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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군사경찰단.


고태윤 중사가 상황실로 들어와 함복희를 불렀다.


"복희야, 곧 있으면 수색대 사람들 온덴다. 우리도 출동 준비 하자."


그러나 함복희는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런 함복희의 모습을 보며 고태윤이 재촉한다.


"야, 함복희. 시간 없다니까. 빨리 준비해."


이번엔 함복희가 고태윤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 눈빛은 어딘가 묘하게 변해있었다.


고태윤의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뭐야? 너 왜 그래?"


갑자기 병사 몇 명이 들어오더니 상황실의 문을 닫고 고태윤의 주위를 둘러싼다.


함복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태윤에게로 다가온다.


"고태윤 중사님. 저희 더 이상 작전 참여 못합니다."
"야, 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지금 딴 사람들 더 온다는 소리 못들었어? 얼른 준비 하라니까!"


고태윤이 소리쳐보지만 함복희와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함복희가 고태윤에게 나지막히 읇조린다.







"야, 고태윤. 이 씨발련아. 계급장 떼고 붙자. 따라 나와 이 씹새끼야."








포항 6974부대.


곽말풍이 심각한 표정으로 수색대원의 보고를 듣고 있다.


"그놈들이 지금 사령부로 향했다고? 이 새끼들 이거 제정신인가???"
"죄송합니다... 저희가 놈들을 막았어야 했는데..."
"아니야. 놈들 하는 짓거리를 내가 눈치채지 못했으니 너희들이 당한거지. 정말 미안하다."
"아닙니다!"
"철규... 문 중령은 어떻게 됐나?"
"저희를 보내시고... 홀로 놈들을 상대하셨습니다... 아마 지금 쯤이면..."
"됐어... 가서 좀 쉬어라."


수색대원이 대대장실에서 나가고 곽말풍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물었다.


곽말풍은 잠시 슬픔을 뒤로 하고 다음 계획을 세운다.


오도해병들이 사령부로 향했으니 그들의 목적은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지휘체계를 붕괴시키고 성희룡 사령관의 복귀 계획을 엎으려는것이 목표일터다.


이 사실을 알리면 사령부의 기청룡 준장도 상황을 제대로 보고 어딘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진작에 비상 상황을 발령했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도 않았겠지만...


전산실로 향한 곽말풍이 구형 전화기를 집어든다.


"여기는 포항 6974부대 곽말풍 중령이다. 사령부 연결해 줘."
[...예, 알겠습니다.]
"...? 무슨 일 있나?"
[그게... 조금 전 저 좆게이 놈들에게 습격당했습니다. 간신히 한 차례 막아냈지만 또 습격을 해온다면...]
"하아... 일단 이번 통신 끝나면 자네들도 피신하게나."
[아닙니다. 여길 비우면 이제 저희들 통신은 끝장납니다.

끝까지 사수할겁니다.]

"그럼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그걸 써서..."


곽말풍은 자신이 남겼던 전언을 실행시킬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제주의 통신병은 다시 거절한다.


[여긴 이미 끝난거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최후의 방법이 되어야 합니다.

그 내용은 김포의 남석룡 소위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자네들에게 면목이 없네. 부디 행운을 빌지..."
[아닙니다. 곽말풍 중령님같은 지휘관님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어쨌든, 사령부.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제주 해병대와의 통신이 종료되고 다시 연결음이 들린다.


잠시 뒤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필승! 사령부 통신병 상병 안도경입니다. 전화거신 분은 누구십니까?]
"나 포항의 곽말풍 중령이다. 참모장님좀 바꿔주게."
[하아... 그게, 참모장님이 곽 중령님께 연락이 오면 그냥 무시하라고 지시하신 상황입니다.]

"...이 개같은 똥별새끼가 진짜!"


겨우 참아왔던 곽말풍의 분노가 터진다.


안도경 또한 그 분노에 공감하며 한숨을 쉰다.


[하... 일단 제게 말씀해주시면,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시간 없으니 좀 빨리 말하지. 이 곳에서 난리를 핀 좆게이들 일부가 사령부를 습격하겠다고 떠났네. 시간이 꽤 지났으니 얼마 안있으면 거기 도착할거야. 인원은 그렇게 많은편은 아니라고 알고있다만, 만일을 대비하게. 반드시 사령부를 사수해야 해."
[알겠습니다!]
"그 인간이 알아먹게 설명 좀 잘 해주게. 이만 끝내지."


