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생활관 안에서 황근출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하하하! 과연 내가 눈여겨본 차기 기합짜세로군!"
"악! 과찬이십니다!"
생활관 안에는 황근출만이 아닌 김민준 또한 같이 있었던것이다.
황룡은 숨을 죽인 채 대화를 엿듯는다.
"헌데 김민준 아쎄이. 지난번 황룡일행이 곽말풍을 데리고 사열식이라는 찐빠를 저지를때 그들과 함께 있었다고 들었다. 이는 분명 간과할 수 없는 찐빠짓임을 너는 알았을 것임에도 경례까지 박았다지?"
"..."
"어찌하여 그러한것인가? 대답하라, 아쎄이."
잠시 이어졌던 침묵 뒤에 김민준이 대답한다.
"악! 저는 황근출 해병님이 해병이 아닌 땅개, 물개, 참새라도 얼마든지 경례를 박을 수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해병 정신이 가르치는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전우애'입니다! 해병으로써 다른 이들이 어떤 존재이건 전우를 버리지 않고 챙기고자 하는것이 바로 해병입니다! 황룡은 그 날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른 전우들을 챙기고자 하였기에 거기에 따랐습니다! 저는 그 날 한 명의 '전우'이자 한 명의 '해병'을 봤습니다!"
황룡이 겨누던 총구가 힘없이 아래로 떨어진다.
생활관에서 흘러나오는 김민준의 말에 황룡의 팔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그 떨림은 작은 흐느낌으로 바뀐다.
그제서야, 황룡은 자신이 분노라는 이유로 저지르려한 행동을 마주했다.
자신을 '해병'으로 바라봐준 '전우'에게까지 총을 겨누던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황룡이 체스터에 갇힌 7일 차의 밤.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는 연병장의 주변에 아무도 없이 그저 체스터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한 해병이 그 체스터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야, 룡아... 우리 천자봉 오르고 나서, 빨간명찰 받던 날 기억하냐? 너 같이 뛰어난 훈련병이 나와 같은 자대간다고 발표났을때, 얼마나 기뻤으면 아쎄이 우리처지 생각도 안하고 군장점까지 달려가서 전역용 팔각모까지 만들어 서로의 머리에 씌워주고 놀았겠냐? 그 때의 니가 보여줬던 뛰어나고 훌륭했던 해병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랬던 니가 해병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흘러빠진 짓거리나 할 때,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황근출의 말에 체스터 안에서는 기운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딴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나 기수열외 시키고 후까시 멕였냐...?"
"너 제대로 된 해병 만들려고 그랬던거 아니냐... 니가 선임들 앞에서 꼰티내고 후임들 앞에서 찐빠낼 때마다, 내가 얼마나 긴장빨았는지 아냐?"
멕없이 흘러나오는 황룡의 말에 황근출이 변명하듯 말했다.
하지만 체스터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여전히 멕은 없었으나 원망과 한이 서려있었다.
"그게 왜 내 잘못이냐...? 니가 이놈들에게 인정받겠답시고 그 미친짓들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인거지..."
"넌 해병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해병의 운명을 모르냐? 그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고 나도 기열이 됐다면, 너와 나는 그 때 끝났다. 나마저도 기열이 됐으면 너와 나는 저것들에게 죽었다."
과거 선임들에게 당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황근출이 입술을 짓씹는다.
잘못된 것이라는걸 알지만, 이 미친 해병대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것이 바로 해병이고 인정받고자 한다면 그들보다도 더해져야만 한다는것이 '해병' 황근출의 믿음이었다.
황룡 또한 그것을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황근출에게 말한다.
"그걸 알아서... 나도 근출이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해병대를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무던히 노력했거든... 근데 말이야..."
잠시 뜸을 들이던 황룡이 울먹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으윽... 흑흑... 너희들이 강요하는 이 미친 짓거리들은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짓거리들이었어...! 기수빨이 그렇게 중요한거냐? 기합짜세가 그렇게 중요한거였어...?!"
"해병이 기수빨 못세우고 짜세 모자라면 멸시하는것이 해병들이다. 해병대는 기수가 군법이고 짜세가 규율이야."
황룡의 울분에 황근출이 힘없이 답했다.
이 대화에 끝이 다가오는 듯 황룡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황룡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황근출에게 말한다.
"야, 근출아... 내가 왜 그날 방아쇠를 안당기고 그냥 돌아섰는지 알아...? 전우가 있으니 해병대가 있는거지, 어떻게 그 악습과 부조리들이 해병대가 해병을 버리게 만드는 규율이 될 수 있는거냐...? 나는 기합도 싫고 짜세도 싫었어...
내가 이 해병대에서 바란 것은 힘들게 나라지키러 와줘서 수고가 많다는 따뜻한 격려 한 번.
힘들 때 옆에서 위로가 되어주는 다정한 전우들이었어..."
황룡의 말에 황근출은 그대로 멈칫했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체스터를 한 번 훑고선 말했다.
"...새끼... 기합!"
그늘진 얼굴 밑으로 빗방울이 아닌 뭔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어째서 룡이 너와 나는... 서로 이 지경이 되어서야 이런 얘기를 나눌 수 밖에 없는걸까...?
황근출은 오랫동안 푹 눌러써온 팔각모를 벗었다.
그러자 드러난건 '해병' 황근출이 아닌 너무나도 뒤늦게 돌아온 '전우' 황근출의 모습이었다.
"난, 이 해병대의 부조리와 악습을 상징하는 악덕 해병으로 이 세상에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넌..."
황근출은 복받치는 감정을 간신히 참아내고 말을 이었다.
"룡이 넌...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려한 범죄자가 아니라... 나의 부조리에 시달리다가... 미쳐서 정신병에 걸리고 의병 전역을 한 불쌍한 해병으로 기억될 것이다."
황근출은 다시 모자를 눌러썼고, 그의 얼굴은 다시 그늘에 가려졌다.
"내가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너 또한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 따위는 겪지도 않았을테지... 여기서 너와 내가 모든걸 갖고 사라져야만... 안에 남아있는 놈들도 무사하고, 너도 밖에선 범죄자 취급 안받으며 살 수 있어..."
황근출은 체스터를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비참한 목소리로 더 이상 대답없는 체스터를 향해 말했다.
"오도(誤導)... 너와 나는 서로를 잘못된 길로(誤 그르칠 오) 끌고 갔으니(導 인도할 도) 우리만큼 오도해병이라는 이 단어가 잘 맞는 놈들이 있을까...? 내가 집착했던 이 단어가... 우리의 운명인 듯 하다..."
그 날, 세차게 비가 내리는 연병장에는 대답없는 체스터와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해병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계속)
- dc official App
기합!!!
기합
따흐흑 ㅠㅠ
기합! - dc App
민준이 말 한번 멋있게 하네
황룡 의병전역 시켜주는건가?
결말이 어떻게 날지...
황근출이 이렇게 멋있던 적이 있었나 존나 짜세넘친다
기합!
새끼...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