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부에서 한창 조촐한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갓 임관한 젊은 장교들과 부사관들, 그리고 각 부대에서 대표로 선발되어온 병사들이 모여 서로 고기를 굽고있는 희한한 풍경이었다.
성희룡 중장의 해병대 개혁안 중 하나로 젊은 간부들과 병사들을 모아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시키고 장교, 부사관, 병사들 사이의 벽을 허물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연회였다.
언뜻 봐선 서로가 잘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연회장은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장교들과 민간 출신의 부사관으로 이루어진 파벌과 병 생활을 마치고 임관한 부사관들과 그들을 따르는 일부 병사들로 이루어진 파벌이었다.
그러한 미묘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성희룡 중장은 연설대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설을 시작했다.
"자,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본 사령관이 여기 모이신 분들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여기 모여계신 젊은 해병들의 모습을 보니 해병대의 미래가 아주 밝아보이는군요.
요즘 여러 일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여러분들이라면 우리 해병대를 밝고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사령관은 마음이 놓입니다.
이런 표현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참에 사령관은 해병대의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의 도움이 아주 절실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던 성희룡 중장은 술잔을 들어올렸다.
"건배사를 제의하겠습니다.
술을 못드시는 분들은 음료수나 물을 들서주셔도 상관 없습니다.
하하... 이런데에 재주는 없지만, 어쨌든 본 사령관이 '새로운 해병대를' 이라고 외치면 여러분들은 '위하여' 라고 외쳐주십시오.
자, '새로운 해병대를!' "
""위하여!""
한 차례의 건배사가 끝나고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성희룡 중장은 말을 이어갔다.
"어이쿠... 이거, 눈치없이 시간을 너무 잡아먹었구먼.
자, 오늘만큼은 서로가 가진 부담을 내려놓고 가볍게 즐겨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성희룡 중장이 단상에서 내려오고 연회장은 다시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찼다.
잠시 젊은 해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성희룡 중장은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장교 한 명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갑작스런 사령관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테이블은 혼비백산 했으나 성희룡 중장은 손사래를 치며 장교 한명의 어께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아, 분위기 깨서 미안하네. 잠시 이 친구좀 빌려가지."
그리고는 재빨리 그 장교를 데리고 사령관실로 향했다.
"그래. 남석룡 소위. 자네가 이번 기수 해사 수석이지? 대단한 친구일세. 허허허!"
"소위. 남석룡! 과찬이십니다!"
사령관을 독대한 남석룡 소위는 각을 잡은 채 뻣뻣하게 앉아있었고 성희룡 중장은 다정한 눈빛으로 남석룡 소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들고는 남석룡에게 권했다.
"담배는 태우나?"
"비흡연자입니다!"
"...혹시 아직도 술 안 마셔?"
"예! 그렇습니다!"
"너, 여전하구나."
성희룡은 피우려던 담배를 도로 집어넣고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끼리 있을때는 희룡 삼촌이라고 불러도 돼."
"아닙니다! 어떻게 감히 사령관님께 그런 무례를 저지르겠습니까?!"
"크으... 술담배 안하고 앞뒤 꽉 막힌것까지 지 애비랑 쏙 빼닮았어. 허허허!
...
허어... 그런 놈이 이렇게 잘 큰 아들을 놔두고..."
성희룡은 남석룡을 보며 자신의 옛 친구를 떠올렸다.
잠시 추억을 떠올리던 성희룡은 우수에 찬 눈빛을 하다가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남석룡에게 말했다.
"석룡아. 내가 특별히 너에게 부탁할게 있어.
김포쪽 전방에다 2사단 예하로 해서 새 부대를 만들거야.
내가 이번에 해병대 바꿔보려고 하는건 알고 있지?
기존 부대들은 한번에 바꾸기가 힘들지만 새 부대는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다른 문화들을 정착시키기가 쉽겠지?
석룡이 네가 거기 소대장으로 가줬으면 해."
사령관이 전방쪽에 직접 창설하는 새 부대에서 군생활을 한다면 장교에게는 확실한 진급 코스일것이 틀림없을 터.
그걸 잘 알고있는 남석룡은
"...사령관님. 제안은 감사하지만, 그 제안 못받겠습니다."
"왜? 남들은 다 못 가서 안달이 난 자리인데?"
"다른 사람들이 사령관님과 제 사이를 아는것은 아니겠지만 혹시 누가 저희 관계를 알게된다면 사령관님께 누를 끼치게 될 것이고 또 사령관님께서 저희 아버지를 생각하셔서 저한테 그런 제안을 주신거라면..."
"석룡아. 아니, 남석룡 소위. 나도 솔직하게 얘기할게."
성희룡이 표정을 굳히고는 남석룡의 말을 끊었다.
"내가 니 아버지를 모르냐?
툭 까놓고 얘기해서 너보다 내가 그놈 새끼랑 더 오래 알고 지냈어.
그 놈이 내가 여기서 너 챙겨준다고 기뻐할 놈이야?
그 꽉 막힌놈이?
