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억!

-털석!

어느 뒷골목에서 한 청년이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에게 얻어맞고 쓰레기더미 위로 쓰러졌다. 이내 사내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청년에게 침을 찍 뱉고는 입을 열었다.

"내 말 명심하고, 다음까진 꼭 얘기한 만큼 준비해 놔라.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그땐 이 정도로 안 끝날줄 알아."

사내는 그 말을 끝으로 부하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 버렸고, 청년은 그 뒤로도 한참을 쓰러져 있다 서서히 일어났다.

'...X발.'

사내들은 빚쟁이들이었다. 본래 청년의 삶은 청년이 소년시절일 때만 해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부모님은 중국집을 운영하셨고, 장남이었던 당시의 자신은 그런 부모님의 일을 거들어드리기도 하는 나날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불황이 닥치면서 가게 운영이 적자가 나기 시작했고, 결국 아버지가 거액의 빚을 남긴 채 목숨을 끊어버리면서 중국집은 완전히 문을 닫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식들을 먹여살리겠다고 공장에 들어갔으나, 작업에 쓰이는 화학약품이 사고로 눈에 뿌려지는 바람에 실명이 되고 말았고, 결국 장남이었던 자신이 학교를 중퇴하고 소년가장으로써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막노동을 비롯한 각종 잡일에 종사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가족을 먹여살린다는 건 힘들었지만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면 조금도 괴롭지 않았다. 정말로 괴로웠던 것은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고서 각종 이자를 붙여서는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뻥튀기시키고서 당장 갚을 것을 요구했던 빚쟁이들이 아버지가 죽자 그 빚을 자신과 가족들에게 갚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그걸 당장 갚는다는 게 가능했을 리가 없었고, 빚쟁이들 자신도 그걸 모를 리가 없었음에도, 빚쟁이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돈을 갚으라고 행패를 부리고, 빨리 안 갚으면 전부 공구리해버린다느니, 장기라도 팔아서 갚으라느니 하며 위협을 가했다.

급기야 오늘은 어떻게 알았는지 기여이 직장까지 찾아와 난리를 피우고, 자신을 뒷골목으로 끌고와서는 폭력까지 행사하며 청년은 물론 가족들 장기도 죄다 뽑아버리겠다, 여동생은 창관에 팔아버리겠다며 협박을 가한 것이었다.

오늘은 직장까지 쫒아와 그 난리를 피워준 덕에 앞으로 그곳에서 일하긴 곤란해졌으니 앞으로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청년은 막막해진 앞날에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던 청년이었으나, 평소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응? 이런 곳에 과수원이 있었나?'

청년의 눈 앞에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과수원이 있었고, 과수원 입구에는 감귤 상자가 여럿 쌓여 있었으며,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부실한 식사를 계속해 온 청년의 배가 꼬르륵 하며 울리더니, 머릿속에는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하고 있을 어머니와 동생들이 떠올랐고, 어느순간 청년은 감귤상자 하나를 집어들어 달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것도 같았지만 당시 청년은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렇게 감귤상자를 훔치고 한참을 달린 뒤, 과수원에서 충분히 멀어졌다 싶은 곳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청년은 그재서야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했고, 그 냄새의 근원이 감귤 상자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 감귤이 상한 거였나 싶어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 확인해 본 순간!

'으아아악!! 이게 뭐야!!!'

상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얼핏 보면 감귤과 비슷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절대로 감귤이 아니었다!

기겁한 청년이 감귤상자를 내던지고 뒷걸음질을 치던 도중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이에 청년이 뒤를 돌아보니, 평소 자신을 위협하던 빚쟁이들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덩치 큰 근육덩어리 거한 두 명이 알몸에 붉은 팬티 하나만 입은 채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청년이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겁을 먹고 그대로 굳어버린 그 때, 무언가 조그만한 것이 "띠용~"하는 효과음과 함께 두 거한의 뒤에서 튀어나와 그 앞에 착지하니, 그것은 얼핏 보면 과일에 팔다리와 얼굴을 달아놓은 것과도 같이 생긴, 굉장히 기묘하게 생긴 난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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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도하르방 해병님의 해병 과수원에서 긴빠이를 하다니, 건방진 아쎄이로군!!"

