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해병문학 시리즈 [69마일]
· [해병문학] 69마일 -1-

해병짜장이 일렁이는 듯한 악취가 진동하듯 해병자명종이 69번 울리고 있었다.

그는 오도봉고에 깔린 듯한 중압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섰다.

석킨 딕슨 조, 그것은 그의 이름이었다.


여기는 해병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구역, '딕트로이트'.

2069년, 포항시는 해병들의 앙증맞은 장난을 버텨내지 못하고 미국 해병대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미국 해병대 중 최고봉의 기합을 자랑하는 SOAP (Suck on a penis)와 협의하여

아무도 살지 않던 황량한 도시에 세워진 해병들을 위한 새로운 기합도시,

그곳이 바로 딕트로이트였다.


약 697.4만명의 해병들이 들어왔지만, 어느샌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매일같이 민간인들을 잡아다 해병뇌세척(싸제어로는 정신붕괴 및 세뇌라고 일컫는다)을 시행하면서,

언제나같이 올챙이크림과 해병짜장 등의 해병푸드를 뽑아내던 때,

딕트로이트 시 수립 30주년을 기념하여 창립된 해병-공업단지 또한 도래한 지 오래였다.


선량한 아쎄이들을 해병수육 등으로 만드는 앙증맞은 장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SOAP 부대 등의 기합해병에게

최고급 해병품질(싸제어로 개 좆같은)의 해병 푸드를 제조하는 데에 특화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곳이었지만,

월급 6.9달러, 최고 지급 가능 금액 7.4달러라는 참으로 기합찬 최저시급까지 제시하면서

딕트로이트는 전의 포항시보다 더욱 기합찬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2100년, 집단 해병수육 제조사태 (싸제어로는 동족학살 및 상잔극이라 칭한다)가 벌어졌을 정도로

싸제적인 희망도 추호도 보이지 않는 이 구맃빛 도시의 공장들은

여전히 해병산소와 비명을 내뿜으며 푸르른 천지에 구릿빛 검댕을 토해 내고 있었다.


석킨 딕슨 조가 스퀘어로 나왔을 때에는, 그러한 냉소적이고 비참한 도시 속에서

그 무엇보다도 트렌디하고 자신감 넘치는 곡들이 즐비하는 모순적인 '기합찬 척 하는 아침' 에

거울에 반사된 몇 선의 빛줄기가 비추는 그의 기합차고 병신 같은 삶을 조소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헤... 씨발."

가벼이 비염과 매일 밤 남모르게 흐느끼던 일로 농축된 가래침을 투우 뱉어내며

그는 썩어빠진 개씹썅똥꾸릉내를 풍기는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사실 이곳은 많은 구릿빛의 해병들이 이주한 곳이었기에,

여기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해병들 또한 구릿빛 해병들이라는 사실을,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석킨 딕슨 조의 본가는 이곳 미국에 있었지만 외람되게도,

그러한 조국에서 구릿빛의 색과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문화의 불협화음이라는 경계 속에 그는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욱 깊은 구덩이에 빠진다는 사실 또한 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묵묵히 그들과 함께 일하기로 석킨 딕슨 조는 자기 자신에게 역정을 부리는 데 능숙한 터였다.


19세기의 기합차지 못했던 제국주의 사회에서, 아메리칸들에게 핍박받던 아시안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으며

그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또한 머릿속에서 죽어라 떠나가지 않는 그러한 생각에 지배당하면서

해병수육 제조기의 밸브를 있는 힘껏 돌려 댔다.

"따흐아아아아앙..."

비참한 신음을 내며 쇳소리와 끔찍한 하모니를 이루는 해병수육 기계는

그러한 병신 같은 석킨 딕슨 조의 삶을 대변하는 듯 소름 끼치도록 긁히는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밸브가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그는 자신이 미쳐 돌아가는 건지, 아니면 이 세상이 아예 멈춰버린 건지,

찰나 찰나이지만 심오한 생각을 하며 일을 하는 데에 또한 이력이 난 터였다.


"이봐, 계집피부 새끼. 잠깐 일로 와 봐."

작업반장 박철곤이 그를 불러내었다.

구릿빛 피부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라는 정체성을 구릿빛 세상에 동화시켜야 한다는 이 좆같은 세상 속에서

해병짜장 같은 체제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조련되는 한 마리의 짐승과 같다는 생각을 곱씹었다.

"네."

"그, 작업은 다 끝내고서 월급은 받아 간 건가?"

"반장님, bonus로 74 cent를 주신 것 아니었습니까?"

"허, 이 새끼가."


석킨 딕슨 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철곤은 그의 가슴팍을 악독하게 걷어찼다.

