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병문학] 서킨 딕슨 조커
· [해병문학] 서킨 딕슨 조커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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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HAHAHAHAHAHAHAHA!!! ... 끄읍... 흡...

HAHAHAHAHAHAHAHAHAHA!!!!!"


서킨 딕슨 조는 그저 큰 소리로 웃고 있을 뿐이다.


상담사는 그런 그의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간신히 웃음이 진정된 서킨 딕슨 조가 입을 연다.


"미스터 counselor, marine 생활이란게 다 이런겁니까...?"
"조ㅍ... 서킨 딕슨 조 씨, 자진입대 하신게 아니었나요?"
"그건... 그렇습니다."


상담사는 무심히 서킨 딕슨 조의 수양록을 넘겨 볼 뿐이었다.


중구난방인 글자들 사이에서 유독 한 글귀가 눈에 띈다.


'내 해병생활이 내 삶보다 더 기합짜세길.'


이게 뭔 소리일까 생각하던 상담관은 해석을 포기하고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서킨 딕슨 조에게 말한다.


"서킨 딕슨 조 씨, 저는 비록 육군 출신이지만..."
"what mean...?"
"어... army요. 여기 표현으론... 땅개라지요 아마? 하하하!
어쨌든 군종을 달라도 저도 군생활이란걸 했었죠. 좀 부조리한 것들이 많기는 해도, 남자들은 다 감내한다. 이 말이죠. 그 웃음 발작도 말이죠. 제가 보기에는 큰 스트레스에서 오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마음을 잘 다스리시면 될것 같아요."
"..."
"이왕 자진입대 하셨고, 해병대에 오신 만큼 좀 더 인내해 보시는게 어떨까요? 선임분들이랑도 좀 더 어울리도록 노력해 보시고요. 그리고, 한국말도 좀 더 익히도록 노력해 보시는게 좋겠군요."


서킨 딕슨 조는 무언가 말을 더 하려다가 이내 말을 삼킨다.


무슨 말을 하던, 이 상담사라는 작자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같이 어울리고자 했던 선임들은 때리기만 하고, 간신히 구했던 한국어 교재들은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가있었다.


책을 삼키면 그 지식이 소화가 되어 머릿속에 스며든다나 뭐라나.


그것도 아니면 황룡의 똥휴지가 되거나.


그리고... 자진입대는...


그래, 자진입대는 자진입대지...


두 사람은 그대로 상담실을 나선다.


"그럼, 보람찬 하루 되시길."


상담사는 그대로 서킨 딕슨 조 에게서 뒤돌아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그러면서 무언가 중얼거린다.


"어휴... 개병놈들이란 진짜..."


서킨 딕슨 조는 한국말이 유창한 편은 아니지만, 저 말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똑똑히 알고 있다.


저 상담관이라는 양반은 별 생각 없이 그저 몸만 와서 시간을 떼우다 가는 인간일 뿐이다.


상담실을 나와 막사 앞을 지나가던 중, 저 멀리 부대 화단에서 삽질을 하고있는 황룡을 비롯한 선임병들이 서킨 딕슨 조를 부른다.


"야, 조좆빨이!"


그의 한국 이름은 조조팔.


무언가 이상한 어감에 컴플렉스가 되어 아버지를 따라 귀화하고 나서도 잘 쓰지 않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황룡이 영어이름은 부르기 귀찮다며 어디선가 그의 한국 이름을 알아내서는 멋대로 '조좆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한국식 이름은 '조조팔' 이라고 명확히 얘기하려 했지만


'아이, 씨팔 양키새끼가. 선임이 '조좆빨'이라고 부르면 그냥 조좆빨이라고 대답하면 되지 아쎄이 새끼가 존나게 따지고 드네.'


라며 뺨을 때렸다.


그렇다고 그대로 '조좆빨'이라고 대답하면


"...이... 이병 조좆빨!"
"야, 이 쓰벌... 니 이름이 조좆빨이여?"


라며 지금처럼 뺨을 때렸다.


그냥 맞으라는 소리다.


뺨을 맞은 서킨 딕슨 조는 화끈거리는 뺨의 고통을 참으며, 차렷 자세를 유지한다.


황룡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서킨 딕슨 조를 노려보며 말한다.


"좆빨아. 너 니가 왜 맞았는지 알아?"
"이병 ㅅ... 조조...ㅈ빨! my name을 잘못 speak 해서입니다!"
"아이 씨발... 한국말 좀 잘 쓰라니까... 어쨌든 그것도 있는데, 그것만은 아니야. 모르겠어?"
"...sorry합니다. understand 못하겠습니다."


황룡이 한숨을 쉰다.


"하아... 좆빨아. 니가 쳐맞는 이유는..."


그리고는 다시 서킨 딕슨 조의 뺨을 올려친다.


"니가 상담간다고 선임인 내가 삽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이 기열새끼야."


어찌나 세게 쳤는지 이번에는 중심을 잃고서 비틀거린다.