그 말과 함께 난쟁이는 자신의 팬티를 내리고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자그마한 몸집에 비해 굉장히 거대하고 동글동글한 돌기까지 돋아나 있던 흉악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시간을 돌려 조금 전...)


"어떤 개호로잡 찐빠 기열 새끼야아아아아!!!!!!"

평화롭던 제주 해병대의 해병빵카가 누군가의 노성 어린 외침 한 번에 무섭게 뒤흔들렸다!
도데체 무슨 일인고 하고 알아보니, 제주 해병대의 주계장을 책임지시는 주계병 도하르방 해병님께서 포신 끝까지 격노하셔서는 "슈슉 슈슉. 슉. 시. 시발럼아!!"를 연달아 외치시며 자신의 상징과도 같으신 두 자루의 식칼을 미친듯이 휘둘러 애꿎은 아쎄이 7489명을 썰어버려 돔베로 만들어버리시고 계셨다!

도하르방 해병님은 그럼에도 화가 가시지 않으셨는지 식칼 휘두르기를 멈추시긴 커녕 더욱 기세를 담아 추가로 89269명의 아쎄이마저 돔베로 만드시려던 순간!

"새끼 기열!!"

-빠악!!!

누군가가 상어처럼 뛰어올라 도하르방 해병님의 미간에 헤드버트를 날리셨다!

"따흐흑!"

상어와 같은 헤드버트의 충격 덕분인지 그재서야 진정하신 도하르방 해병님께서 안면이 찌그러지신 채로 앞을 보시니, 제주산 전복과도 같은 견고한 외피로 무장된 신체를 지니신, 제주 해병대의 일수 오분작 해병님께서 그의 최측근이신 이수 구살 해병님, 구살 해병님의 동기 한치 해병님, 그리고 도하르방 해병님의 맞선임이신 한라봉 해병님을 대동하신 채로 도하르방 해병님을 노려보고 계셨다!

"도하르방 해병! 어떠한 이유로 갑자기 이런 개지랄을 떨며 소란을 피우고 있는지 당장 설명해 보도록!"

"아... 악! 알겠습니다!!"

그렇게 도하르방 해병님께서 오분작 해병님께서 납득하실 수 있도록 69중첩으로 보고하시기를, 본래 도하르방 해병님께서 제주 해병대의 소중한 주식 중 하나인 해병 귤을 보다 안정적으로 수확할 방법을 고민하신 끝에, 해병 감귤을 대량으로 재배하여 수확할 수 있는 해병 과수원을 조성하셨으나! 기껏 수확한 해병 감귤 한 상자를 누군가가 긴빠이해 갔다는 것이었다!

감히 해병대의 소중한 식량을 긴빠이치다니! 오분작 해병님은 견고한 외피가 벌어질 정도로 크게 분노하셨고, 구살 해병님은 전신의 보랏빛 가시를 날카롭게 세우시며, 한치 해병님은 촉수를 격하게 꿈틀거리시며, 한라봉 해병님은 한라봉 갑주 속 붉은 안광을 번뜩이시며 각자 분노를 표하셨다!

이내 오분작 해병님께서 당장 수색대를 꾸려 해병감귤 긴빠이범을 생포해 올 것을 명하셨고, 낑깡 해병님을 필두로 한 수색대가 긴빠이범의 흔적을 쫒아 추격을 개시했던 것이었다!!

(다시 현재)

"지이슬 해병! 가암저 해병! 긴빠이범을 잡아라!!"

