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기지로 복귀한 신이나 소위.


아무래도 아까 터미널에서 곽말풍 아저씨를 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포항 해병 출신이라던 그 사람도 혹시…’


걸음을 재촉하던 신 소위가 대대장실 앞에 멈추어 섰다.



그녀의 삼촌, 인천 해병대 소속 신준철 중령.


그가 곽말풍 중령을 만날 때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곤 했다.



아무래도 물어볼 게 많겠어.





……






쾅! 콰앙!


순간 땅을 박차고 옆으로 굴러 자신에게 날아드는 권력을 가까스로 피해 낸 공군출이 기겁을 하며 물러선다.


그러나 공군출의 뒤에 있던 벽은 충격을 견디지 못해 연달아 허물어졌고, 복도가 막혀 퇴로가 차단되었다.


“하…!”


파앙! 파아앙!


공군출은 연이어 쏟아지는 무적도의 연격을 오른손으로 쳐 내는 와중에도, 상대가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왼팔을 사슬 모양으로 바꿔 음속에 도달한 채찍질을 해 댔다.


으드득!


임요한 중사가 이를 악물고 채찍질을 맞아 가며 돌격한다. 어깨와 다리의 살점이 한 움큼 뜯겨 나가 공중에 비산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는 앞발을 크게 내딛어 간결한 동작으로 주먹을 뻗어 냈다.


콰득! 콰드득!


처음 일 권과 이 권이 공군출의 가드를 튕겨 내고, 삼 권과 사 권이 무방비한 그의 가슴팍에 날아든다.

퇴로가 막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공군출이 권을 피해 내는 대신, 함께 주먹을 내지르는 것을 택했다. 그 대가로, 공군출의 어깨와 흉곽에 주먹 모양의 상흔이 새겨졌다.


콰아아앙!


권력을 이겨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간 공군출이 무너진 벽 잔해에 처박혔다.


공군출의 주먹을 몸으로 받아 낸 중사도 무사하진 못한 모양으로, 검은 선지피를 연달아 토해 냈다.



홍 병장의 피가 끓는다.


저 공군출과 대등하다니…!


임요한 중사를 도와 싸우고 싶다. 하지만 그의 수준으로 저 싸움에 끼어들어 봤자,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에게 지키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얹어 줄 뿐이다.


아마 한 하사도 비슷한 생각을 한 듯,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않고, 아까 넘어졌을 때 망가진 듯한 무전기를 고치려 용을 쓰고 있었다.


홍 병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기셔야 합니다, 임 중사님!’




공군출이 무너진 벽의 잔해 사이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저자는 지금 자신을 돌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 공격을 연달아 받아 내고 몸 상태가 정상일 리 없다.


반면, 공군출은 결국 기계. 상처를 입는다 해도 기동에 문제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승기를 잡은 쪽은 공군출이다.



하지만……


‘저 오른 주먹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공군출의 전신에서 칼날 같은 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시간을 더 끌어서는 안 된다.‘


중사가 제 자리에 겨우 버티고 서서 공군출을 노려보았다.


그때!


쐐애애액!


공군출의 왼팔에서 사출된 칼날이 일직선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든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 지독한 날카로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콰득!



가까스로 날아든 칼날을 쳐 낸 중사는 제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잘 벼려진 칼날이 피부를 뚫고 뼈를 반쯤 잘라 냈다.


그 틈에 단숨에 거리를 좁혀 온 공군출이 제 오른팔에서 칼날을 발출해 휘둘러 왔다.


“흠!”


단숨에 목을 칠 심산이다.


그러나.


방금 허용한 일격이 무색할 만큼, 이번에는 중사가 몸을 숙여 공격을 가뿐히 피해 냈다.



”기다렸다.“



임 중사가 마귀처럼 웃으며 공군출을 올려다보았다.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말이야.“



“……!“


”내가 못 가면!”


순간 쎄함을 감지한 공군출이 충격파를 쏘아 중사를 밀어내고, 발작적으로 땅을 박차고 떠올라, 우선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러나!



콰앙!


임 중사가 쏜살같이 따라붙더니, 왼발로 미처 떠오르지 못한 공군출의 뒷발을 짓밟았고, 두 사람의 다리는 그대로 바닥에 박혀 들어갔다.


“네가 와야지, 안 그래?”


동시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궤적을 그리며 뻗어진 중사의 왼 주먹!


콰아앙!


그대로 공군출의 안면에 적중한다. 그러나,


“큽……”


공군출이 내지른 왼손 수도가 임 중사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그래 봤자, 어차피 같이 묶여있는 상황!


임 중사가 오른발을 구르며,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오른손에 집중시켰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무적도를 단련해 온, 그야말로 무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오른손.


그 오른손이 엄청난 기세를 풍기더니, 이내 주변의 공기를 짓누르며 공군출에게 나아갔다.



“지금!”



하지만 가만히 있을 공군출이 아니다. 중사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던 왼손을 뽑아내며 갈비뼈를 부수고, 동시에 오른손에서는 칼날을 발출시켜 그의 목을 향해 찔러 냈다!


‘결국 그 주먹만 버텨 내면 나의 승리다.’


그런데!


최선이라 생각한 그 수가 최악의 선택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공군출.


이건 맞으면 안 된다.


최고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공군출의 육체라지만, 이런 걸 맞고도 멀쩡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지금 그는 눈앞의 해병 하나를 죽이자고 목숨을 건 도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늦었어, 피할 수가 없다!‘



완전한 역동작.



콰아아아!



‘고작 이런 놈과 동귀어진이라니… 안 돼!’



그러나 중사의 주먹은……



공군출의 얼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권력이 그 힘을 유지한 채 그의 뒤로 뿜어져 나갔다.



콰아아앙!



‘빗나갔다고?’


푸욱!



동시에 찔러 넣었던 공군출의 오른팔은 그대로 임 중사의 목을 꿰뚫었다.



“끄륵……”




”……싱겁구나.“


조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던 건가.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들이친 차가운 가을 바람이 싸움으로 과열된 실내의 열기를 식힌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공군출, 권력을 받아낸 문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다른 해병 둘은 사라지고 없다.


”이익…!“



피에 젖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임요한 중사.



공군출이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임 중사의 목 한가운데에 박힌 칼을 우측으로 갈라 뽑아냈다.


몸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고꾸라지던 그는, 순간 목이 꿰뚫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날.


인천 해병대의 한 전설이 생을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