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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의 어느 술집.


남루한 차림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온다.


"이태수 씨? 그리고... 최동석 씨?"


경찰의 말에 두 사내가 그를 올려다 본다.


이 두 사람의 정체는 각각 공군 부사관과 공군 병인 이태수 중사와 최동석 병장이었다.


"아, 문철준 서장님. 반갑습니다."


이태수가 환하게 웃으며 문철준과 악수를 나눈다.


문철준이 주변을 살피며 낮게 말한다.


"조금 있으면 근처 인력사무소에 당신네들 목표가 나타날거요."
"경찰은요?"
"다른 지구로 뿔뿔히 흩어 놓았소. 한 20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나타날 일은 없을거요."


문철준의 말에 이태수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석아, 가자."
"예, 알겠습니다."


이태수와 최동석이 술집을 나서자 술집 앞에서 담배를 태우던 사내가 그들과 합류한다.


이번 작전의 책임자인 탁노수 대위였다.


"이 중사님, 타겟의 위치는 어떻게 된답니까?"
"근처 인력사무소랍니다. 최동석 병장이 타겟과 접촉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최동석 병장, 명심해. 일단 족치기 전에 정보부터 알아내야 해. 생포를 최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보기와는 다르게 약삭빠르고 눈치 좋은 놈이야. 그 점도 유의하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최동석이 탁노수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뒤, 이들은 어느 인력사무소에 들어오고 최동석 병장은 구석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력사무소 앞에 왠 승합차 한 대가 나타나고, 조수석에서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내린다.


마치 불곰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였다.


최동석이 끼고있는 이어폰에서 이태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타겟, '김평걸' 입장.]
"확인."


무전이 끝나자 목표인 김평걸이 최동석에게 다가온다.


"그짝이 최동석인가?"


김평걸이 말을 걸어오자 최동석이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제가 동석이에요. 그런데 여기 어디에요...? 동석이 집에 가고 싶어요."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보이는 최동석의 모습에 김평걸이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형제도 없고, 연고지도 없다 혔으니 말이여, 병신 하나로 잘 골라 왔구마잉... 요번 자슥은 길들이기 쉽겄어."


김평걸이 승합차를 향해 손짓을 보내자 승합차에서 한 무리의 사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걱정 말어야. 인자부터 여그가 너희 집이니께 그렇게 알더라고. 인자부터 너그 이름은 대식이여잉. 새 이름 달고서 여짝서 새 출발을 하더라고."


김평걸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그의 뒷편으로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쓴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몽둥이와 밧줄을 꺼내든다.


"내일부텀 바로 일을 해야 하니께 너무 심하게는 만지지 말더라고. 적당히 말 잘 들을 정도로만 말이여. 알겄제잉?"

"알겄당께요 성님. 맡겨만 주씨요잉."


그렇게 시커먼 사내들이 하나 둘 포위하듯 최동석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작전개시.]
"확인."


무전기에서 탁노수의 작전 지시가 나오자마자 최동석이 재빠른 몸늘림으로 주변을 둘러싼 김평걸의 부하들을 쓰러트린다.


"어억!"
"끄어억!"


깜짝 놀란 김평걸의 부하 한명이 품 속에서 사시미를 꺼내 최동석에게 휘두르지만 최동석은 이를 가볍게 피하며 반대로 전기충격기를 꺼내 그를 제압한다.


"끄어어어어어!"


그리고는 재빠르게 김평걸에게 전기 충격기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어? 뭐야???"


눈 깜짝할 새, 김평걸은 바지가 의자에 걸려 벗겨진 줄도 모른 채, 빤스바람으로 승합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자슥들 뭐여?! 춘식이 자슥이 바깥에 연락을 넣었나?"


김평걸이 재빠르게 승합차의 운전석에 올라탄다.


그러고는 황급히 시동을 걸려고 하지만 키가 뽑혀 있었다.


"이거 찾니?"


뒷좌석 쪽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김평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이태수가 씩 웃으며 손가락에 키를 걸고 뱅뱅 돌리고 있었다.


"니미럴... 썅!"


김평걸은 황급히 차에서 내려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와, 저 새끼 저거 보기보다 재빠르네?"


이태수가 혀를 내두르며 김평걸의 뒷통수를 바라본다.


한참을 도망치던 김평걸이 근처에 있던 공중전화를 붙잡고 경찰을 부르려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화기는 모두 먹통이었다.


"웜마...! 요것이 대관절 무슨 일이랑가?!"

"탁 위님, 저쪽입니다!"

"이런, 씨부럴!"


아까 봤던 최동석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험악한 인상의 사내와 함께 나타나 자신을 쫓고 있었다.


"헉, 헉... 저 자슥은 또 뭐여? 우덜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은디?"


저들은 담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들며 자신을 추적해오고 있었다.


"저런 미친 자슥들을 봤나?! 나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일 듯이 뛰어오능가?!!!"

"김평걸, 거기 안 서?!"


김평걸은 황급히 자신의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는 다른 장소로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보이는 것은 길목마다 제압당해 쓰러져있는 자신의 부하들 뿐이었다.


"성태 동상, 만수 동상! 워찌 이런... 저 놈 새끼들 저거 정체가 뭐여...?!!!"


김평걸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김평걸의 머릿속이 하얘진다.


