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아가는 팔뚝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머릿속 물음표를 띄우다가
그 진정한 이유를 인지하기까지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여긴 대체 어디지...?
•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휴일이었다.
담배가 다 떨어졌음에 투덜거리며
말보로 미디움과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려고
집을 나와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던 와중
뒤통수에 둔탁한 격통을 느끼고는
정신을 잃은 듯했다.
깨어나 보니 이곳.
차츰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쯤
떨리는 숨결을 애써 바로잡으려 노력하며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 추워.
지하 12층이라고 쓰여있는 흐릿한 문자와
새빨간 무언가로 온통 얼룩덜룩하게 칠해진 벽..
까슬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손이 뒤로 엉성하게 묶인 채 기절해 있던 나는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던 상태였고
원인이 공포인지 추위인지 모를 떨림을 주체하지 못해
그만 몸을 움직여 기척을 내고 말았다.
그때.
10평 남짓한 이 뭔지 모를 공간 속
반대편 저 멀리 떨어진 구석에서
무언가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양새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간 머리에 피가 차게 식을 정도로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고 자세히 보려고 해보니
분명 벽에 기대어 앉은 채로
내 쪽을 향해 팔을 조금씩 휘젓는
사람인 듯했다.
내가 낸 소리에 반응한 건가?
아 혹시, 설마 나와 같이
이곳에 이유도 모른 채 끌려온 걸까?
너무나도 긴장해 있던 탓에
일말의 이성도 붙잡지 못한 채로
경계심을 풀어버린 나는
이해도 가지 않는 이 상황을 헤쳐 나가기에
혼자보다는 둘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병신같은 착각을 하고
몸을 움직일수록 점점 머리를 맞은 곳에서
뜨거운 면도날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 무엇인지 모를 형체에게 동질감을 느껴
그것에게 점점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가까이 갈수록 피부에 스며드는 비릿한 악취가
쓰나미를 일으키는 지진처럼 강하게 진동하고
멀리서는 회색 그림자에 가까웠던 그것의 모습이
점점 다가갈수록 색채를 찾아가 꽃밭처럼 바뀌었다.
알로록달로록 파스텔톤의
간,대장,위,신장,폐,심장,비장,삼초,방광,소장,쓸개
간,대장,위,신장,폐,심장,비장,삼초,방광,소장,쓸개
얼마나 오래 배를 열어둔 것인지
피가 다 말라붙어 붉은색이 아주 약간 남아있었고
각각 자리가 뒤섞여 있거나 몸 밖으로 꺼내어져 있었다.
마치 널브러진 퍼즐 맞추기처럼.
그것은 원래의 위치로 저것들을 맞추려고
손으로 직접 제 내장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듯하였다.
그것이 퍼즐들을 꽈악 쥐어짜니
썩은 피 같은 액체가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끈덕지게 늘어지는 엉겨 붙은 퍼즐들을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며...
아.
그것의 행동을 인식한 순간부터
이미 제정신을 유지 할 수 없었다.
도망쳐야 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씨발 저게 뭐야.
그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것은 이내 갑작스럽게 고개를 쳐들더니
옆으로 뚜둑 꺾어 나에게 얼굴을 돌렸다.
두 눈은 파내어진 지 오래된 듯 곪아있었으나
무섭도록 정확히 나를 향해 안면을 고정하더니
빠른 속도로 팔을 들어 퍼즐판 속을 휘저으며
입이 귀에 걸린 채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해병님께서 기합스러운 장난으로 친히 저를 해병 수육퍼즐로 만드시어 먹을 것을 가지고 노시고서는 결국 아무도 제 퍼즐을 원위치로 맞춰놓지 못 한 채로 69개월간 방치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흔들면 다 망가져버리는 흘러빠진 기열찐빠 퍼즐 육체로는 오도짜세 해병전사는커녕 기열황룡보다도 못한 전우애인 형같은 신세가 된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여쭈어보려고 하는 의도를 감히 발설해도 될지에 대한 질문이 있음을 보고하는 것에 대하여 적절한지를 검토해주실 수 있는지를 바라도 되는지를 알기 위해 중첩의문문을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해 거북하게 느끼시지는 않는지를 본 해병이 인지하게 해 주실 수 있는지를 알려주시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해 심판해주실 수 있는지를 판단을 받을 수 있는지를 감히 제가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ㅏ? 그것이 나에게 다가온다. ㅏ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ㅏ? 천천히 가까워지는 거리를 눈치채지 못 한 채. ㅏ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ㅏ? 얼빠진 뇌로 이것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려 드는 나는.ㅏ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ㅏ?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ㅏ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알아도 되겠습니까?
소름이 돋아가는 팔뚝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머릿속 물음표를 띄우다가
그 진정한 이유를 인지하기까지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그것이 내 코앞에서 웃고있다.
퍽.
여기가 어딘지 기억났다.
•
이곳은 해병성체 지하 12층.
나는 몇 개월 전 자진입대를 한 자랑스러운 해병.
황근출 해병님께서 오랜만에
옛 퍼즐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 하셔
그것을 챙겨 오려 하던 도중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해병 장난을 당하여
손이 묶여 지하실로 내동댕이쳐졌고
그것 때문에 잠시
해병혼의 정신을 잃고
기열 민간인 시절 기억이 되살아났던 것 같다.
씨발 어떤새끼가 나한테 이런 기합찬 장난을....
저새낀 내가 옛날에 배 좀 가르고
퍼즐 방부처리 해준걸로
아직도 꽁해있는건가?
덤비지도 못할 거 기어오고 지랄이야
박치기 한 대 맞고 기절하는 흘러빠진 기열주제에
지도 그 황근출 해병님께서 친히
뱃속 쓰다듬어 주셨을 때 존나 좋아했을거면서
그때 씨발 주제도 모르고 존나 악쓰고 야리길래
눈깔 파냈더니 지금 싹 다 문드러진거봐ㅋㅋ
아 근데 지금은 다 썩어서 냄새 좆같네 썅.....
에휴 이거 가지고 가서 진떡팔 해병님께
처리해달라고 부탁드리고
내가 다시 그냥 새 걸로 하나 만들어서
황근출 해병님께 가져다드려야겠다.
존나 귀찮네
씨발
새끼.. 기합!
와 씨바
오도해병으로 다시 인격이 바뀌니까 태도도 바껴버리네 ㄷㄷ
해병 장난친게 알고보니 황근출 해병님 아님?
새끼...기합!!!
새끼..기합! - dc App
기합!
무덤덤해지는거 무섭다 ㄷ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