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같이 멀어지는 황룡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곽말풍. 


이내 그가 황룡의 등을 향해 뻗었던 손이 갈 곳을 잃고 거두어진다.


“쯧…. 밥이나 한 끼 사주려고 했는데….”


하기야, 트라우마가 심하기도 하겠지.


그놈들이 전역 날이 됐다고 순순히 내보내 줬을 리도 없고.


‘그래서 도망갔구만?’


어쩐지 그들과 같은 취급을 받은 것 같아 괜히 섭섭해지는 곽말풍이었다.


어쨌든,


‘일도 다 끝냈고, 이제 포항으로 돌아가 볼까.’


쿵! 쿠궁!


 멀리서 발생한 듯한 굉음이 터미널 안까지 울렸다. 소리와 함께 순간 진동하던 바닥의 울림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으아아앙!”


“뭐야? 방금 무슨 소리야?”


“지진이라도 났나?”


웅성거리는 사람들. 순간 곽말풍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불길함이 스친다.


아무래도……


집에 가는 건 좀 미뤄야겠구만.




……




무너진 건물들 사이 자욱한 콘크리트 분진 속, 해병대원 세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끝난 모양이군.‘


굉음의 근원을 조사하기 위한 정찰조의 조장으로 파견된 임요한 중사.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전란이 휩쓴 듯한 공군기지. 아니, 더 이상 공군기지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다.

비산한 콘크리트 파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육편 조각들, 자욱한 먼지만이 남겨진 이곳에 어울리는 이름은 단 하나뿐일 테니까.


“……지옥 같슴다.”


“공군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최소한의 터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무언가 일이 터진 것은 분명한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 

그 어떤 잔해 사이에도 사람의 형태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은 없었다.



“사주경계 확실히. 아직 위협이 남아있을지 모른다.” 


“네!”


마치 짙은 안개처럼 펼쳐진 먼지 때문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 정찰조원들이 신중히 정찰을 개시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도, 주위의 참담한 풍경만큼은 지나갈 줄을 몰랐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이 미련한 놈들이!’




도무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 속. 수색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홍 병장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도무지 시야가 안 나옵니다. 뭐가 더 있을 것 같지도 않…“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홍 병장이 즉시 입을 다문다. 


정찰조로 자원해 온 한솔 하사, 그녀의 동생이 이곳 공군기지에 복무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불안하고 조급하다 한들, 한 하사에 비할 바는 아닐 테다.



그때, 먼지가 서서히 걷히고, 도무지 생명의 흔적이라곤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잔해들 속에서 이질적으로 무사한 건물 한 채가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저곳에 여길 이 꼴로 만든 무언가가 있다고.


“도착했을 때 비명소리 같은걸 들었슴다. 묘하게 울리는 소리라 잘못 들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저 안에서 새어 나온 소리면 말이 되지 말임다.”


불길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온상은 아마 저 안에 있을 테지.


“여기는 나 혼자 들어간다.”


판단을 마친 임 중사가 말했다.


“너희는 본부로 돌아가라. 가는 길에 무전 듣고.“ 


이번만큼은 추호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듯, 한 하사가 받아쳤다.


”동생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전까진 못 돌아감다.“


”저도 이제 와서 혼자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치만 저희끼리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우선 지원을 부르시는 게…“


임 중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상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마당에 무턱대고 본대를 부를 수는 없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건물의 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돌아갈 테니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야. 일시에 진입한다. 가까이 붙어.“


“예!”



콰앙!


더 지체할 것도 없다는 듯, 임 병장이 문을 발로 차 열어젖히고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손 들어! 해병대다!”


건물 내부는 임 병장이 바깥에서 예상한 구조와는 달리 넓게 뚫려 있었으며, 제멋대로 널브러진 전선들과 간간이 찍혀 있는 핏자국을 빼면 제법 쾌적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마치 잘 정돈된 체육관에 들어선 것 같다. 


건물 안의 공기는 먼지로 자욱한 바깥과 대비되어 마치 다른 세상의 것인 양 투명했으나, 소스라치게 불쾌한 향기가 났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광경 속 구석 한편에서, 머리가 반쯤 날아간 사내가 멍한 눈으로 무언가를 애틋하게 쓰다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구리 중위?


그보다 그 앞의 저건 무슨?


끔찍한 모양새다. 분명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었으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런 것이, 사람의 일부였던 파편들을 제멋대로 이어 붙인다고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잖은가?


“…공군출인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건 적어도 사람 꼴이긴 하잖슴까?”


움찔.


모두의 시선이 괴물체에 꽂혔다. 공구리 중위가 괴물체에 약물을 주사하자, 괴물체의 몸이 비대해지더니 이내 무수한 돌기들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씨발……! 저게 대체 뭐야…!’


모두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것에는 절대 대적할 수 없다. 마침내 그 기형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해병대원들은 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문에 다다랐을 때,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문은 굳게 닫혀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에 질리다 못해 패닉에 빠져 버린 해병대원들이 문을 두들기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쾅쾅쾅쾅!


“으아아아아아악!”


”씨발 살려 줘어어어어!“


“진정해, 우린 아직 발각되지도 않았다고!”


그때.


저벅. 저벅.



파란 제복을 입은 육중한 사내가 그들의 바로 뒤에 멈춰 섰다.



- 스캔 중 . . . 해병대원 셋 감지. 정밀 추적 중 . . . 결과 / 추적 대상과 불일치.



”네놈들은 아니군.“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 한 하사가 바닥에 허물어지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공…군출…“


가망이 없다. 저 정체불명의 기형체만으로 이곳의 모든 해병이 압도되었는데, 이제는 공군출이라니.


”으어…”


“사…살려…”


“뭐 하는 짓이냐! 해병의 이름을 욕보이지 마라! 당당히 서!“


그 다그침에 순간 정신을 차린 홍 병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공군출 앞에 당당히 서서 그 기세를 받아내고 있는 임요한 중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다리만큼은 주인의 뜻을 따라 줄 생각이 없다는 듯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 



“인상 깊구나… 해병이 이 몸에 대적할 수 있다니.”


“틀린 말이군.”


”…….”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듯 웃어 보인 임 중사가 대꾸했다.


“해병이 대적할 수 없는 존재는 없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는 듯 짧게 대꾸한 임요한 중사의 몸이, 야생의 늑대와 같은 기세로 공군출에게 쏘아졌다.


한때 인천 해병 황제라 불리우며 김포 뢰존도 해병과 쌍벽을 이루었던 그의 무적도가 빛이 바랬을까?



아마도 저 공군출이 확인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