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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경찬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거… 어떡합니까 군의관님?”
행정관 최철규 상사가 걱정스럽게 대대 군의관에게 물었다.
“지금 경찬이는 머리를 매우 심하게 다쳤습니다. 이건 저희 대대 의무대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체없이 빨리 포항병원으로 보내야 합니다.”
결국 대대 차원에서 수습될 문제가 아니라는 군의관의 판단 하에 경찬은 해군포항병원을 거쳐 다시 수도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부대에서 매우 큰 사고가 나자, 중대장 장영준 대위와 최철규 상사는 불같이 화를 내며 황룡을 추궁했다.
"야!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애가 저렇게 돼!"
그 악마같던 황룡도 무사히 전역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중대장과 행정관 앞에서 설설 기었다.
"저도 왜 저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실수로 머리를 세게 때린 건 맞지만, 저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왜 멀쩡하던 애가 저렇게 쓰러지냐고! 황룡이, 너 전역하기 싫어?"
"행정관님, 아닙니다! 저도 경찬이가 정말 왜 저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황룡의 온갖 패악질을 참아주던 중대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간 황룡에게 당했던 온갖 가혹행위들을 적극적으로 중대장과 행정관에게 일러바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황룡의 민낯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간부들은 그를 진심으로 경멸하기 시작했다.
"야, 황룡이. 너 이거 완전 쓰레기 짓만 골라하고 다녔잖아? 이래놓고 무사히 전역을 하기를 바랬어? 니가 빽만 믿고 설치니까 세상 무서운 줄 몰랐지?"
행정관 최철규 상사가 그간 중대원들이 황룡에게 당한 것을 조사한 것을 정리한 서류를 던지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행정관님. 정말 죄송합니다….”
"만일 경찬이가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니 아버지도 너 사건 못 덮어준다. 경찬이가 잘못되지 않기를 바래라, 황룡이."
"예, 알겠습니다."
"우선 지금 상황 보면 너는 최소 군기교육대 입소는 피하지 못하고, 구속기소도 각오해야 돼. 국군교도소에 간다는 말이라고."
그 말을 들은 황룡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 포악하던 황룡도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알았기 때문이다.
"조심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장영준 대위는 한심하다는 듯 황룡에게 말했다.
"야, 이미 일이 벌어졌는데 뭔 놈의 조심이야? 아무튼 너희 아버님께서 직접 내게 전화해서 잘 좀 봐달라고 말씀하셨으니까, 나도 어떻게든 너 전역만큼은 시켜주도록 노력할게."
"아버지도 알고 계십니까?"
"그래, 임마. 이 정도 일은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냐?"
그 말을 들은 황룡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황룡의 아버지까지 아는 사안이 된 이상 이 일은 덮을 수가 없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을 황룡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행정반을 나서서 앉은 황룡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내무반 침상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런 황룡에게 관심을 주는 해병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황룡은 부대 내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하기야, 후임병을 그 지경으로 만든 놈이 제대로 된 선임 취급을 받을 리가 없다.
"야, 얘들아."
황룡이 말을 걸어도 다른 해병들은 그를 무시했다. 다들 황룡의 패악질에 그만큼 질려있었던 것이다. 황룡은 그제서야 자신이 했던 패악질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이 씨... 애들한테 좀 잘해 줄걸..."
그러나 그런 후회는 이미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황룡의 아버지가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정을 한 덕에 황룡에 대한 처분은 군기교육대 15일 입소로 무마되기는 했지만, 이미 모든 중대원들이 증오하는 대상이 된 황룡의 남은 군 생활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황룡은 부대 내에서 투명인간 같은 존재가 되었고, 경찬과 유정을 기수열외하려다 되려 본인이 기수열외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어찌어찌 황룡이 전역하는 날이 되었고, 황룡은 중대장과 행정관, 대대장에게만 인사한 후 조용히 위병소 문을 나서며 부대를 떠났다. 그러나 중대장과 행정관, 대대장조차 그에게 형식적인 인사만 건넸을 뿐, 그에게 눈길조차 건네지도 않았다. 다른 중대원들은 그가 전역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자업자득이라면 자업자득이겠지만, 사실 그동안 후임병들에게 부린 패악질을 생각하면 이것도 솜방망이 처벌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편 경찬은 한 달 정도 누운 끝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경찬의 정신은 너무나도 이상해져 있었다.
"긴 빠이를참으로잘쳐 해병! 당장 해병짜장을 먹는다, 실시!"
그렇다. 경찬은 황룡과의 싸움에서 뇌를 다쳐서 경찬의 기억이 마구 엉키는 바람에 경찬은 조현병이 심하게 도지고 만 것이다. 매일같이 수도병원에 입원한 다른 장병들은 물론, 간부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향해 ‘해병’이라고 부르며 후임병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배설물을 먹이려고 하지 않나, 그걸 거부하면 ‘기열’이라고 외치면서 괴롭히려 하지 않나, 또는 강제로 해병대에 입대시키려는 듯한 말을 하지 않나. 누가 봐도 머리를 다친 후의 경찬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경찬의 꼴에 질린 같이 입원한 육군 병장이 이렇게 말했다.
"아나, 저 아저씨 또 시작이네! 이봐요, 아저씨! 난 해병 아니라 육군이라고요! 그리고 그게 무슨 사람 이름이야! 진짜 환장하겠네!"
