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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



"야, 아까 그 새끼한테 맞은데는 좀 괜찮냐?"



"예,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괜찮기는... 아까 내가 봐도 엄청 세게 맞았었는데... 에휴, 참 그 새끼도 어지간하다. 그 초코바 좀 먹었다고 걷어찰 건 또 뭐람.."



"아닙니다. 제가 맞을 짓을 한게 맞습니다."



"에휴... 그래 뭐, 그렇다고 치고.. 그나저나 너 그 새끼한테 두들겨 맞고 얼차려 받느라고 저녁도 못먹었잖아? 너 배고플텐데 이거라도 좀 먹어라."



전투조끼의 안주머니에서 꺼낸 청포도 알사탕 두개를 꺼내어 녀석에게 건네자 녀석은 반색하며 손을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새끼, 감사하긴.. 사탕 밖에 못줘서 미안하다. 근무 투입 전에 체스터에서 뭐 먹을 것 좀 있나해서 뒤져봤는데 이거 밖에 없었네."



"아닙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녀석은 허겁지겁 껍질을 까고는 사탕 두개를 한꺼번에 자신의 입에 우겨넣었다. 까드득거리며 사탕 씹는 살벌한 소리만 초소에 가득했다.



하나만 넣고 씹어도 턱이 얼얼한 청포도 사탕이건만, 녀석은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그 큰 사탕 두 개를 한꺼번에 씹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녀석의 꼬락서니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헛웃음이 났다.


"야,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천천히 먹어 임마. 내가 니꺼 뺏어먹을까봐 그러냐?"



"아닙니다! 장XX 해병님께서 그러실 분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제가 배가 고파서 그렇습니다."



"허 참.."



잘게 부서진 사탕의 파편 몇개가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왔고 더러는 입가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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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



"야, 너 뭐하냐?"



"아, 악! 이병 XXX!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야, 뭔데 너 지금 뭐 먹는건데?"



"......"



"손에 쥔거 보여줘봐."



"......"



"너 선임 말 씹냐?"



"아, 저 그게...."



녀석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거리며 움켜쥐고 있던 손을 내밀어 보였다.


구겨져있던 미니 초코바 껍질이 조금씩 불안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펴지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무언가 속에서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 야, 임마."



"....."



녀석은 나의 그러한 반응을 예감하기라도 한듯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었다.



"너 이 시발. 내가 아무리 너한테 편하게 해준다고 해도 그렇지, 이젠 선임한테 허락도 안받고 혼자 뭘 몰래 먹고 있는거냐?"



"......"



녀석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런 처량한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조금이나마 치밀어 오르던 화도 가라앉았으나 그래도 녀석이 괘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홀로 소리도 내지 않고 자신의 입에 욱여넣었나 싶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잖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얼마나 만만해보였으면 아무런 말도 없이 이 지랄을 했나 싶어 한소리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니가 평소에 식탐이 많아서 그런건 잘 알겠는데, 그래도 명색이 외곽 경계근무이면 원래는 취식이 안되는거야, 알지? 정 배가 고프면 나한테 뭘 좀 먹어도 되냐라고 먼저 묻고 먹던가. 니가 내 입장이라면 기분이 나쁘겠어 안나쁘겠어?"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그래, 근데도 그 지랄을 했단말야?"



"....죄송합니다.."



녀석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렸다. 녀석의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는 평소의 호쾌하고 활기찬 어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꼬락서니를 보자 다시금 녀석에 대한 동정심이 솟구쳤다. 하기사, 저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뭐라도 먹어주는게 맞긴 하겠지.



"에휴, 됐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정 먹고 싶거든 나한테 미리 말을 하던지. 다른 선임들은 몰라도 나는 그래도 너한테 잘해주려는 편 아니냐?"



"예, 맞습니다."



"그래, 요즘 가뜩이나 너에 대해서 선임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는데, 잘하자."



".....예."



"그래, 너 그러다가 진짜 기수열외 당하는 수가 있다. 선임들이 괜히 너를 때리겠냐? 물론, 나도 선임이 후임 패는거에 대해서는 반대이긴 하다만은.... 그래도 니도 좀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선임들이 너를 더는 안 괴롭히지 않겠냐? 아닌 말로 김XX 그 새끼가 너를 괜히 괴롭히고 때리겠냐고."



녀석은 잠시 말이 없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그래, 알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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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



"야 이 시발새끼야."



"죄, 죄송합니다."



"아니 시발, 죄송이고 나발이고. 이거 완전히 미친 새끼 아냐?"



녀석의 손에는 고깃덩어리, 아니 정확히는 생쥐의 몸통 일부분이 들려있었다.


