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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바리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영혼이 제사음식을 드시는 전통


저승배치 받고나서 매 추석마다 동그랑땡이나 전, 한과, 황룡수육 등의 제사음식들을 그냥 입에 넣고 제대로 씹을 새도 없이 악으로 몇 접시씩 비워야 했다


철모르던 아쎄이 귀신 시절 나도 빙 둘러앉은 후손들 앞에서 정성스레 차려진 동태전과 각종 제사음식들을 거의 74접시를 비워야 했고


  
까끌까끌한 가시가 조금씩 박혀있는 뜨거운 동태전을 허겁지겁 물도 없이 삼키느라 입 안이 가시에 찔리고 데여서 계속 아렸다


69접시 째 먹는데 목구멍에 전 쪼가리가 확 느껴지면서


삼킨 동태전들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속에서 섞일대로 섞인 동태전 쪼가리들을 입에 물고 얼굴이 벌게져서 있었는데


눈에 넣으면 아플 증손자 황근출이 제사상을 엎으며 가슴팍처럼 달려와 내가 데려온 저승사자를 걷어차고 나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증조부...기열!!!!!"


당연히 입에 머금고 있던 동태전 토사물은 바닥에 뿜어졌다


나는 그날 증손자 황근출에게 귀신잡는 해병정신으로 소멸되기 직전까지 맞았다


구타가 끝나고


증손자 황근출이 바닥에 떨어진 동태전 토사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드십시오."


"증조부께서 선택해서 온 본가입니다. 악으로 드십시오."


나는 겁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동태전 토사물들을 주워먹었고


증손자 황근출의 감독 하에 남은 제사음식들까지 모두 비웠다


그날 제사가 끝나고 다시 저승으로 가기 위해 저승사자를 따라가려는데 증손자 황근출이 저승사자를 자진입대 시키고 나를 불렀다


담배 두개를 물고 한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증조부의 토를 아무도 대신 치워드리지 않습니다. 여기는 증조부의 집이 아닙니다."



"아니 여긴 원래 내가 살던 집...."


"아무도 증조부의 실수를 묵인하고 넘어가주지 않습니다. 여기 집안에서만 그런게 아닙니다. 해병대가 그렇습니다."


"해병대 규칙을 여기서 왜..."


"아무도 증조부가 흘린 해병짜장을 대신 먹거나 치워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실수하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 악물고 사는거고, 그래도 실수를 했다면 증조부님의 과오는 증조부님 손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먹으라고 한겁니다."


".....근출아, 난 해병도 아닌데 뭔 개소ㄹ...."


"명심하십시오. 해병은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습니다."


그날 나는 죽었음에도 죽음이란걸 또 다시 경험할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그날 동태전 몇 접시에 해병정신을 배웠고 해병정신을 피해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