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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이 체스터에 들어간지 4일 차.

포항의 살인적인 햇살이 체스터를 달군다.

"물... 똥게이 새끼들아... 물... 물 좀 줘!"
"황룡, 짜장은 줄 수 있다!"
"...됐어, 똥게이들아..."

갈증을 참지 못한 황룡은 전날 밤 견쌍섭이 준 무언가에 해병들이 '해병맥주'라고 부르는 자신의 소변을 받아마셔야만 했다.

자세히 보니 팔각모다.

"...내가 살려고 저 똥게이들 하는 짓을 따라해야 하다니..."

황룡이 팔각모에 해병맥주를 따르는 소리를 듣고선 밖에서 체스터를 감시하던 입초근무자 눈감잘은 감격에 차 말했다.

"황룡! 해병맥주를 따르는 소리가 들리는군! 이제 진정한 기합짜세가 되기로 결심한건가?!"
"...좀 닥치라고!"

황룡은 신경질을 부리다 그만 팔각모에 든 소변을 엎고 말았다.

"에이 씹..."

황룡은 허망하게 팔각모를 바라보다가 문득 익숙한 느낌에 그 팔각모를 자세히 살펴봤다.

"...아, 이런게 있었지... 으흐흐흐흐흑..."

황룡은 다시 옛날을 떠올리며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야, 근출아. 너 수료때 외출 나가서 사왔다던게 이거였냐?"

황룡은 황근출이 건네준 팔각모를 받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팔각모의 옆에는 각각 황룡과 황근출의 이름이 세겨져있다.

"지금은 우리 이름밖에 없지만, 앞으로 많은 전우들을 만날거잖아? 여기에 그 전우들의 이름을 세기고 그 전우들과의 추억을 담아서 전역때 쓰고 나가는거야. 아, 몰론 선임들에게 들키면 끝장이니까 잘 숨기고."
"그래, 근출아. 잘 간직할게. 우리 무사히, 그리고 멋지게 한 번 살아보자."

황룡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물건보다도 소중하다는 듯 선물받은 팔각모를 고이 모셔두었다.

이 친구와 함께라면 그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을거라고.

어떤 고난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거라고.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등을 맡길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근출아, 괜찮아 임마. 형이라고 불러."
"악! 아닙니다! 최고선임이신 김덕배 해병님께 어떻게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형이랑 첫 과업 들어가는데 자꾸 딱딱하게 그럴래? 음?"

신병 대기기간이 풀린 직후 황근출은 김덕배와 첫 근무를 나갔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 직후 갑자기 사람이 변했었다.

따뜻했던 태도는 차갑게 변해있었고 열정적이지만 맑게 빛나던 눈은 독기어렸지만 탁한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야, 근출아. 너 임마 대체 왜 그래?"
"...룡아. 난 진정한 해병이 될거야."
"하하... 야, 우리 이미 해병이잖아."
"아니야... 저 선임들처럼 돼야 해. 아니, 저 선임들보다도 더해져야 해! 그래야 이 정신나간 곳에서 살 수 있어."
"근출아..."
"룡이 너도 나랑 함께할거지?"
"야, 근출아."
"그래... 같이 기합짜세가 되자. 그래야 너나 나나 여기서 지낼 수..."
"야, 황근출!"
"..."

둘 사이엔 잠시간 정적이 흐른다.

"...룡이 너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거야."

황근출은 그대로 팔각모를 푹 눌러쓴 채 황룡을 지나쳐갔다.

그의 얼굴에는 시커멓게 그림자가 지며 그의 얼굴이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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