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에서 레이다 운용병이었다.
해안경계부대 출신들은 알겠지만 참 좆같은 보직이다
제시간에 못자고 긴 시간 동안 앉아있어서 전립선이나 척추는 씹창나고
업무 자체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기에 빡센 근무 후에는 숙련된 운용병도 예민해진다.
해안경계에 있어 가장 먼저 상황을 식별하는 수단은 레이다기에
혹시 뭔가 놓친게 있다면 대대장으로부터 직접 내리갈굼이 흘러내려온다.
복무하는 기지들도 하나같이
'아니씨발 이런데 뭐가 있긴있네?' 소리가 나올 만한 오지에 위치해있다.
여러모로 힘든 게 많았지만 가장 좆같은건 해병대와 감시구역이 겹친다는 점이었다.
'예통신보안 xxx레이다 상뱅 xxx입니다. 혹시 xx xx 지점에 남하하는 선박 인수인계 가능하십니까.'
레이더 업무의 사실상 모든것, 인수인계.
선박이 타 레이더의 감시구역으로 이동할 때
서로 해당 선박의 추적 번호를 교환해 기록한다.
혹시 문제가 생길 경우, 번호를 역추적해 어디서 잘못이 있었는지 가리기 위한 것이다.
'뽀르삐립, 해당 위치 추적대상 무. 뽀르삐리-립.'
'통신보안? 통신보안?... 아이씨발 미친새끼들...'
내가 전입온 이후로 해병대와 정상적으로 인수인계가 진행된 적은 없다.
'xxx중사님? 해병대 측 운용병이 또 인수인계 거부하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하이씨빨거 똥게이새끼들... 그냥 바깥쪽으로 나갔다고 해라 어차피 그거 다신 안돌아온다.'
항상 간부에게 해병대가 인수인계를 거부한다고 보고하면 알지 못할 소리를 하며 대충 가라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해병대 측의 감시구역에 들어간 선박은 다신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병장이 될때까지 항상 그래왔다.
아무도 이에 대해 묻지 않는다.
누군가 간부에게 해병대에 대해서 물으면 기지장실에 들어가 면담을 진행한다.
면담을 진행한 병사는 그 후 한동안 말없이 생활관에만 박혀있곤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 날 새벽근무.
새벽에는 어부들이 출항하기 전까진 아무 일이 없기에
간부나 병사나 느긋하게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시간을 때운다
'야 씨발 xx아? 너 위쪽에 저거 뭐냐? 배냐 저거?'
'아 부실장님 저거 너무 비정상적으로 커서 또 장비 오류났다고 기록해뒀습니다.'
부실장은 흔히들 말하는 짬상사였다.
항상 입버릇처럼 사단장을 빼면 우리 사단에 자기보다 군생활 오래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으며
웬만한 상황이 터져도 심드렁하게 대충 지시를 내리고는 커담을 하러 나갔다.
그런 부실장이 하얗게 질린채로 굳어버렸다.
'지금부터, 전화오는거 번호 안뜨면 절대 받지마세요. xx레이다는 현 시간부터 저 물체, 해군선박으로 취급해서 추적합니다. 지금 기록병 한명 나가서, 탐조등도 조기소등하세요.'
말을 묘하게 끊어말하고 요자를 쓰는건 부실장이 긴장했을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자리에 전화가 걸려왔고
이제 갓 일병을 단 우리 분대 막내가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xx레이다 일병xxx입니다!'
'아..이! 인...계...병! 싱싱...'
'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xx병장님? 저희 혹시 신병 예정있습니까? 어디서 전화와서 신병이 어쩌고 하고 있습니다'
무슨 영문 모를 소린지 모르겠지만 짬찌가 전화하다 얼타는건 자주 있는일이다.
'내가 말할게 줘봐라'
'네! 여기있습니다!'
'예통신보안 xx레이다 병장xxx전화받았습니다'
'반갑다, 아쎄이! 항상 인수인계를 하자고 하길래 찾아가고 있다! 대상은 싱싱한 아쎄이 31명! 우리가 긴... 아니 받아가도록 하지!'
그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고 분대장에게 물었다.
'야 xx아, 우리 휴가자 빼면 지금 기지원 몇명이지?'
'어... 31명인데 그건 또 왜? 형 전역사진 찍게?'
'부실장님, 현재 추적중인 해군선박 저희 기지쪽으로 항로변경했습니다.'
'분대장 당장 tod되는거 돌려서 영상확보하세요'
'알겠습니다, 형 사진은 나중에 애들 많으면 찍자 지금 휴가자 좀 있어'
tod는 설명하자면 길지만 일단 초고성능 cctv라고 생각하면 된다.
곧 해당 물체 인근 tod에서 촬영하는 영상이 방 중앙 화면에 떴다.
그건 선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기괴했다.
붉은 화물 컨테이너 여러개가 밧줄로 묶여 그 위엔 공사장마냥 철근 구조물이 잔뜩 들어차있었다.
너무 멀리 있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반 나체의 사람들이 그 위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거 뭐라 써져있는거 아닙니까?'
'그러네... 이.. 희망? 글씨가 이상해서 못알아보겠는데?'
뒤에서 풀썩하고 주저않는 소리가 들려 보니 부실장이 바닥에 퍼질러져 있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부실장은 지시를 내렸다.
'운용병... 항로 계산해서 기지까지 접선시간 얼마죠?...'
'넵, 현 속도로 항해시 6.9분 예상됩니다.'
이상은 전화 내역, 장비 기록 영상 요청 기록 등으로 재구성한 xx레이더 xxxx년 x월 x일 xx시 xx분 근무 내용입니다.
추가적인 내용은 자료부족으로 인해 알 방법이 없으며, xx레이더는 그 다음날 온 부식 차량에 의해 텅 빈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부식 차량 운전자는 즉시 대대에 해당 상황을 신고하였으며 대대 측에선 화생방중대를 투입해 현장을 격리, 소독하는 절차에서 위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xx레이다는 곧 심각한 생화학적 오염으로 인해 폐쇄될 예정입니다.
개무섭농
따흐흑!
새끼...기합!!!
1q2w3e4r! 해병님...
남하하는 선박 자진입대시킨거냐ㅋㅋㅋㅋ
해병-오도상륙선으로 레이더 인원들 노획한 것
해병호러물 ㄷㄷㄷ
꼭 해상조난 괴담 보는거 같음ㅋㅋㅋ
새끼 기합!
야 잠깐 잡혀갔는데 너 어떻게 여기 글 올렸냐?
시발 tod 출신이라 섹터여역 디테일해서 더 즟같노
보닌 복무한데는 레이다 tod같이 돌렷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