낑깡 해병이라고 불린 기묘한 난쟁이의 명령에 지이슬과 가암저라고 불린, 울퉁불퉁한 외모가 마치 감자와 고구마를 연상시키는 두 거한이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청년은 도망치려고 했으나 금방 따라잡히고 말았고, 이내 낑깡이 휘두른 흉악한 물건에 얻어맞아 바닥을 나뒹굴었다.

"긴빠이범 주제에 도망까지 치려고 해? 아무래도 이 몸께서 친히 전우애를 하사하며 교육해 줄 필요가 있겠어! 낄낄낄!!"

낑깡 해병은 돌기로 가득한 거대한 물건을 치켜세운 채로 청년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고, 청년은 일어나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방금 얻어맞은 충격으로 몸에 격통이 달리고 있던 탓에 도망은 커녕 일어설 수 조차 없었다.

"아쎄이! 전우애 실시!!"

다가오던 낑깡 해병은 그 외침과 함께 청년을 향해 뛰어올랐고, 청년은 눈 앞의 공포 앞에 두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슈우욱! 팍!!

"따흐아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새하얀 화살과도 같은 것이 청년에게 달려들던 낑깡 해병의 거대 포신에 박혔고, 낑깡 해병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역시 오분작 해병님의 예측대로군."

포신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낑깡 해병이 목소리가 들려 온 방향을 바라보니, 한치 해병님이 옆에 도하르방 해병님을 대동하신 채 자신의 포신을 꼿꼿하게 세우시고 계셨다.

한치 해병님께서 자신의 주특기, 포신으로부터 발사되는 올챙이크림 화살을 낑깡 해병에게 날리셨던 것이다!

"하... 한치 해병님? 도하르방 해병님? 이게 데체..."

낑깡 해병은 물론이고, 그 뒤편에 계시던 지이슬, 가암저 해병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던 그 때,

"마운틴 드롭!!"

-쿠우웅!!!

"따헉!!"

"따흐악!!"

어디선가 들려온 외침과 함께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바위와 같은 무언가가 지이슬과 가암저를 깔아뭉개버리며 해병 매쉬드포테이토와 해병 고구마무스로 만들어버렸다! 이윽고 거대한 바위처럼 보이던 그것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정체를 드러내니, 그것은 바위가 아니라 자그마한 몸집의 낑깡 해병과는 반대로 제주 해병대 제일의 거구를 자랑하시는, 도하르방 해병님의 맞후임이신 백록담 해병님이 자신의 필살기인 마운틴 드롭을 날리셨던 것이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너무 갑작스러워 어안이 벙벙해져 계시던 낑깡 해병의 귓가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아무래도 저번 맴매만으로는 처벌이 부족했던 모양이로군."

거구의 백록담 해병님의 뒷편으로부터 오분작 해병님, 구살 해병님, 한라봉 해병님이 걸어나오셨다.

이게 도데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야기를 좀 더 과거로 되돌려 설명해보자면, 본래 낑깡 해병은 제주 해병대에서 제일 작은 몸집을 지녔다는, 이것만 본다면 다른 해병들에게 비웃음과 함께 기열 취급받기 딱 좋은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나, 작은 체구 대신 제주 해병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거대하고 기합 넘치는 낑깡다마 포신을 지닌 덕에 비웃음을 당하긴 커녕 제주의 기합 넘치는 오도해병들 중 하나로 군림하며 "자ㄱ지만 강한 오도해병"이라는 이명까지 붙으며 아쎄이들은 물론 몇몇 오도 해병들 사이에서도 경배 대상이 될 정도였다.

허나 이에 낑깡 해병은 날이 갈수록 점점 거만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해병 빵카에 막 들어온 아쎄이들에게 멋대로 손을 대고 전우애를 행하는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당연히 해병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막 자진입대한 아쎄이들이 낑깡 해병의 초 거대 포신으로 행해지는 전우애를 견뎌낼 리가 만무하였고, 전우애구멍이 완전히 파열되어 불구가 되거나 아예 해병돔베로 변해버리는 아쎄이들이 속출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으며, 이에 오분작 해병님은 크게 분노하시어 낑깡 해병에게 손수 맴매를 행하여 해병 생과일주스로 만들어 처벌하셨던 과거가 있었던 것이니!