어디서인가 녀석은 생쥐를 잡아다가 남들 몰래 그걸 주계장에서 쪄서 가져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배가 고프고 사회에서 먹던 수육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만...."



"아니, 이 미친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생쥐를 잡아다가 그걸 이 지랄로 만들어서 근무시간에 가지고 와? 햐, 이거 진짜 생각 이상으로 미친 새끼네?"



기가 차는 광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자니 실소가 절로 터진 나는 녀석의 흐린 낯빛과 생쥐의 고깃덩어리를 번갈아 보았다. 말문이 막힌 나머지 뭐라 덧붙여 말하지도 못하고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풀벌레 소리만 맥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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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이틀전의 생쥐 사건이 있고난 후, 나의 입을 통해 이내 전 소대원들이 녀석의 기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평소 녀석을 쥐잡듯 쥐어패는 김XX 상병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구타의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 되었고 평소 녀석을 아니꼽게 보던 다른 선임들도 이 사건을 계기로 김XX 상병에 못지 않은 폭력과 폭언을 녀석에게 선사해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녀석은 묵묵히 자신에게 날아드는 온갖 시련을 견뎌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따금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녀석은 알 수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응시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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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같은 분대에 속하여 평소 나름 친하게 지내던 녀석과의 거리는 주변 소대원들이 모두 알게 될 만큼이나 멀어진 듯 보였다.



하긴, 아무리 우둔한 제 녀석이라고 할지라도 생쥐 사건을 퍼뜨린 이가 나란 것을 알터이니 나에 대해 원망스러운 마음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녀석이 평소 보여온 기괴한 식탐이 문제인 것이지 나의 행동에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아무리 친한 후임이라고 할지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어주는 것이 맞지 않던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일단 근무시간에 먹을 것을 챙겨오는 것 또한 문제인데다가 수육이 먹고 싶어서 생쥐를 잡아다가 쪄오는 것이 과연 감싸주고 덮어줄 일이던가.



그래도 옛 정이란 것이 있어서 그런지 요 며칠 풀죽은 모습으로 다니는 녀석의 꼬락서니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이틀 후에 다시 있을 녀석과의 외곽 경계근무 시간에 먹을 것이라도 좀 챙겨서 기분이라도 풀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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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 D+1>



그 날의 일과시간은 나도 녀석의 눈치를 살피게 될 만큼 녀석의 표정은 조용했고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엿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저녁의 경계근무 시간이 되자 나는 녀석과 함께 초소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녀석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이는 나였다.



"야, 오늘은 좀 괜찮냐?"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뭔가 퉁명스러움도 다소 섞인 듯한 어조였으나 그 정도는 가볍게 허용해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새끼, 뭐긴 뭐야. 너 배고프지 않냐고."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너 매번 이 때쯤이면 한창 허기질 때 아니냐? 내가 니 좋아하는 몽쉘 가져왔다."



녀석은 내가 건넨 몽쉘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여전히 말없이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욱하고 화가 솟구쳤지만 토라진 후임의 치기어린 행동이라 치부한 나는 마냥 애써 웃어보이며 녀석의 팔을 툭치며 말했다.



"하, 새끼. 아직도 삐져있냐? 야, 그래. 내가 미안하다. 근데, 니도 생각해봐라. 생쥐를 쪄와서 먹겠다고 들고 온게 정말 상식적인 행동인지 말이야."



녀석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말씀대로 배가 고파서 먹고 싶은게 있긴 합니다."



드디어 마음을 여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여기 몽쉘 먹어."



"아닙니다, 제가 먹고 싶은건 수육입니다."



뭐, 수육?


하, 이 새끼, 또 시작인건가.



"뭐? 아니 임마, 너 아직 정신 못차렸냐?"



"괜찮습니다. 저번처럼 생쥐는 아닙니다. 다행히도 수육은 지금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뭐?"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그 말과 함께 녀석은 갑자기 나의 손을 낚아채고는 내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고는-



아드득, 까드득, 질겅질겅-



"아, 야! 야이, 시발놈아!! 너 지금 뭐하는거야!!"



녀석의 송곳니가 나의 살을 파고들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녀석은 나의 비명에도 아무런 대꾸없이 계속해서 내 손을 움켜쥐고는 검지손가락을 씹어대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도 하면서 녀석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야, 야 이 시발, 황근출 이 개새끼야! 아악! 야! 아, 안돼!"



검지손가락의 신경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이윽고 손가락이 툭하고 끊겨 나가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그제서야 나의 손을 뿌리치고는 계속해서 질겅대며 바닥에 쓰러진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고통에 가득찬 나의 비명과 욕설은 아랑곳 않고 녀석은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기계적으로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었음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