"흘러빠진 육군이라니! 아쎄이, 당장 해병에 입대해라! 오도짜세가 잡힌 기합 해병으로 만들어주겠다!"
"와 나 진짜... 완전 미X놈 아냐 저거!"
그렇게 경찬은 닥치는대로 아무나 붙잡고 XXX 해병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배설물을 비롯한 오물들을 취식할 것을 강요하지 않나, 팬티 하나만 걸치고 돌아다니고 자신의 그것을 포신이라 부르며 동성 간의 성행위를 전우애라고 부르면서 그것을 하려 하지 않나... 도저히 정상인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이제 자신을 황경찬이 아닌 황근출이라고 부르는 등 자기 이름조차 잊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완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것이다.
당연히 수도병원 내에서 경찬은 중증 정신질환 환자로 분류되어 있었고, 이런 상황은 경찬의 부모님과 부대에도 모두 통보가 되었다. 경찬의 부모님은 수도병원에서 경찬의 부모님과 중대장, 행정관이 경찬의 상태를 보면서 탄식할 뿐이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병력관리를 했길래 애가 저렇게 됩니까?!"
수도병원 면회실에서 경찬의 아버지가 분노한 목소리로 경찬의 중대장과 행정관, 대대장, 그리고 주임원사를 향해 외쳤다. 대대장 마철준 중령이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님. 병력 관리를 해야 하는 대대장으로서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애를 저 지경으로 만든 그 가해 병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행정관 최철규 상사가 고민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미 전역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경찬의 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뭐라고요?"
"죄송합니다. 그 친구 아버지가 공군 3성 장군에 빽이 워낙에 든든해서 저희도 최대한 강한 징계를 먹이고 전역시키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빽 때문에 제대로 된 처분이 무마되었다니… 분노한 경찬의 아버지는 외쳤다.
"그래요, 우리 애는 빽도 뭣도 없으니 저렇게 되어도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그 가해자인 선임병이라는 놈은 빽 덕분에 그 짓을 하고도 무사히 전역하는게 말이 됩니까?!"
간부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윗선에서 그 정도로 마무리짓자고 한 것을. 경찬의 아버지만 울분을 토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
간부들은 진심으로 경찬의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 모습을 보니 경찬의 아버지도 더는 그들을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그들도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나. 그래서 경찬의 아버지는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그냥 우리 애 제대시켜주세요.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만기 전역을 합니까?"
간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수도병원 군의관과 이야기해서 의병 제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 경찬이 상태는 의병 제대를 해야 할 것 같고요."
말을 마친 간부들은 경찬의 아버지와 함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같이 담배를 태우는 경찬의 아버지의 속만 담배처럼 타들어갔다.
그렇게 경찬은 어쩔 수 없이 의병 제대를 했지만, 도저히 사회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의 중증 정신질환자가 되어버려 제대와 함께 대학병원 정신과에 입원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기야, 가족도 감당이 안 되는데 오죽하겠는가.
경찬의 아버지도 손수철 교수 앞에서 정신이 나가버린 아들만 보면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결국 이 아픔은 오롯이 경찬과 그 가족이 평생 지고 가야 할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손 교수를 통해 경찬의 이야기에 대해 다 들은 의료진은 진정제를 맞고 잠이 든 경찬을 딱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와… 진짜 너무 심한 악마 선임을 만났네요.”
“그래요…. 해도 해도 너무했어요. 그런데 그래놓고 피해자만 의병전역 시키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건 진짜 너무했어요.”
“부대 간부들도 어떻게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싶었지만,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건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그 말을 듣자 모든 의료진이 일제히 말이 없어졌다. 정말 현실이 픽션보다 더하다더니….
그러더니 박성근 간호사가 말했다.
“사실, 저 황경찬이라는 환자, 진짜 자기만의 세계에서 어찌 보면 행복한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인가…. 손 교수가 박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박 간호사.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자 박 간호사가 말했다.
“제가 볼 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자기 배설물 보고 해병짜장이라느니 어쩌느니 할 때, 저 환자는 진짜 행복해 보였어요.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 속 군부대에서는 자신이 정말 최고의 존재같아 보였고요.”
그런 박 간호사의 말을 들은 의료진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경찬은 지금 제정신을 잃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전우애가 필요할 때 다른 장병들은 저 병사를 모른 체 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참 너무 안타까워요. 오죽하면 미쳐서도 군대에 갇혀 있는지…”
박 간호사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어쩌면 지금 황경찬은 의병 전역한 초라한 황경찬이 아니라 부대 내의 절대자인 황근출로서 살아가는 편이 더 행복할 지도 모를 것 같았다.
잠이 든 경찬의 모습을 확인한 박 간호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경찬의 병실 문을 닫았다. 그렇게 704호 병실에 입원한 황경찬은,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잠이 들어 있었다.
- 끝

슬프다ㅠㅠ
결국 완전히 속 시원한 참교육까지는 볼 수 없었구나. 이런 점에선 묘하게 현실 고증인걸 ㅋㅋ... 잘 봤음.
기합!
안타깝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피해자 본인은 행복한 기묘한 이야기
슬픈 문학이었다...
하지만 훌륭한 기승전결 확실한 훌륭한 문학. 기합!
해병식 해피엔딩...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