그저 기청룡이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라며, 곽말풍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해병대 사령부.


참모장과 간부들이 모여있는 사령부의 상황실에 안도경이 뛰어들어온다.


"참모장님! 곽말풍 중령의 긴급 연락입..."
"야, 새꺄! 여기가 니네집 안방이야?! 노크도 안하고 보고도 없이 니 마음대로 막 뛰어들어와?! 그리고, 곽말풍이 그 새끼에게 연락오면 내가 무시하라고 했어, 안했어? 어?!!!"
"그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지금 그 놈들이 기어코 사령부까지 공격하겠다고 몰려오고 있답니다!"
"ㅁ... 뭐???"


상황실 내부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기청룡과 간부들은 당황한 채 그저 어버버 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한심한 모습들을 보며 안도경은 어이없어 했지만, 일단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최대한 감정을 숨긴 채 이야기한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충분히 대비하실 수 있을겁니다."
"...어, 그래. 준비해야지."
"그럼 전 인원들에게 상황 전파를..."

"전 차량에 시동 걸라고 해. 김포로 간다."

"...예?"


기청룡의 갑작스러운 한 마디에 안도경의 사고가 얼어붙는다.


"지금 무슨...?"
"김포 거긴 아직 안전하다며? 거기로 가자고. 야, 다들 준비해라! 빨리 김포로 가자."


간부들이 도망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안도경과 몇몇 병사들은 어이없어하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안됩니다! 사령부를 놔두고 도망치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새끼가 지금... 야! 도망이라니 무슨 소리야?! 전략상 후퇴하는거고 김포 상황이 좀 더 나으니까 거기서 현장 지휘하려는거야! 너도 빨리 준비해!"


기청룡의 구차한 변명을 들은 안도경이 상황실의 문을 막아서며 처절하게 외쳤다.


"지금 사령부 비우고 도망치면, 모두 끝장입니다! 저 미친 놈들이 해병대를 휘젓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 놈들이 이긴다면 이거야말로 해병대의 개망신이고, 해병대는 더 이상 변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모두 여기 남아서 상황을 지휘해 주십시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대처하면, 저 좆게이들 막을 수 있습니다! 제발...!"


안도경의 주변으로 병사 몇 명이 모여들고 같이 문을 막아선다.


그들의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다...





김포 2사단 본부.


통신병 한 명이 상황실로 뛰어들어온다.


"남석룡 소위님! 사령부 연락입니다.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무슨 지시사항이라도 내려왔나?"


전산실로 온 남석룡이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전화 바꿨습니다. 남석룡 소위입니다."
[필승! 상병 안도경. 남석룡 소위님께 보고드립니다.

......]

"안도경 상병? 왜 말이 없나?"
[포항의 좆게이놈들이 사령부를 습격한다는 소식이 날아왔었습니다. 그리고... 사령부의 수뇌부가... 전부 김포로 도주했습니다.]


남석룡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허... 지금 거기 몇 명이나 남았지?"
[저 포함... 7명 남아있습니다.]


한창 중요한 순간에 수뇌부가 사령부를 버리고 도주했다.


구심점이 사라졌으니 간신히 유지되던 지휘체계가 붕괴될 것이 뻔하고 다른 부대들의 협조도 얻어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허망한 마음을 뒤로 하고 남석룡은 안도경에게 탈출을 권했다.


"안도경 상병. 고생 많았다. 일단 너희들도 탈출해."

[오랜만이군! 기열 안돌격!]

"...? 안도경 상병?! 지금 무슨 소리야?!!!"


갑자기 들려온 다른 목소리에 남석룡이 황급히 안도경을 불렀다.






해병대 사령부.


전산실에서 안도경이 수화기를 집어든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수화기 너머의 남석룡에게 말했다.


"남 소위님. 저희는 여기까지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해병대를 꼭 지켜주십쇼. 이상, 보고 마치겠습니다.

필승!"


안도경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전화선을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있던 진압봉을 집어들었다.


"무득찬... 그리고 그 옆에는... 너 김유정이냐...? 못 알아보겠네. 좆게이 새끼들... 빤스만 처 입은 꼬라지 하고는..."
"새끼... 기열! 네 놈은 훈단 시절부터 기열찐빠의 싹이 보이더니만, 마지막까지 기열찐빠짓을 일삼는구나!"
"그래... 좋은 훈병은 아니었지. 그런데 너희같은 좆게이는 아니었어 이 또라이들아."