그 날 이후 낑깡 해병님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신데다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이 꽤나 흘러 오분작 해병님도 이 사건을 까먹고 계셨지만, 긴빠이범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신 뒤 조용히 삼바춤을 추시던 도중, 과거 낑깡 해병이 벌였던 그 사건을 떠올리신 오분작 해병님이셨고, 이에 자신을 비롯하여 구살, 한치, 한라봉, 도하르방, 백록담 해병을 이끌고 낑깡 일당을 뒤쫒아 온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또 일을 벌이려 하다니. 이번 일은 맴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니 각오하도록!!"

"아... 악! 전부 오해임을 해명하는 것을 설명할 기회를 주실 수 있는지를 여쭈어보아도 문제가 없을지를 허가해 주실..."

"새끼 기열!! 구차하게 변명을 하다니!"

"문답무용!!"

그 외침과 함께 도하르방 해병님이 낑깡 해병에게 달려들어 쌍칼을 휘두르시자, 이내 낑깡 해병은 각개빤스는 물론 포신과 팔다리가 전부 잘려나가 동그란 과일과 같은 몸뚱이만 남은 채 공중으로 내던져졌고, 오분작 해병님이 그런 낑깡 해병이 떨어지는 위치에 자리잡고 자신의 외피를 열어 숨겨진 포신을 꺼내들고서는, 떨어지는 낑깡 해병을 자신의 포신 끝으로 받아내시니!

-푸우우우욱!!

낑깡 해병은 오분작 해병님의 포신에 전우애구멍부터 입까지 꿰뚫리고야 말았다!!

"ㄲ... ㅓ... ㄲ...ㅇ..."

"낑깡! 네놈은 한동안 내가 직접 전우애인 형을 집행해주도록 하겠다! 이번 기회에 박는 기쁨 외에 박히는 기쁨도 알려주도록 할 것이니 감사하도록!!"

이후 오분작 해병님은 긴빠이범의 처리 건을 구살 해병님께 위임하시고는, 자신의 포신에 낑깡 해병을 끼워놓은 채 한치 해병님과 함께 해병 빵카로 돌아가셨고,

현장에 남게 된 구살, 한라봉, 도하르방, 백록담 해병님들은 긴빠이범을 앞에 두고 어떻게 처리할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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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달려들던 난쟁이와 거한들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났으나,

전신에 보라색 가시가 난 괴물,

흉물스럽게 생긴데다 살아움직이기까지 하는 돌하르방의 모습을 한 괴물,

큰 바위같은 몸집에다 산에 팔다리를 달아놓은 모습의 괴물,

커다란 과일에 두 다리가 달린 모습의 괴물 등,

한 눈에 봐도 아까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자신을 둘러싸고서 처우를 의논하는 상황에 처한 청년이었으나,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에도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결국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자... 잘못했어요... 집에서 어머니랑 동생들이 굶고 있어서 그랬어요... 저 없으면 어머니랑 동생들 돌봐 줄 사람이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 잠깐."

그 말을 들은 구살 해병님께서 잔뜩 세워져 있던 가시를 전부 내리시고 한 손을 들어 다른 해병님들을 전부 조용히 시키신 뒤,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그게 무슨 얘기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그... 그러니까..."

구살 해병님의 추궁에 청년은 결국 자신의 인생, 집안사정 등등을 전부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 말을 조용히 듣고 계시던 구살 해병님의 표정은 점점 침울해지기 시작했다.

