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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성채 뒷편의 오두막.

어쩌면 이 곳 부대. 아니, 해병성채에서 가장 바쁜 곳은 곽말풍의 관사노릇을 하고 있는 이 허름한 오두막일것이다.

오두막 한가운데에 신문지를 깔고 곽말풍이 조딕조와 심동덕을 비롯한 기열해병들과 함께 나물을 다듬고 있었고 그 옆 탁상에선 안도경 해병이 바깥의 고물상에서 구해온 망가진 노트북을 수리해 행정병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룡 병장은 오두막의 한 쪽 구석에 딸린 작은 다용도실에서 무슨 노래를 흥얼거리며 뭔지 모를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 황룡이 걱정스러운듯 곽말풍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용도실의 문을 두들기며 황룡을 부른다.

"저... 룡이. 나가서 잠깐 바람이나 쐬고오지 그래?"
"...석양 등에지고 하늘 끝까지... 폭음 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하지만 그런 곽말풍의 말이 들리지는 않았는지 황룡은 알 수 없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갑작스레 오두막의 문이 열린다. 아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숴진다.

박철곤이다.

오두막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진다.

특히 안도경은 그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소롭다는 듯 박철곤은 안도경의 머리를 후려쳐 그를 순식간에 해병 수육과 해병 머릿고기로 만들어 버리고는 곽말풍에게 말했다.

"곽말풍! 황룡은 어디있는가?!"
"...저기, 다용도실에 있다네."

박철곤은 다용도실 문 앞에 서서 황룡에게 말했다.

"황룡! 요즘 성채 곳곳을 쏘다니며 흘러빠진 짓거리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로 인해 황근출 해병님의 심기가 너무나도 불편하시다!"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따윽...! 황룡! 지금도 금지곡을 부르며 내 말을 무시하는건가?!"

참새의 노래를 들은 박철곤은 약간의 데미지를 받았으나 병장 계급을 단 짜세력으로 어느정도 버텨낼 수 있었다.

"계속 그래봐야 너만 힘들어질 뿐이다! 어제도 기열 한놈이 각개빤쓰를 목에 둘러 빨간 마후라로 만드는 찐빠를 저질러 황근출 해병님의 미움을 사서 수육이 된걸 모르는가?!"
"...야 이 똥게이 새끼들아. 기수열외 시켜놓고 나더러 해병 아니라면서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 무슨 경우냐? 내가 뭘 하든 니들이 자꾸 무슨 상관인데 이 좆게이들아... 어?!!!! 이 씨발...! 여기서까지 알짱거리지 말고 니네 똥게이들 소굴인지 성채인지 뭔지로 꺼지라고!!!!!"
"..."

박철곤은 마음 한 구석에서 복잡한 기분이 드는것을 느꼈다.

한때나마 사이가 좋았던 그들의 모습을 봤던 탓일까?

한숨을 깊게 내쉰 박철곤은 다시 말을 이었다.

"하... 황룡 해병님. 제가 황근출 해병님께 얘기해둘테니 오늘 밤 일수 생활관으로 찾아오십쇼."
"왜? 니들 좆게이짓 나한테도 하려고?"
"그래도 하나뿐인 동기라고 내심 걱정하고 계십니다."
"미친 놈이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쨌든 생각 있으면 찾아오십쇼. 쌍섭아, 가자."

두 해병은 그렇게 오두막을 나섰고 잠시 적막이 흐르던 다용도실은 다시 황룡이 작업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곽말풍은 다용도실 앞에 서서 말했다.

"저, 룡이. 철민이가 한 말, 한 번 잘 생각해보는게 좋을 것 같네. 그래도 자네 하나뿐인 동기인데 언제까지고 그렇게 꿍해있을 수만은 없잖은가? 근출이가 분대장이기도 하니까 여기 상황 보고하러 간다고 생각 하고..."
"대대장님께도 안드리는 보고를 그 똥게이한테 해야한답니까?"
"나는 몰라도 자네나 여기 이 친구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수는 없잖은가... 부탁하네. 이 친구들 생각해서라도 가서 얘기나 좀 나눠봐주게."
"하...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그 똥게이 새끼 얼굴... 보이긴 했었나... 어쨌든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룡이."

황룡은 마지못해 승낙하고 곽말풍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리고 잠시 뒤 화장실에서 부활한 안도경이 오두막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며 외쳤다.