석킨 딕슨 조는 숨이 잠시 멎는 듯한 0.69초 정도의 시간을 느끼고선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봐도 명치가 박살나 꼽추처럼 허리가 굽혀지기 시작하는 듯한 그는

아무리 그 자신이 두 푸른 눈을 부릅뜨고 앞의 구릿빛 짐승 새끼를 노려보아도

결국은 그는 그에게 평생 동안 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뼈저리게 느꼈다.


"쿨럭...이상이 없...는 것 같지 말입니다."

"하여간 너 같이, 피부색도 머리통도 하얀 놈들이 꼭 있다니까?

올챙이 크림이 그렇게 좋아서 그거로 샤워까지 하나 보네 냅킨 새끼야?"


박철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릿빛의 짐승들은 모두 석킨 딕슨 조를 노려보며 비웃고 있었다.

공장 바깥쪽에서 흘러나오는 스퀘어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웨스트 코스트 붐뱁은

그의 더럽혀진 삶을 더욱 비굴하고 추악하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

'씨발...'


씨발, 딱 그가 속으로 되새김질할 수밖에 없었던 말이었다.

그냥 그러한 말 빼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구릿빛 세상 속 혼자만 새하얀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사는커녕 유약한 백지가 되어 그는 그 자신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상상을 하였다.

그런데 뭔지 모르게 좆같았던 자신을 찢어발기는 데에 그는 뭔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병신 같은 존재를 내가 직접 없애고 있는 듯한 사명감도 들고,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우러러보는 환상 속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엔

이미 그는 비굴한 미소와 함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능한 순간들을

1930년의 고물 영사기처럼 지직거리는 두통과 함께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공장에서의 작업이 끝나고 그는 다시 스퀘어를 침울하게 걷기 시작했다.

이명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귀가 이리 상태가 나빠질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다시 속으로 욕을 되새김질하는 하이얀 소는

언젠가 도축될 자신의 운명에 비웃음 한 발을 쏘아 쓰러뜨려 버리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던 순수도 자신의 조소에 쉽사리 쓰러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보면

그러한 순수가 구릿빛으로 더럽혀지고 있는가 싶으면서도 또한 끝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한심한 고민을

빨간 신호등이 멈추라고 손짓하는 듯 내치고 싶었지만

초록 라이트가 켜지면 어쩔 수 없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떠밀려 반대편으로 걷고,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기계와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할 뿐이었다.


구릿빛의 새끼들은 알고 있을까? 스퀘어 속의 음악은 그의 속을 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런 좆같은 삶 속 기합 넘치고 자신감 넘치는 멜로디와 가사들은 그를 광적으로 도발하고 있었다.

전우애와 도박에 관한 가사를 들을 때마다, 그 가사 한 마디 마디가 장전되어

그의 비참하고 금방이라도 멈출 듯한 심장을 관통하는 것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23살의 석킨 딕슨 조라는 하얀 인간은 구릿빛으로 가득 찬 도시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일상에 그는 질식을 느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정도였다.

울분과 분노가 뒤섞여 그의 혈관을 타고, 기도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역겹고 힘겹게 버텨온 고통을 토해내었다.


"씨바알!!!!!"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구릿빛 존재들의 어리둥절해하는 표정과,

그가 걷고 있던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스트레이프 패턴의 하모니가 아무 데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그의 극성을

조소하는 것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더욱 서글펐던 건, 석킨 딕슨 조 또한 그러한 비참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웨깅과 플렉스로 모두를 뒤흔들어 놓은 딕트로이트, 이름 그대로 좆같은 이 도시에서는

한 백색의 청년은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는 백탁색이 될 뿐이었다.

그는 백탁색의 올챙이 크림과 같이 그냥 내다 던져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포신 속에서 자리를 꿰차다 밖으로 뛰쳐 나가 버리고 싶었던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가 한없이 그 올챙이 크림 속의 작은 올챙이처럼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스퀘어, 사람들, 그리고 귀에 울려퍼지는 노래 가사마저 참으로 기합차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또 한 번, 아무도 이뤄 주질 못할 구원을 바라며 다시 걸었다.


집에 도착한 석딕조는 허탈감을 내쉬며 침대 위에 고스란히 놓여졌다.

여름철 해병 철판 아이스크림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그는 미칠 듯이 몰려오는 피로와 자괴감 속에서 눈을 감으려고 애썼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꿈 같은 생각을 하며

아쎄이폰의 이어폰을 귓구멍에 갖다 박았다.