오도해병인 지금은 전신에 가시가 돋아난 기합과 짜세가 넘치시는 몸이지만, 사실 입대 전에는 자기 자신이 가시밭길을 걷는 것과 같은 험한 삶을 살아왔다는 과거를 가지셨기에, 청년의 이야기가 남 일로 느껴지지 않으셨던 것이리라.

청년의 말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침묵하시던 구살 해병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린 나이부터 그런 일을 겪어왔다니...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로군... 알았으니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널 해할 일은 없을 것이며, 너의 가족들도 굶지 않도록 지원해주지."

"가... 감사합니다..."

"다만..."

"...예?"

"그렇다고 해도 소중한 해병 감귤을 긴빠이한 건 명백한 잘못! 따라서 너에게는 해병 정신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


'우욱... 끅...'

청년은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앞에 가득 쌓여있는 무언가를 집어들어 입에 쑤셔넣고 있었다.

4마리의 괴물들은 청년이 다시는 도둑질(그들의 용어로 긴빠이)을 하지 않도록 정신 교육을 시켜주겠다며 청년을 자신들의 본거지로 데려왔고, 청년이 훔쳤던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물론, 과수원에 쌓여있던 다른 '해병감귤'까지 전부 가져와 청년의 눈 앞에 쌓아놓고는 그걸 전부 청년에게 먹어치울 것을 강요하였다.

못 먹겠다고 한다면 정말로 죽일 기세였기에 청년은 끔찍해하면서도 구역질을 참아가며 필사적으로 눈 앞의 해병감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양이 너무 많았기에 결국 한계가 오고 말았고, 삼켯던 해병감귤들이 속에서부터 올라오고야 말았다.

청년이 얼굴이 주황빛으로 물든 채 위액섞인 그것들을 입에 물고 있던 그 때, 한라봉 해병이 상어처럼 뛰어올라 청년을 들이받았고, 청년은 입에 머금고 있던 것들을 모조리 바닥에 쏟아내고야 말았다.

그런 청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해병들이 청년이 토해 낸 것을 포함한 해병감귤들을 가리키며 계속 먹을 것을 강요했다.

"악으로 먹어라."

"네가 선택한 해병감귤이다. 악으로 먹어라."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고작 그 정도였나?"

어머니... 여동생... 남동생...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린 청년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자신이 토한 것들을 포함한 해병 감귤을 다시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어느순간부터 청년은 괴로움도, 구역질도 느껴지지 않았고, 결국 눈 앞에 있던 해병감귤을 전부 먹어치우는 데 성공한 청년은,

마침내 다시 태어나고야 말았다.


(....)



새벽의 어느 허름한 집 앞에서 누군가가 감귤 상자를 잔뜩 쌓아올리고 있었다.
해병대 활동복을 입고 있는 나름 잘 생긴 남성은 마지막 상자까지 쌓아올리고 숨을 돌리며 불평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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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혀... 내가 이젠 하다하다 이런 일까지 해야하냐...'


그때 집의 문 쪽에서 인기척을 느낀 남성은 재빨리 모습을 감췄고, 집 안에서 한 소녀가 걸어나왔다.

이 허름한 집은 해병들의 본거지로 잡혀가 있던 청년의 집이었으며, 소녀는 청년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청년의 여동생이었다.

이내 여동생은 집 앞에 가득 쌓여있던 감귤 상자를 보았고, 가족들과 함께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들은 전부 감귤 대신 현금으로 한가득 채워져 있었고, 맨 위에 있던 상자에는 현금과 함께 편지 봉투 하나가 있었다.

편지에는 돌아오길 기다리던, 가장으로써 자신들을 돌봐줘 온 존재... 청년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전하는 말이 장문으로 적혀있었고, 거기에는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편지의 내용을 확인한 청년의 가족들은 청년을 찾으려고 했으나 그날 이후 청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같은 날, 어느 사채업자들의 사무소가 초토화되고는 관계자들은 모조리 실종, 현금도 모조리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해당 사건은 뉴스 하나 나오는 일 없이 조용히 묻혔다.