"똑바로 안서냐?"
"ARK! sorry합니다!"
"...아, 됐고. 화단정리 우리들이 거의 다 해놨으니까 나머지는 니가 마무리 해 놔라. 가자, 얘들아."


황룡이 다른 병사들을 이끌고 흡연장으로 사라져간다.


화단을 둘러보니 정리는 거의 되어있지도 않았다.


"..."


서킨 딕슨 조는 절망감을 속으로 삼키며 삽을 집어들었다.


그 때, 누군가가 서킨 딕슨 조의 옆에 나타나 같이 삽을 집어든다.


"서킨 딕슨 조, 우리가 거들어 줄게."
"그래, 화단 넓은데 혼자 다 하기는 힘들잖아."


자신의 분대원이자 맞선임인 무득찬 일병과 김유정 일병이었다.


"Ah... thank you so much합니다..."


서킨 딕슨 조가 눈물을 글썽거리자 두 사람이 피식 웃으며 서킨 딕슨 조의 어깨를 두들긴다.


"야, 왜 울고 그래?"
"그래 임마. 찔찔 짜지 마. 저 황룡이 저놈 또 지랄한다."


그렇게 세 사람은 화단 정리를 시작하고 일과 시간이 거의 다 지나서야 간신히 화단의 정리를 끝마친다.


무득찬이 서킨 딕슨 조에게 말한다.


"서킨 딕슨 조, 이렇게 밖에 못 도와줘서 정말 미안하다."
"Oh... no입니다! I'm okay 합니다!"


서킨 딕슨 조가 손사래를 치자 이번엔 김유정이 말한다.


"서킨 딕슨 조. 어려운거 있으면... 다 해결은 못해주겠지만, 최대한 도와줄테니까 말해. 한국말도 우리가 잘 가르쳐줄게."
"한국말... please teach 합니다."


작업이 끝난 화단 구석에서 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황룡때문에 지옥같은 해병생활에서 맞선임 무득찬과 김유정은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주는 몇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었다.


무득찬은 실실 쪼개고 다니는 인상이 마음에 안들고 무식해 보인다는 이유로, 김유정은 왜소하고 여자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서킨 딕슨 조는 그냥 외국놈이라는 이유로 황룡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세 사람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괴로움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김유정이 서킨 딕슨 조에게 말한다.


"근데 서킨 딕슨 조, 일일히 네 이름 부르기가 좀 힘들기는 해."
"oh... 그럼 한국 name 조조팔로..."
"황룡이 저 놈 하는 짓 아는데, 너 기분 나쁠거 아니야?"


그러자 옆에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무득찬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한다.


"서킨 딕슨 조니까 줄여서 석딕조 어떠냐?"
"야, 득찬아. 그것도 충분히 이상하긴 해."

"oh... no입니다. haha. really funny한 name입니다. I like it 합니다."
"진짜냐? 그럼 우리끼리는 그렇게 불러도 돼?"
"of course입니다!"


서킨 딕슨 조, 줄여서 석딕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무득찬과 김유정도 활짝 웃는다.


황룡이 멋대로 갖다붙인 조좆빨 보다는 석딕조가 더 애착이 가는 이름으로 느껴졌다.









얼마 뒤, 석딕조의 첫 휴가날이 다가왔다.


집에 도착하니 그의 아버지인 조지 딕슨 조. 한국 이름 조덕조가 포옹을 하며 자신의 아들을 반긴다.


"Oh, my son 서킨! 애비로서 네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Oh, father! I missed you."
"그래, marine 생활은 할만 하니?"


아버지의 질문에 그동안 겪은 일이 떠오른다.


그러자, 갑자기 미칠듯한 웃음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Ahahahahahaha!!!!!"
"서킨...?"


조덕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쳐다봤다.


잠시 뒤, 석딕조의 발작이 가라앉고 머나먼 타국에 정착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버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석딕조는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한다.


"everyone... 모두 잘해줍니다. 너무 즐거워서 laugh했습니다."
"다행이구나."


자신의 거짓말에 안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짧은 휴가가 끝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황룡의 괴롭힘이 또 시작된다.


"야, 좆빨아."
"이병 조좆...팔!"
"...하나만 해 새꺄."
"이병 조조팔..."


이번에는 정강이에 쪼인트가 날아온다.


석딕조는 간신히 고통을 참아내며 차렷 자세를 유지한다.


"좆빨아. 내가 왜 화났게?"
"ㅁ... 모르겠습니다."
"니가 휴가나가서 니 근무 다 내가 들어갔다? 좆같았겠지?"
"sor... 죄송합니다!"


솔직히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냥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게 그나마 황룡의 꼬장을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언가 말도 안되는 트집을 계속 잡히며 쪼인트를 맞지만, 주변의 병사들은 무기력하게 쳐다보거나 낄낄거리며 비웃을 뿐이었다.










그날 밤.


석딕조는 부대 내의 소원수리함에 황룡의 괴롭힘과 비행을 고발하는 내용을 작성해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큰 실수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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