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쌍섭 해병님은 오도봉고에 계십니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당신은 오도기합짜세, 긴빠이 중의 긴빠이로 활약한 전설적인 해병을 직접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문제가 있다.


견쌍섭 해병은 해병 역사 이래 지금까지도 특출난 긴빠이 실력 그 자체로 회자되어왔지만,

당신은 견쌍섭 해병이 무언가를 긴빠이 치는 행위 자체를 발견하거나, 긴빠이를 쳤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 했다.


긴빠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것을 들키는 순간, 혹은 증거가 발견되는 순간 긴빠이가 되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견쌍섭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긴빠이로 유명한 견쌍섭 해병이 긴빠이로 이름을 날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견쌍섭 해병님은 오도봉고에 계십니다." 나는 주장한다.


"견쌍섭 해병님은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묻는다.


"견 해병님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나는 어정쩡하게 오도봉고의 운전석 안을 손으로 흔들며 대답한다.


"견 해병님은 자신의 모습을 긴빠이 치셔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잊었군요."


"그렇다면, 차 내부에 밀가루를 뿌려서 견 해병님의 해병 젤리 자국이 운전석에 남는 것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지만, 견 해병님은 자신의 무게를 긴빠이 치셔서 공중으로 떠오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외선 탐지기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역시 좋은 생각이지만, 견 해병님께선 자신의 열을 긴빠이 치셔서 체온을 감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견 해병님에게 뿌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지만, 견 해병님께선 자신을 구성하는 '물질'을 긴빠이 치셔서 부피와 밀도가 존재하지 않기에, 페인트가 묻지 않습니다."


이렇듯, 당신이 물리적 조사 방법을 하나하나 제시할 때 마다 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늘어 놓으며 당신의 제안을 무효화해 갈 것이다.


그렇다면


보이지도 않고 물질로 되어 있지도 않고 날아다니며 열이 존재하지도 않는 견 해병님이 있다는 것과 견 해병님이 아예 없다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의 주장을 논파 할 방법도 없고 나의 주장을 반증할 만한 실험을 생각해 낼 수 없다면, 견 해병님이 존재한다는 내 주장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내 가설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해서 내 가설을 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두 주장은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검증할 수 없는 주장들, 반증할 수 없는 단정들은 아무리 영감이나 경이감을 준다고 하더라도, 진실과 관련해서는 하등 가치가 없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당신에게 증거 없이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견 해병이 오도봉고에 있다고 주장한 게 나만이 아닌 경우이다.


당신이 아는 다른 사람이, 그리고 서로 모르는 게 분명한 사람들이 모두 봉고차 안에 견 해병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상상해 보자.


게다가 모두 다 증거는 뜬구름 잡듯 모호한 것 뿐이라고 해 보자.


다들 물증도 없는데 이렇게나 확신하게 되었다고, 스스로도 당혹스럽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 세계의 봉고차 안에는 견 해병님이 오래전부터 살아 왔고, 우리는 그 사실을 이제 겨우 파악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오히려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견 해병에 관한 신화는 고대 유럽과 중국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존재해 왔다.


어쩌면 그 신화는 실제로는 신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견 해병의 발자국 같은 게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발자국은 기열찐빠 민간인들이 보고 있을 때에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밀 조사 결과 발자국이 가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대안적인 설명도 나온다.


이번에는 또 다른 해병이 자신의 포신을 보이며 견 해병이 자신의 해병 호두과자를 긴빠이 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른 가능성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견 해병님 이외에도 해병 호두과자를 흡성대법으로 빨아들이는 황근출 해병님이 계시듯 해병 호두과자를 긴빠이 치는 다른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증거들은 결정적인 물증이라고 할 수 없다.


해병들이 그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접근법은 견 해병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일단 부정하고 장래에 물리적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오도해병들이 서로 똑같은 앙증맞은 망상을 공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찰하는 것이다.


-빨 해이건, 『해병이 출몰하는 세상: 어둠 속의 해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