내가 널 거기로 보내는 이유는 너 잘되게 하려고 보내는게 아니고 일 시키려고 보내는거야.
내 계획 좀 도우라고.
거기서 이 경직된 해병대 문화 바꾸는데 일조 좀 하라고!"
"..."
"내 지위 이용해서 너 돕는다면... 오히려 난... 저승가서 니네 아버지 볼 낯짝이 없어.
...
하... 그 븅신새끼 그거..."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성희룡은 나지막히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하는데, 그 자리에 석룡이 네가 적임자이기 때문이야.
넌 사심없이 네가 맡은 일들 잘 해낼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리고... 이건 진짜 너에게만 말해주는건데...
지금의 이 흐름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 아니, 안 좋은 이미지를 바꾸자는데 이걸 싫어한답니까?"
"해병대 전우회 알지?
최근에 거기 전우회장 바뀌고서 거기도 크게 한 번 뒤집어졌잖아?
그 양반도 보통 이상한 양반은 아닌 것 같은데 회장 취임하고서 장교출신이랑 민간출신들은 전부 내쫓았다더라.
그리고는 해병대가 과거의 용맹한 모습들을 잃어버렸다나 뭐라나 하면서 난리를 피운다더라."
"하지만, 이젠 바깥의 민간인들일 뿐 아닙니까?"
"지금 해병대 내부에서도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부사관단 몇몇은 내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보였고 말이지..."
충격적인 말에 남석룡의 입이 다물렸다.
해병대와 아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간인들이 내부자들과 결탁해 해병대를 주무르려 하다니...
성희룡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들이 되겠지만 이런식으로 부대를 편성하고 해체하는걸 반복해서 그런 사람들을 털어내고 약하게 만드는게 우선적인 계획이야.
내 생각이 꼭 옳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해병대가 변해야 한다는건 달라지지 않는다.
석룡아. 다시 얘기해서 미안하다만 내 제안 꼭 받아다오.
거기서 내가 방금 말한 그런 인간들 있나 살펴보고,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힘 좀 보태다오."
남석룡은 마지못해 성희룡의 재안을 수락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령관실을 나섰다.
한편, 연회장 내부에선 왁자지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언짢은듯 한 분위기와 표정을 짓고있는 병 출신 부사관들은 모두가 한 마디씩 불만을 내뱉고 있었다.
"거 쓰벌... 아무것도 모르는 흘러빠진 민간인 하쎄이들 데려다 앉혀놓고 우리랑 똑같은 대접을 해준다는게 말이 되나?"
"저 따이아 달고 있는 쏘가리새끼들은 어떻고? 특히 그 해사 수석이라던 그 기생오라비같은 새끼 그거... 어쨌든 해병의 '해'자도 모를 새끼덜이 따이아 달았다고 우리 윗대가리 노릇 하는거 그건 어떻게 하냐?"
"그러게... 옛날에는 쏘가리들 새로 들어오면 우리가 직접 교육도 시키고 기강도 잡아주고 했는데 저 사령관 양반이 싹 고친다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잖어."
"전 사령관 그 양반은 좀 꼰대기 있어도 말은 잘 통했는데 성희룡이 이 양반은 참... 야, 갈곤아. 넌 뭐 아까부터 말도 없고 어디 안좋냐?"
부사관들이 다부진 체격에 선글라스를 끼고 묵묵히 술만 들이키는 동료 부사관을 바라봤다.
포항 해병대의 마갈곤 하사였다.
그는 사령부의 연회장에 들어온 뒤로도 줄곧 별다른 말 없이 술만 들이킬 뿐이었다.
동료의 부름에 잠시 동료들을 살펴보던 마갈곤은 피식 웃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좋은 자리라잖어. 거 죽상들 하지 말고 밥들이나 먹어라. 난 우리 애들 데리고 담배 좀 태우고 온다.
근출아, 철곤아, 상섭아.
가서 담배나 한 대씩 빨자."
마갈곤은 자기 휘하의 병사들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 재미없는 새끼... 야, 같이가자."
그런 그의 뒤를 동료 부사관들과 병사들이 따른다.
그렇게 연회장에서 나와 복도를 걷던 중 부사관들은 저만치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석룡과 마주쳤다.
"야, 갈곤아. 저 양반 해사 수석이라던 그 쏘가리 아니냐?"
"...알지. 나 상병때 잠깐 해사 파견가서 저 양반이랑 만났었어."
"저 기생오라비 저거랑?"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중 남석룡과 부사관 무리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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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기합!!!!!
기합
꺕!!
해병대 병 출신들의 민간출신 개무시
프리퀄 기합
마갈곤이 곽말풍 대대장 자리 강탈하기 이전인가보네
비중 별로 없고 접점도 없던 마갈곤, 남색룡을 이렇게 엮어서 조명해주다니
오, 남색룡의 이름 관해서 기열인데 남색룡이란 이름이면 사실 진짜 동성애자인거 아니냐는 말까지 있었는데, '본명은 남석룡'이다라는 설정을 짜다니 기합..!
남색룡 vs 맹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