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우리 대학 근처엔 포신루라는 중국집이 있었다.

여기는 화교가 하는 화상이었는데 주방장 이름이 장근출(蔣根出), 우리는 짱근출 아저씨라고 불렀다.

짱 아저씨는 심양 출신인데 동학농민운동 때 청나라해군 소속으로 폭도들을 진압하러 오셨다가 그대로 눌러앉으셨다고 했다.

그 뒤 일청전쟁 일러전쟁 때 일본군의 길 안내를 맡으시고 일한합방에 앞장 섰으며 해방 후에는 625전쟁에서 중공군으로 활약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무장공비가 올 때마다 식량과 거처를 제공하고 군부대 위치를 누설하는 등 대한민국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계셨다.

친구들과 식당에 들어가니까

"라일라일라일라이 차차차!(여기 차 좀 내 와라!"

하며 반갑게 맞이하셨다.

"저희 짜장 둘 짬뽕 하나 탕수육 소짜 주세요"

"알았어해! 여기 짜자이 두 개 짬뽀이 한 개 탕슉 짝은 거 한 개 빠빠리빨리! 콰이콰이!"

잠시 후 음식이 나오고 맛을 보는데 불맛이 느껴지면서 쿰쿰한 향이 느껴졌다.

"야 짜장이 원래 이러냐? 한번 물어볼까?"

"아저씨 여기 짜장 냄새가 원래 이래요?"

아저씨가 주방에서 나왔는데 아무것도 안 입고 빨간 앞치마만 입고 계셨다.

"ㅋㅋ 아저씨 왜 옷 안 입고 있어요?"

"아 여기 주방 뜨거워 해. 우리 석탄 써 화력 쎄 옷 못입어 해"

"아 근데 짜장은 왜 그래요?"

아저씨가 좀 당황하더니

"어... 짜자이 춘장으로 만들어 해 춘장 우리 된장 해. 울리 살람 춘장 먹어 해"

아마 춘장이 된장 같은 거라 그렇다는 의미 같았다.

우리는 납득하고 다 먹고 계산 하려는데

"어? 690원이 모자른데?"

"아저씨 저희 외상하면 안 될까요?"

그러자 아저씨가

"몸으로 때워라. 신속하게 주방으로 간다 실시!"

하면서 우리에게 빨간 앞치마를 던져주셨다.

"요리계에 입문한 걸 환영한다!"

우리는 지옥불보다 뜨거운 주방 아니 주계장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