(....)


"하하하! 그땐 그런 일도 있었지!!"

공병 주상절리 해병이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육각포신을 점검하던 도중, 6이라는 숫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가 터져버리고, 천혜향 해병이 자신의 포신을 긁던 손을 무심코 코로 가져갔다가 피를 뿜으며 쓰러지시며, 브레인 듀오인 백년초, 현무암 해병이 아이디어를 내다가 쌍으로 돔베가 되던 평화로운 지요일!

자신의 맞후임과 맞맞후임인 도하르방 해병과 백록담 해병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라봉 해병이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고는 껄껄 웃었다.

시간이 흘러 오분작 해병님을 비롯한 선임 해병들이 전역하고 자신들이 각각 제주 해병대 서열 1, 2, 3위로 등극한 이후, 3명의 해병들은 종종 이렇게 모여서 그동안 해병대에서 벌어졌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하여 잡담을 나누곤 했다.

자신들이 해병대에 입대하고, 부대의 최고 선임들이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본래 아쎄이 자진입대를 담당하던 지이슬, 가암저 해병이 낑깡 해병을 말리긴 커녕 적극적으로 도우려 했다는 죄목으로 인해 결국 자진입대 담당에서 퇴출되고, 후에 입대한 천지연, 천제연 형제가 새로운 자진입대 담당이 되면서 그 날 이후 제주 해병대에 지요일과 제요일이 반복되고, 지연좋고 제연좋다는 격언이 생겨난 일,

한라봉 해병이 포항의 호랑이 킥, 김포의 사자 니킥에 맞먹는다는 필살기인 제주의 상어 헤드버트를 완벽하게 전수받고 후에 진정한 제주의 일수로 등극한 일,

맴매형에 이어 전우애인형까지 당한 뒤엔 좀 얌전해졌나 싶었던 낑깡 해병이 포항에서 자신처럼 커다란 포신을 지닌 아쎄이가 일으킨, 후에 '쾌흥태 해병의 성기난사 대소동'으로 불리며 해병대의 전설적 사건 중 하나로 화자되는 사건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는 지멋대로 감명을 받아 오분작 해병님의 앞에 서서는 "야, 오분작 이 씨발놈아 계급장 떼고 붙자!!"라고 소리쳤다가 오분작, 구살, 한치, 한라봉, 도하르방, 백록담, 기타등등 해병들에게 6974제년동안 집단구타를 당한 일,

그리고 방금 나누었던 이야기, 해병감귤을 긴빠이쳤다가 정신교육을 겸하는 악기바리를 당하게 된 아쎄이가 악으로 깡으로 눈 앞으 해병감귤을 모조리 먹어치운 아쎄이가 진정한 오도해병으로 완성되며 다시 태어나고, 그 오도해병이 도하르방 해병의 수제자가 되었다가, 도하르방 해병님으로부터 대표 주계병 자리를 물려받고 제주 해병빵카의 주계장을 책임지게 된 일이 자주 화자되곤 했다.

"그러고 보니 마침 슬슬 저녁시간이군.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알겠습니다."

제주 해병대를 지배하는 세 명의 해병들은 그 말과 함께 제일 먼저 식당으로 들어서서 주계병을 불렀다.

"가 해병! 오늘 석식 메뉴는 뭔가!"

그 부름을 들은 주계병 가 해병이 셋의 앞에 걸어나왔다.

눈 앞에 가득 쌓여있던 해병감귤을 악으로 깡으로 전부 먹어치우고, 자기 자신도 해병 감귤 그 자체와 같은 얼굴의 오도짜세 해병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해병.

주계병은 씨익 웃더니 관등성명을 대며 그날 저녁 식단을 외쳤다.


"상병 가암귤! 오늘 석식은 해병 마라짜장, 해병 돔베, 후식으로 해병 바나나와 해병 감귤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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