안도경이 눈을 부라리며 자신의 동기인 무득찬과 김유정, 아니.


무모칠과 톤톤정을 바라봤다.


"밖에 애들 어쨌냐?"
"지금 한창 전우애를 통해 해병혼을 주입시키고 있다! 네 놈도 해병혼을 주입시켜 줄테니 순순히 항복하도록!"


안도경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고선 진압봉을 고쳐잡았다.


그리고는 두 오도해병을 보고 말했다.


"들어 와. 이 똥게이들아. 뒤지게 패줄테니까..."

"호오, 새끼... 기합! 그 기백만큼은 인정해 주도록 하지!"


무톤 듀오가 안도경을 향해 달려들고, 안도경은 그들에게 진압봉을 휘둘렀다.


얼마 뒤, 사령부는 결국 오도해병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김포 2사단 본부.


남석룡이 수화기를 떨구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전산실을 나선다.


그와 동시에, 모든 통신채널에서 하나의 내용이 방송된다.


[기열 해병들은 들어라. 우리가 사령부를 점거했다. 상황 발령을 취소하며, 각자 해당 부대에서 대기할 것을 명한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이만 포기해라.]


사단 본부 전체에 그 내용이 방송된다.


모두가 절망에 물들어가는 도중 바깥의 위병소에 차량 몇 대가 나타났다.


기청룡을 비롯한 사령부의 수뇌부들이었다.


최민우가 이를 갈며 남석룡에게 말했다.


"소대장님... 저 인간들 저거 그냥 내쫓으면 안되겠습니까? 저희가 고생하는동안 삽질만 하다가 저희를 이 꼴로 만들었잖습니까? 지들 위험해지니까 지금 여기로 도망와서 괜히 소대장님께..."

"그만! 모두 안으로 모셔. 그리고 최민우 병장. 말 함부로 하지 마.

이해 못하는거 아니니까... 좀 참아줘라."


남석룡은 최민우를 달래며 수뇌부를 사단 본부의 상황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기청룡 일행이 상황실로 들어가자 도병헌을 포함한 사단 본부의 간부들이 그들을 죽일듯 노려본다.


자신들의 처지를 아는지 기청룡과 수뇌부들도 쭈뼛거리며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남석룡이 한숨을 내쉬며 간신히 분위기를 정리한다.


"자, 분위기 안좋은건 알지만 저희끼리 이러고 있을 시간에 빨리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왕 여기 모이신거 서로 최대한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 그래. 어쨌든, 수고가 많았네 남 소위..."


기청룡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전화할 때 소리쳐대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무능하기만 장성 하나만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남석룡이 상황실을 나서며 말한다.


"타 지역 해병대와 상황 공유를 하고 오겠습니다. 잠시 전산실에 다녀오겠습니다."


상황실을 나와 전산실로 들어온 남석룡이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아든다.


[...]
"2사단 남석룡 소위다. 6974부대 곽말풍 중령님 연결 부탁한다."
[...]
"왜 대답이 없어? 어서 연결해 줘."
[...]


분명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쪽은 응답이 없다.


"...소속과 신분을 밝혀라."
[제주 통신대. 병장 하백룡.]
"소속... 니 소속이 어디냐고..."
[...지금 문 밖에서 난리치는 저 좆게이들과 한패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저는 해병대원입니다.]


남석룡은 하백룡의 말에 잠시 안심하지만 좀 전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인상을 찌푸린다.


"하백룡 병장. '지금 문 밖'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남석룡 소위님. 곽말풍 중령님의 마지막 전언입니다. 상황이 위험해지면... 사용하시라고 남겨주신 정보입니다.]


하백룡은 무언가를 남석룡에게 알려주고 남석룡은 침울한 표정으로 그 내용들을 적는다.


전언이 끝나고 남석룡이 말했다.


"하백룡 병장. 탈출은..."
[하하... 어차피 섬이라 탈출 해봐야 별 소용 없습니다.
...이제 문이 부숴지려 합니다.
부디... 이겨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하백룡 병장..."


곧 수화기 너머에서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리고 괴성들이 들려온다.


[기열 백룡! 마지막까지 우릴 귀찮게 하는구나!]
[덤벼, 이 좆게이 새끼들아!!!]


하백룡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겼다.


남석룡은 그저 우두커니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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