해봤는가?"
"아니, 저 그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우애자세란건... 그냥 강간이잖습니까...!"
"뭐라, 강간?!"
순간 찰나의 적막이 흐르며 이 둘을 보고 있던 뭇 해병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져갔다.
박 상병 또한 순간 아차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해병들, 아니 이 짐승들에게 있어서 동성 간의 성관계는 성스러운 것임을 미처 잊고 내지른 발악이었다. 그게 힘들어 다시 인간세계로의 탈주를 꿈꿨건만, 이젠 다 틀리게 된 셈이었다.
"새끼...."
철곤이 이빨을 뿌드득하고 갈며 나지막하게 내뱉은 탄식에는 구제불능의 아쎄이를 보며 느낀 절망, 그리고 전우애를 모욕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서려있었다.
"새끼.... 해병-섭리(싸젯말로는 병영부조리라고 한다)를 부정한 것도 모자라 이젠 전우애에 대한 모욕까지...."
철곤이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이, 주위에서 여러 해병들이 저마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박철곤 해병님! 저 건방진 아쎄이를 당장이라도 주계장으로 보내버려야 합니다!"
"이런 기열새끼를 보았나!"
"선임의 명령을 거부하는 후임이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내 살다살다 황룡 이상의 기열새끼를 보다니..."
"죽여버리십시오!"
철곤은 이내 우악스러운 주먹을 치켜들고 박 상병의 얼굴로 내질렀다.
"새끼, 기열!"
- 끝 -
비문학이 흥하니 오도해병들이 본의 아니게 안티히어로가 되어버리네
새끼...기합!
기합!!!
새끼 기합!!
해병히어로..기합!
6974부대 해병들도 현실 해병이 하는짓은 절래절래하노ㅋㅋ
중간에 박 상병이라고 써져 있는데 오타아님?
오타네ㅇㅇ...
기합!
박철곤이 드림워킹한거임?
ㄴㄴ 자진입대 당한거
6974부대 기합
내로남불 GAY병에 대한 신랄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