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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점심 식사를 끝내고 쓸쓸하게 생활관으로 돌아 온 황근출은 똥내나는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도 자신을 부려먹으려는 황룡에게 찍혀 심부름을 명령받는다.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기열 주제에 지랄한다고 죽탱이를 쌔게 날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저 새끼가 무서운 공군가를 부를테니 울분을 삼키며 억지로 쥐어짠 대답을 내뱉는다.



"...알았쪄염."

"푸흡! 씨발, 다 들었냐? 좆근출 이새끼 말 하는 거 존나 웃기네!"



황룡은 병신같은 황근출의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최근들어 해병다운 말투도 제대로 하긴 커녕, 무슨 찐따마냥 소심한 말만 웅얼거렸으니까.

예전의 기합 그자체였던 모습은 어디가고, 지금은 하찮은 똥강아지처럼 한대 툭 치면 금새 쓰러질 것 같이 생긴 약골이나 다름없었다.



"야야, 나 존나 입이 심심하거든? 오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메론 소다빵 사 갖고 와라. 시간 딱 10분 준다. 개같이 뛰어와!"

"우웅, 알겠쪄..."

"좆근출 새끼야, 알아들었으면 빨랑 튀어가라고!"



단 1초라도 늦으면 황룡에게 실컷 구타할게 분명했기에, 연약한 황근출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 후다닥 생활관 밖으로 달려나간다.

그걸 재밌듯이 지켜 본 황룡은, 키득거리며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노예가 있어서 편리하다는 만족감과 함께 꿀맛같은 간식거리를 상상하며 핸드폰을 깨작거렸다.






"아니 씨발, 좆근출 이 등1신 새꺄! 왜 이렇게 사오냐? 진짜 뒤질래?"

"...웅? 내가 뭘 잘못해쪄?"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도착한 황근출은, 곧바로 욕한바가지를 얻어 먹어야했다.

저 가증스러운 황룡 새끼의 말대로 사왔을 뿐인데, 또 뭐라고 저렇게 씹지랄인걸까.



"니는 어떻게 센스가 없냐? 나 메론소다 위에 젤라또 안 올라간거 아니면 안 먹는 거 몰라? 저능아냐?"

"힝, 근쭈리 저능아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황근출은 너무 어이가 없어, 겉으로는 벌벌 떨면서도 마음 속으로 온갖 쌍욕을 퍼붓는다.

자기가 그걸 어떻게 아는가, 그런 건 지가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뭐냐? 사이즈가 존나 니 좆같이 작네! 생각이 있으면 제일 큰 사이즈로 사와야 할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렸냐 병신아?"

"나, 나는 몰랐쪄......"

"진짜 빵셔틀짓도 제대로 못 하네, 머저리 새끼."



황룡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껏 사온 아메리카노의 뚜껑을 열고는 그대로 황근출에게 확 부워버린다.

생각치도 못한 황룡의 행동에, 황근출은 차갑고 끈적거리는 커피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말이다.



"븅신, 난 이제 간다? 빵은 특별히 내가 가져가 줄게. 니는 해병답게 그거나 다 핥아 먹어, 알겠지?"



그렇게 황룡은 황근출을 비웃으며 선심쓰듯이 말하곤, 자기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이 슬그머니 생활관을 빠져 나왔다.

황근출은 그제서야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며 끅끅 울었지만, 애석하게도 주변에 다른 해병들은 수군거리기만 할 뿐 전혀 도움의 손길은 내주지 않았다.



황근출은 친구도 없는 병신이었으니까.



황근출은 그렇게 점심시간을 마치는 종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