"저 자슥들, 외지서 온 경찰들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나그를 쫓아올 일이 없을건디...!"


지역 유지의 아들이자 후계자로써 무서운 것 없이 살아가던 김평걸은 난생 처음 생명의 위협이라는 공포감을 느낀다.


아니, 엄밀히는 두 번째이긴 하지만...


"김평걸, 포기하고 순순히 투항 해!"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자신에게 호통을 날린다.


"씨부럴것! 나가 순순히 잡힐 수는 없당께!!!"


일단 어떻게든 저들에게서 도망치겠다는 생각으로 골목 사이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중


-끼익! 쾅!
"어헉...!"


갑자기 왠 승합차가 튀어나와 김평걸을 들이받는다.


조금 전, 김평걸이 타고왔던 승합차였다.


이태수가 휘파람을 불며 운전석에서 내린다.


"잡았다, 요놈."
"어헉... 끄어어억!"


김평걸이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서 뒹군다.


어느 새 김평걸을 따라잡은 최동석과 탁노수가 김평걸을 붙잡아 승합차에 태우고는 유유히 신안군을 떠나간다.





어느 야산의 버려진 창고에서 끊임없이 비명소리가 새어나온다.


"뜨아아아악!!!!!
으허헉... 시방 당신들 뭣 하능것이여? 당신들 경찰이여? 경찰이면 민간인을 막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끄아아아아아!!!!!"


최동석이 승합차의 페달을 밟으며 지속적으로 베터리를 충전하고 이태수가 점프선을 이용해 김평걸을 지져댄다.


탁노수는 팔짱을 낀 채 무심한 눈빛으로 김평걸을 바라보며 말한다.


"자네가 협조를 하지 않으니 거칠게 나올 수 밖에.
그리고 우린 경찰이 아니라 공군이라네, '김평걸 해병 상병'."
"군바리였으야? 그라믄 더더욱 민간인들을 헤쳐서는 안되는... 으아아아아아악!!!!!"


이태수와 최동석이 계속해서 김평걸을 전기로 지져대자 탁노수가 손을 들어올려 중지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지금에서야 말해주는거다만, 저 두 사람은 굉장히 신사적인 사람이다.

차량의 연료가 떨어지고 베터리가 방전될 때 까지 널 기다려줄 정도로 말이지.

하지만 난 아니야."


그러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선...





토치를 꺼내들어 불을 피우고는 그 불꽃으로 담뱃불을 붙인다.


탁노수가 담배연기를 한 번 내 뿜고서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한다.


"그거 아나? 토치에서 일어나는 불꽃은 잘 보이지 않는 편이라 확인해보겠답시고 거기에 눈을 가져다 대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고는 하지.

눈이 끓어올라서 말이야."


탁노수의 눈빛을 본 김평걸은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으허헉... 당신네들 지금 이게 뭐 하는것이여... 이 대한민국에 법이라는 것이 있는디 워찌 나에게 이런당가?!"

"법? 니놈이 그걸 운운할 처지는 아닐건데?"


탁노수가 차가운 비웃음을 흘리자 김평걸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죄를 읊기 시작한다.


"나가 잘못했소잉! 외지인 여자를 데려다가 겁탈한것도 잘못이고 장애인들이나 무연고자들 가져다가 노예로 부려먹은것도 인정한당께요! 그니께 살려만 주시요잉!"


김평걸의 고해성사에 세 사람의 표정이 혐오감으로 물든다.


특히 최동석은 운전석에서 뛰쳐나와 스패너를 휘두르려고 했고 이태수가 간신히 최동석을 저지했다.


"야 동석아 임마, 진정해. 그러다 쟤 죽는다."
"저 짐승만도 못한 새끼 저거... 화가 안 나게 생겼습니까?!"


탁노수는 가만히 두 사람을 보다가 다시 김평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아까 말 했지? 저 두 사람은 신사지만...





난 아니라고."


동시에 탁노수가 김평걸의 가슴팍을 걷어차고, 김평걸은 의자에 묶인 채 뒤로 나자빠진다.


그리고는 의자가 부숴지도록 김평걸을 두들겨 패고, 그 때마다 김평걸의 비명소리가 튀어나온다.


최동석은 분노도 잊은 채, 입을 벌리며 그 광경을 바라봤고, 이태수는 아연실색하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한참 뒤, 탁노수가 김평걸의 머리채를 붙잡아 끌어 올리고는 그와 눈을 맞춘다.


"아직, 말할 기운은 있겠지?"
"..."


얼굴이 퉁퉁 부은 김평걸은 의식을 잃은 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탁 대위님, 저 놈 저거... 잘못된거 아닙니까?"


이태수의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탁노수가 피식 웃더니 근처에서 굴러다니던 토치를 다시 집어든다.


그러자 김평걸이 황급히 눈을 뜨며 말한다.


"그... 그러지 말아주시요잉! 마... 말 할 수 있당께요!"


탁노수가 이태수를 바라보며 씩 웃는다.


"이 중사님, 걱정 마십시오. 적당히 좀 만져줬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김평걸을 향해 말한다.


"김평걸 상병, 우리가 물어보려던 것은 그게 아니야.
그 얘기는 경찰서에 가서 마저 하도록 해.

일단 묻도록 하지.

김덕팔은 어딨지?"


그 이름을 들은 김평걸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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