전우애구멍보다도 훨씬 더 강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도 좋았지만, 그는 스퀘어 속에서 울려퍼지던 힙합을 들으며

좆같은 노래 속 좆같은 자신의 처지를 정당화하려고 노력 아닌 노력을 하고 있었다.


신난 듯 노래 가사를 중얼거리면서도 그는 뭔지 모를 박탈감이 느껴졌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는데 라는, 병신같기 그지없는 생각이었다.

또 한 번 그렇게 이어폰 속의 우월스러운 멜로디를 따르는

우악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본 석킨 딕슨 조는,

결국 아침에 몇 줄기 빛이 반사하여 보여 주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또 찾아올 끝나지 않는 악몽 같은 삶을 준비하라는 자신에게의 조소와 함께

그는 남모르게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더욱이 그러면서도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느껴 대는,

그것도 자신을 박탈시키는 '수준 높은 비웃음'에

그는 동조하며 흥얼거리고 있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렇게 그는 내일 따사롭고 눈치 없는 빛에 반사된 거울에 비칠,

또 한 명의 하이얀 병신을 마주할 생각을 하며 깊은 잠에 속절없이 빠져들어갔다.


그는 그저, 그 자신을 패배시키고 싶었다.

그에게서 승리를 따내고 또한 그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싶었다.

깊은 잠 속에서도 그는 무언가를 단단히 쥔 듯이 악력이 강하게 들어갔다.

스퀘어에서와 같이, 내가 이 세상을 잠깐 동안이라도 울리게 할 순 없을까 싶어

그는 꿈 속에서 마이크를 휘어잡고 가사를 외쳐 댔다.

이미 스테이지 안에 입성했고, 그는 입에서 전우애와 플렉스로 점철된 저급한 가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구릿빛 놈들은 모두 환호하며 그를 따를 뿐이었다. 계속해서...

그런 희열감은 어떤 느낌일까 싶으며, 아직 벗겨지지 않은 아쎄이폰의 이어폰 속에서

부질없는 희망만 그의 머릿속에서 되뇌이고 있었다.

그는 그저, 꿈에서 영원히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눈치였는지도 모르겠다.


검은 자들이 부르던 본토의 힙합은 무언가 그의 삶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2 Penetration, 오도리오스 B.I.G , 좆깐예 애액스트 등의 아티스트들을 언젠가 그는 TV로 시청하였던

기억이 어렴풋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유일하다시피 한 힙합 아티스트 '애액미넴'이 떠올랐다.

검은 포탄과 흙으로 만신창이가 된 전쟁터와 같은 삶 속에서,

그 아티스트의 존재는 석킨 딕슨 조의 그러한 삶에 내리는 눈과 같았다.

가사는 똑같이 기합차고 저급했지만 무언가 그의 목소리에서는 순수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그보다 더한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를 그는 하지만 프라이드가 가득해 보였다.


구릿빛의, 검은 아쎄이들을 동경하던 그는 스르륵 감기는 눈으로 저 멀리의 밀집구역 경계선을 바라보았다.

69마일 길이의 딕트로이드 경계선은 저 멀리 지평선처럼 뻗어 있었다.

광활한 선은 마치 딕트로이트 속 해병들의 기준을 판가름하고,

스퀘어 속 기계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시간을 절삭하는 듯 왠지 모르게 냉혹함이 느껴졌다.

민간 아쎄이들과 69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딕트로이트를 보며 또한 그는 느꼈다.

자신이 더욱이 이 세상 속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 또한 이 더러운 세상에서 계속해서 멀어지기를 바라는 암담한 현실마저.



이어폰에는 2 Penetration의 'Life Goes Odo' 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How many brothers fell victim to tha streets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거리 위에서 희생되었는지

Rest in peace, young faggot, there's a Heaven for a 'W'
편히 잠들길 젊은 친구여, 백인을 위한 천국도 있을테니

Be a lie, If I told ya that I never thought of death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한 적 없다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지

My Marins, we the last ones left, but life goes on...

형제들이여, 이제 우리만 남았군,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니...


그래, 이게 딕트로이트 사람들의 삶인 건가.

나의 삶을 구원해주지 않아도 된다마는 나는 나 자신을 이끌 수 없는 것일까,

석킨 딕슨 조는 자신이 마치 거세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무력한 그와 그의 주변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자원입대하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며 그는 웃어 보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금방이라도 찢어질 그의 입술은,

위태로이 그의 웃음을 겨우 붙들며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결국 그가 지니고 싶어했던 새하얀 눈과 같았던 그의 눈 속 흰자위에서 내리는

속절없는 빗줄기가 그의 입술을 적셔 줄 뿐이었다.


오늘도, 그렇게 그의 삶은 계속되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