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XX년 6월 9일, 토요일(톤요일 아님) 서울 어딘가에 위치한 모 대학병원의 704호 병실.


"아쎄이.... 기열!"


20대 초반 정도로 된 청년의 우렁찬 목소리가 온 병동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정신과 담당 남자 간호사 박성근이 말했다.


"아 씨바.... 저 새끼 또 시작이네."


박성근은 그렇게 704호 병실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얼마 전 해병대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해 현역부적합 판정을 받고 의병 전역한 황경찬이라는 환자가 있었다. 바로 그 우렁찬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이봐요, 계속 이러면 안 돼요!"


"박철곤 해병! 선임의 해병짜장을 먹는다, 실시!"


"아나, 내 이름은 박성근이예요, 박철곤이 아니라! 몇 번을 말해! 그리고 그 해병짜장이라는 거, 먹을 수도 없다고!"


"새끼... 기열!"


이 환자가 말하는 해병짜장이라는 것. 그렇다. 바로 사람의 X이다. 정신 이상이 생겨도 단단히 생긴 환자라 자신의 배설물을 보고서 해병짜장이라느니, 해병맥주라느니 하면서 심지어 그것을 입으로 넣기까지 하는, 보통 힘든 환자가 아니다. 아니, 자기만 먹으면 그만인데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먹이려고까지 하니, 정말 힘이 든 환자다.


"여기요, 여기! 704호 황경찬 환자가 또 자기 바지에 배설했어요! 빨리 새 바지를 가져다주시고 씻길 준비 좀 해 주세요! 진정제도 좀 가져다 주시고요! 빨리요!"


박성근 간호사는 급히 다른 간호사들에게 SOS를 보냈다. 박성근 간호사의 외침을 들은 다른 간호사들이 황경찬에게 갈아입힐 바지를 가져왔고, 그를 씻길 물도 같이 가져왔다. 침구류까지 대소변으로 엉망진창이 되어서 옷을 갈아입히고 침구류를 정리하는 데에만 10분은 넘게 걸렸다. 황경찬 환자가 또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결박시킨 다음 진정제를 주사해 잠재운 건 물론이다.


황경찬 환자의 병실이 다시 정리되고 그가 잠에 들자, 박성근 간호사는 황경찬 환자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맹쌤, 황경찬 저 친구 진짜 너무 돌보기 힘든 환자예요. 대체 왜 저러는 거예요?"


그러자 그를 돌본 또 다른 간호사인 맹민아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박쌤, 아무래도 군대에서 당한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버린 것 같아요. 저 친구, 포항 해병대에서 복무하다가 가혹행위 때문에 정신이 나갔다잖아요."


"아니, 도대체 어떤 가혹행위를 당했길래 저 정도로 사람이 망가지죠?"


"제가 환자 부모님께 들은건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온갖 가혹행위를 다 당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 친구 때문에 부대가 뒤집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의무병으로 군대를 다녀왔고 일이등병때 가혹행위를 당했지만, 그 정도면 정말 상상 이상인 것 같네요."


이에 병동 전체를 책임지는 곽말순 수간호사가 말했다.


"저 애 보면 남 일 같지가 않아. 나도 이제 아들이 좀 있으면 군대갈 나이가 되는데, 군대 갔다가 저렇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다고."


"수쌤!"


"TV에서도 나왔잖아. 참으면 윤 일병 되는거고 못 참으면 임 병장 되는 거라고. 저 경찬이라는 애 보면 너무 딱해."


"수쌤은 저 애가 아들같으시겠어요. 제가 봐도 완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거 같아요."


그러더니 이 광경을 지켜보던 황경찬의 담당 주치의인 손수철 교수가 입을 열었다.


"여기 간호사분들이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저 황경찬이라는 친구는 참 힘든 친구예요. 저 친구 부모님하고 얘기를 나눠봤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가혹행위를 군대에서 당한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손 교수는 황경찬 환자의 부모님을 통해서 들은 황경찬의 군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던 의료진은 모두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황경찬은 평범한 회사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를 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치원 때와 초등학교 때에는 다른 아이들 눈에 잘 안 띄는 수줍음이 많은 평범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런 성격 때문에 그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내내 집단따돌림에 시달렸고, 이에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 입대를 자원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그런 그가 다른 곳도 아니고 해병대를 자원한 것에 대해 우려했다.


"경찬아, 다른 곳도 아니고 해병대라니. 다시 생각해 보면 안되겠니?"


