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이라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살던 동네에는 어느 노인이 있었다.
건너 건너 집이었던가, 아니면 그 다음집이었던가. 기억은 잘나진 않지만 좌우지간 동네에서는 특이한 노인으로 정평이 난 노인장이었다. 일단 그에 서술하노라면 먼저 그의 외관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기준으로 나이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잇살 꽤나 먹은 노인이었지만 그의 건장하고도 다부진 체격에서 솟아나오는 완력, 그리고 번뜩이는 매서운 눈빛은 동네에서 좀 논다 하는 한량들도 설설 길 정도였으며 어지간한 양아치 따위들은 눈도 한번 못마주치고 절로 오금을 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라는 것이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부친의 증언이다.
그러한 점 때문이었을까, 그 노인은 암묵적으로 동네에서 은둔하는 실력가쯤 되는 위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살던 동네가 재개발 대상지역이 되어 민관은 물론 돈냄새를 맡은 뒷골목 세계의 조폭들도 꼬여들었던지라 바람 잘 날이 없던 터였다. 하다못해 동네 구멍가게에서 소주 한 병 값을 에누리 하려 들며 고의적으로 시비를 걸고 넘어지는 조폭도 있었으니 당시의 어지럽던 동네 상황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선 이가 그 노인이었다. 조폭들이 몰려와 동네 주민들에게 시비라도 걸고 있노라면 그는 어느새 현장에 나타나 정리하고는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말없이 눈빛으로 위협하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필요에 따라 실력행사라도 마다하지 않고 벌였던 것인데 놀랍게도 조폭들은 제대로 손 한번 못쓰고 그의 주먹질, 발길질에 나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일이 그러하니 동네 주민들이 그를 자율방범대장으로 추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사실 자율방범대장이란 조촐한 감투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것이었고 사실상 그가 동네에서 받는 대접은 흡사 마을의 수호신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늘 동네 주민들이 감사어린 선물들이 가득히 쌓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거창한 것들은 아니었고 소박하게 마련한 음식들이었다고 한다.
다만, 지금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를 위해 마련했다라는 음식들이 좀 특이한 것들이었다. 모두가 형형색색의 비단 보자기에 정성스레 포장한 것 치고는 뭔가 악취에 가까운 냄새가 났던 것이었다. 물론, 어릴 적의 기억이라 그 당시에는 냄새가 특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아무리 그걸 감안하더라도 뭔가 썩는 냄새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상술한 바와 같이 나의 집은 그 노인의 집에서 가까웠고 매일 등교길에 그의 집 앞을 지나쳤기에 확실히 기억하는 냄새였다.
그리고 이와 관련되어 또다른 특이한 점은 어머니께서 그를 위해 음식을 마련할 때마다 특별히 요리를 하시지는 않았고 이상하게도 삽 한자루를 들고 화장실에 다녀오신 후에는 늘 그에게 갖다줄 선물이 뚝딱하고 마련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에게 절대 포장을 풀지 말고 옆옆집의 황씨 노인에게 갖다 주라는 당부를 하시곤 하셨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앞서 내가 말한 그 특이한 냄새가 났음은 당연했다.
그렇게 그 노인의 집 앞에 다다르면 나는 어린 마음에 늘 그 집의 대문이 풍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무서워 마치 무덤가에 가서 담력시험이라도 치루는 녀석들마냥 황급히 선물을 대문에 던지듯 두고 줄행랑을 놓고는 하였다. 하기사, 내가 만약 한번이라도 그 집 안에 들어가보았더라면 그 대문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문 안의 그 집은 미지의 공간이기도 했거니와 뭔가 범접해서는 안되는 곳처럼 여겨졌던 데에는 평소 동네 주민들은 물론, 하다못해 나 같은 동네 꼬마들에게도 단 한번도 살가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노인의 무뚝뚝하고도 차가운 성격이 한몫 했을 것이다.
뭔가 사건이 터져서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때를 제외하고는 그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듯했다. 하교 후 저녁 때까지 온종일 동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온 동네를 쏘다니던 내가 기억하는 것이니 믿어도 좋다. 굳게 닫힌 대문만큼이나 평소에는 고요하고 정적만이 흐르던 그 집도 이따금 인기척이 들리고는 하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이따금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비명소리인 것이고 그 당시에는 그냥 그 노인이 화가 나서 소리치는 것이라고 순진하게 여기곤 했다.
그러나, 그 비명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양 귀를 꼭 막아주시며 속삭이듯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그 말은 아직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혼자 사는 노인의 집에 또다른 누가 있었다고?
"얘야, 저 소리는 오늘도 황씨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을 혼내시는 소리란다. 너도 나중에 나쁜 일을 하면 황씨 할아버지가 이놈 하시고 잡아가실거란다. 착한 아이가 되렴."
- 끝 -
황근출 노인님
비명소리는 조폭 아쎄이들 자진입대 시키는건가?
ㅇㅇ 맞음
꺕!!
지가 해병대 대장이라면서 초딩 멱살쥐는 어떤 병신하고는 달리 여기서는 그래도 나름 곱게 늙었구나
그 새낀 진짜 레전드였지 ㅋㅋㅋㅋㅋ
ㅈㄴ좋다 더 써줭 - dc App
황근출 영감님...
마을의 수호신 황 할아버지 ㄷㄷ
정보:이작가님은 진짜 해병대를 나오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