"야! 지금 작업들 중지하고 서랍이랑 금고 있는거 다 확인해봐!"
"안도경 해병님? 왜 그러십니까?"

"그 견상섭인지 개쌍섭인지 시커먼 복면 쓰고있는새끼 있던거 못봤어?! 그 새끼 항상 수금한다고 와서 운영비랑 잡동사니들 다 털어가잖아!"

그제서야 오두막 안의 기열해병들은 박철곤 뒤에 서있었던 복면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들은 다급히 오두막을 샅샅히 뒤져봤으나 금고는 몰론 바지 주머니 안의 동전들까지 이미 싹 다 긴빠이당한 뒤였다.

행정업무를 위해 간신히 마련했던 노트북이 사라진건 말할것도 없으랴.

기열해병들은 절망하여 자리에 주저앉았다.

"...난 일단 시장에 다녀오겠네. 다들 기운내게. 조지 씨. 같이 나가시죠."

곽말풍은 나물이 든 바구니를 들고 조딕조와 함께 시장으로 나섰고 남은 인원들은 힘없이 오두막을 정리했다.






그날 밤 황룡은 해병대 활동복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채 성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을 본 다른 해병들은 슬슬 자리를 피한다.

선임이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무언가를 보며 피하는 듯 한 모습이다.

각개빤스만을 입고 돌아다니는 그들 틈에서 활동복을 입고있는 황룡은 저들이 미친건지 아니면 자신이 미친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니야. 미친... 왜 이딴 고민을 하고 있는거지? 진짜 이 좆게이들 틈에 있다가는 나도 미칠것 같아.'

그저 황근출을 만나 놈의 속마음이나 좀 떠보자는 심정으로 어렵사리 해병성채 안에 발을 들여놨으나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내가 미친건가... 내가 미쳤다고...? 내가??? 아니야, 이 좆게이들이 미친 놈이지 왜 내가 미친 놈이야??? 왜?????'
"왜...? 왜 내가 미친 놈이야...? 아니 똥게이들아... 니들이 미친 놈들이지 왜 내가 미친 놈이야...? 응???"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이 작은 중얼거림으로 바뀌고

"대답해보라고 이 좆게이 새끼들아아아아!!!!!"

이윽고는 분노섞인 외침이 되었다.

지나가던 해병들이 그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특히 황근출의 기수열외 선언 이후 대놓고 황룡을 무시했던 외국계 해병들은 황룡을 비웃기 시작했다.

"오우... 기열 황 드래곤. 볼일 없으면 겟 아웃해라."
"어이어이. 저거 꽤나 기열이라는. wwwwww"

"이 씨발... 뒤져 이 좆게이새끼들아!!!"

광증을 견디지 못한 황룡은 결국 폭주하고 주머니에 꽂아놨던 몽키스패너를 꺼내 온 사방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열찐빠라고는 하지만 기합짜세이자 일수인 황근출의 동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지 순식간에 외국계 해병들은 몰론 다른 해병들도 수육으로 만들어버렸다.

소란을 들은 박철곤, 견쌍섭 등 선임해병들이 달려오고 곧이어 다른 해병들도 몰려왔다.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던 황룡은 주변을 둘러보다 각개빤스가 아닌 전투복을 입고있는, 자신 못지 않게 이질적인 존재를 보았다.

엊그제 막 전입해와 벌써 기합짜세로 인정받은 김민준 아쎄이였다.

"...크크크크큭... 아하하하하하!!! 황근출 그 똥게이새끼 물고 빨아주는 좆게이들 여기 다 모였네. 응? 야, 박철곤... 아니, 박철민이. 난 지금 황근출이 그 새끼만 떠올려도 속에서 열불이 나서 도저히 그 새끼 쌍판을 못보겠어. 어차피 얼굴 보이지도 않는 새낀데 내가 뭣하러 거기까지 가냐... 그리고 그 새끼랑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게 너무 역겨워. 그러니까 일수생활관에서 꺼지고 지 물고 빨아주는 니네 병장생활관으로 꺼지라고 해. 이게 내가 여기와서 그 새끼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니까 그대로 전해라... 이히히히히히..."

황룡은 몽키스패너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미친듯이 웃으며 자리를 떠나가고 박철곤은 황룡과 황근출이 더이상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저 안타깝게 황룡을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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