그러나 경찬은 결연하게 말했다.


"엄마, 내가 중고등학교 내내 약한 성격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 건 엄마도 아시잖아요? 난 그런 성격을 바꾸고 싶어요. 해병대에 가서 강한 남자가 돼서 돌아올게요."


그런 아들의 굳은 의지를 확인한 경찬의 엄마는 결국 아들의 뜻을 존중해주었다. 경찬의 아버지 역시 우려섞인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경찬아. 몸 건강히 전역하는게 제일이다. 무슨 일 있으면 절대 참지 말고 엄마 아빠에게라도 얘기해라. 꼭..."


"네, 아빠. 꼭 건강하게 전역할게요."


머나먼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단까지 와서 아들을 바래다 주던 날, 입대 전 아들을 마지막으로 안고 배웅해준 경찬의 부모님은 생각했다. 우리 경찬이가, 꼭 소원대로 강한 남자가 되어서 무사히 전역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런 부모님과 경찬의 바램은 훈련 이후 실무배치를 받고나서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포항의 해병 1사단 예하부대로 배치받은 경찬은 전입 첫날부터 선임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야, 아쎄이! 니 이름 뭐냐?"


"이병, 황! 경! 찬!"


"아쎄이, 너 이거 다 먹어라. 선임들이 너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음식이다, 어?"


"이병, 황! 경! 찬!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렇다. 소위 신병들의 해병정신을 함양한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그 전통의 가혹행위인 악기바리. 부대 내 선임들은 경찬이 전입오자마자 초코파이에 온갖 과자와 빵 등 수많은 간식들을 수북하게 쌓아놓고는 경찬에게 먹이는 짓을 강요했다. 경찬은 처음에는 물었다.


"이... 이걸 다 먹어야 합니까?"


"이 새끼야! 선임 말이 말 같지가 않아?! 빨리 먹어! 그리고, 선임한텐 절대 그딴 식으로 묻지 않는다. 꼭 ~~해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라,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결국 경찬은 어쩔 수 없이 물도 없이 온갖 빵과 과자를 입안에 넣어야 했다. 부대 내 실세인 황룡 상병이 물었다.


"어때, 맛있냐?"


경찬은 제대로 발음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억지로 겨우겨우 대답했다.


"따.. 따흐흑... 마... 마시쑵니다...."


"그렇지 ㅎㅎ 이 새끼. 앞으로 넌 내가 직접 관리할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경찬은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그 때까지는 경찬은 참을 수 있었다. 이것도 못 참으면 더 힘든 내무생활을 어떻게 버틸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디스트였던 황룡 상병을 비롯한 선임 해병들은 내성적이고 마음이 여린 경찬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그것도 간부들 눈을 피해가면서.


"야, 황경찬!"


"이병, 황! 경! 찬!"


"너 이거 먹어봐라. 못 먹으면 알지?"


그가 먹게 한 것은 충격적이게도 배설물이었다. 그걸 본 경찬은 기겁하고 말았다.


"이... 이걸 어떻게 먹습니까?"


"새끼야, 우린 해병대잖아! 해병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명하복이야! 알아, 몰라?"


"예, 알고 있습니다!"


"선임 말이 말 같지 않지? 빨리 먹는다, 실시!"


"실시!"


경찬은 선임의 구타가 두려워서 결국 배설물을 입으로 삼키고 말았다. 지독하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여기서 뱉었다간 황룡이 경찬을 두들겨 팰것은 뻔했다. 결국 역겨움을 참고 경찬은 그것을 목구멍으로 밀어넣고 말았다.


그러나 그 즉시 경찬은 화장실로 달려가서 구토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속에 있는 걸 전부 비워내는 구토였다.


"우웨엑! 우웩!"


눈물이 나올 정도로 심한 구토였다. 상황 자체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경찬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나왔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황룡 상병은 오히려 경찬의 엉덩이를 전투화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이 나약한 새끼! 이것도 못 버티면서 해병이 되겠다고?!"


"죄, 죄송합니다!"


"넌 앞으로 나한테 단단히 찍힌 줄 알아라. 각오하고 있어."


그 말을 남긴 뒤 황룡 상병은 화장실을 나갔다. 텅 빈 화장실에 남겨진 경찬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아아! 왜 내가 해병대를 온 걸까!"


경찬의 마음 속에는 울분과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경찬은 몰랐다. 앞으로 있을 일은 이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