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 아버지는 인형과도 같았다.
내가 학교에서 맞고 왔을 때도, 빚쟁이들이 찾아왔을 때도, 어머니가 짐을 싸고 있을 때도 앉아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녔다. 아버지는 나에게는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사인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내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돌아가셨다는 것 밖에는.
아버지를 찾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텅 빈 빈소에서 나홀로 방명록 앞에 앉아 있었다.
"여기가 맞구만."
화환이 들어왔다. 하얀 국화가 빽빽하게 박힌 화환이었다. 아저씨들은 화환을 내려놓고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浦項海兵一同. 보낸 이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아버지의 발인이 끝나고, 아버지는 납골당에 모셔졌다. 여긴 아무도 찾아오지 않겠지. 나도 마찬가지일 거고.
아버지가 물려준 건 아무것도 없다. 아, 있긴 하다. 곰팡이가 군데군데 슬고, 천장에서는 가루가 떨어지고, 다 허물어져 가는 집 뿐이다. 난 그 집 가운데 누워서 생각했다.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아버지한테 화환을 보낸걸까.
난 한자사전을 펼쳐 화환에 쓰인 한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곳엔 포항 해병 일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포항에 도착했다. 포항까지 가는 건 아주 쉬웠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에게 포항 해병에 대해 물어봤다.
"글쎄, 모르겠는데?"
"모른다."
"그딴 좆 같은 거 물어보지 마라"
사람들 모두 모른다거나 나를 보고 욕을 했다. 대체 그들은 뭐지? 누가 장난식으로 보낸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니던 중, 어느 할아버지가 말했다.
"해병이라고? 그건 옛날에 사라졌다."
드디어 뭔가를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네, 꼭 봐야 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25년 전에 한 젊은 사람이 탈영해 거기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고, 해병대는 사라졌어."
할아버지는 멀리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건물이 옛날에 해병대가 쓰던 자리다. 흉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 당연하지."
나는 연거푸 감사 인사를 드리며 그 건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할아버지께서 말하신 건물은 폐건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녹이 슬어 거칠게 된 표면이 보였고, 페인트와 시멘트가 벗겨져 철근이 보일 정도였다.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밤도 늦었고 해서 이 건물 안에서 노숙하기로 결심했다.
끼익-
거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뒤로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 안에는 쓰레기들과 기둥에서 나온 석면들로 가득했다.
"이런데에서 화환이 왔다고? 아무도 없잖아."
나는 허탕 쳤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가려던 순간,
툭.
뭔가가 지하로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혹시 쥐인가 싶어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계세요?"
나는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툭.
뭔가가 떨어졌는지, 지나갔는지 소리는 지하로 이어졌다. 나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내려왔는지 모른다. 계속되는 어둠, 그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건지, 집어 삼켜지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저 끝이 안 보이는 계단에 몸을 맡기고 나아갈 뿐이었다.
텁.
드디어 계단이 끝났다. 나는 벽에 손을 대고 스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넘어지거나 한다면 나는 어둠에 잡아먹힐 것이다.
스위치를 찾은 것 같다. 난 심호흡을 하고 불을 켰다.
직. 지직.
전구에 희미한 불이 들어왔다. 주변을 밝게 비추진 못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보인 것은 사람들의 사진이 붙은 판이었다.
"이건 대체 뭐야?"
그 판에 있는 사람들은 이름이 전부 한자로 되어 있었다. 일 때문에 한자를 배워본 적 없었기에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빠르게 스쳐갔다.
판을 보던 중, 뭔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이건..."
김민준.
아버지다.
"아쎄이, 원위치."
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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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합!!!
할아버지가 두명.... 기합!
문학이면 말머리에 [해병문학]다는거 추천함
새끼...기합!
할아버지가 둘이라 좋으시겠네여
아버지가 김민준이었네 ㅋㅋㅋㅋ
민준이 아들임?
기합!
탈영한 건 누구였을까... 황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