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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책임과 대가는 누구에게 받을 수 있는 걸까. 병들을 보며 추상화된 그 질문은 곽말풍 중령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생각이 정리된 듯 보이는 표정을 한 곽말풍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해병대 사령부죠? ####대대 대대장 곽말풍입니다. 저희 부대에서 대형 부조리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령부의 수사를 요청합니다."



"네? 곽말풍 대대장님, 보고도 아니고 이렇게 갑자기 전화로 그런 중대 사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대장 곽말풍 중령님이 맞으시긴 합니까?"



갑작스러웠을 곽말풍의 통화에 사령부 요원은 당황한 듯 보였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이내 상급자를 호출하려는 듯 전화를 끊었다.



"그래... 상부에 대충 알려질 것 같군... 이미 일은 벌어졌다."



곽말풍은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개운한 입꼬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통화를 감청하던 인물이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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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병영내에선 황룡 해병이 무언가 매우 급하다는 듯 2중대 내무반으로 서둘러 달려가고 있었다.



"야, 2중대 쉐뱅이들아, 여기 손수혁 있냐?"



숨을 헉헉거리는 황룡이 2중대 1소대의 아쎄이들에게 질문하였다.



"악! 이병 탈구촌! 손 해병님께서는 내무반 옆의 화장실에 계십니다!"



"ㅇㅋ, 기합! 땡큐."



황룡은 겨우겨우 화장실로 들어가 손수혁 해병을 찾았다.



"야 수혁아! 여깄었구나."



"악! 상병 손 수혁! 무슨일이십니까 황룡 해병님!"



"지금 존나 급하다 수혁아 시발 큰일이라고 큰일!"



"무슨 일이시길래 그러십니까?"



화장실에서 볼일을 다 보고 손을 씻으려던 손 해병이 의아하다는 듯 황룡에게 여쭈었고, 이내 황룡은 수도꼭지를 틀려는 손 해병의 손을 내리치며 말했다!



"야! 물, 틀지마!!!!!!!!!!"



그러나 이미 손 해병은 다른 손으로 수도꼭지의 레버를 올린 뒤였고, 곧 수도꼭지에서 닝기리지랄썅내와 함께 녹물이 우르르 흘러나오는 것이였다!



"어? 이 이게 무슨..."



무언가 심상치 않음에 당황한 손 해병이었고, 황룡 해병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니까, 내가 틀지 말라고 했잖아... 어제 새벽부터 화장실에서 녹물이 마구 나오던데, 그 농도가 시간이 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것 때문에 과학을 조금 아는 너에게 물어보려 했던 것인데 말이지... 그래도 묻진 않아서 다행인것 같네.



"하하하 황룡 해병님, 걱정도 많으십니다. 오지에 위치한 병영에서 녹물이 나오는 게 뭐 대숩니까?"



"아냐, 이 녹물. 뭔가 이상해. 우리 내무반에서 근무중인 흑돌칠 이병 있잖냐. 그녀석이 급수대로 가서 물을 마시고 온다고 한 후 바로 기절해서 현재 의무실에 있어. 분명 그 물 말고는 멀쩡하던 성인 남성이 쓰러질 이유가 없잖냐."



"흠, 흥미롭습니다 황룡 해병님! 헌데 그러면 기절한 아쎄이들이 한둘이 아니여야 할 텐데요?"



"그러게, 아마 녹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아직까지는 그 수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고 본다 난. 아까 본부중대 화장실 보니까 거긴 녹물 안나오더라고."



"알겠습니다 황룡 해병님! 제가 몰래 반입한 화학장비 세트가 제 관물대에 있으니 일단 간단한 성분분석을 할 수 있을겁니다!"



"애무튼, 녹물이 방금 네 몸에 묻지는 않았겠지 수혁아?"



"하하하 물론입니다 황룡 해병님! 그렇다면 연구를 위해 조금만 물을 담아가 저희 내무반에서 같이 성분 연구를 좀 해 보죠."



"그래, 간만에 의대생의 화학 실력좀 보여줘야겠네."



물론 황룡은 모르고 있었다. 손수혁 해병은 화장실에 들어올 때에도 손을 습관적으로 씻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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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마갈곤 분대장님. 현재 곽말풍 대대장님께서 황근출 해병님을 병영 내 폭동으로 신고하여 해병대 사령부를 통한 외압수사를 하려 하신다는 겁니까?



"그래, 육고기 상병! 아까 대대장님이 연병장에서 통화하시는 내용을 쭉 들어보니 그렇더라고! 분명 폭동에 참여했던 너도 처벌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거야!"



곽말풍 대대장의 통화 내용을 가까운 거리에서 엿들은 마갈곤 하사는, 그 내용을 제대로 들었음에도 왜인지 멋대로 곡해하여 폭동에 참여했던 상병급 짬의 해병들에게 설파하고 있었다.



주계장으로 먼저 찾아가 진덕팔, 마철두, 국깍국, 자장형 해병들에게 거짓말로 선동을 마친 마갈곤은, 주계장 밖의 냉동창고로 찾아가 마지막 주계병인 육고기 해병을 설득하고 있던 중이였던 것!



"그렇다면 저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겁니까, 분대장님."



"간단하다! 내가 도와줄테니 주계병 너희들이 전부 몰려가 사령부의 수사를 방해하면 된다!"



"지금 저희더러 폭동을 한번 더 일으키시라는 것입니까? 이쯤되면 저희부대가 9시 뉴스에 나올것만 같습니다."



"그래! 이건 아무 문제 없는 폭동이야! 추악한 장교들의 부조리를 계속해서 막아내는 너희의 해병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이니까, 오히려 뉴스에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좋겠지 인마! 뭐, 뉴스에 나올 것까지도 없이 사령부 측도 너희를 이해해 줄 거야."



"...알겠습니다. 하사님. 사령부 측 인원들이 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래 인마! 잘 생각했다! 네 선임들인 덕팔이와 철두도 같이 항쟁하기로 했으니 나만 믿으라고!"



그렇게 병영내의 냉동고를 빠져나온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르르르... 뚜르르르르.... 철컥'



"넵, 최몽걸 소령님. 마갈곤 하사입니다. 현재 소령님을 처벌하려는 곽말풍 대대장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작전. 별탈없이 준비되었습니다. 같은 목적을 지닌 병들과 대대장을 이간질하려는 제 작전 천재적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수고했네. 자네는 작전이 종료되면 내 퇴원일만을 기다리며 편히 쉬도록 해. 내가 복귀하면 맹빈아, 황근출, 곽말풍 그 씨발련들을 전부 찢어죽인 후에 자네에게 보답하도록 하지."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응답하였다.



"감사합니다. 최몽걸 소령님! 마침 사령부에서 인원들이 도착한 것 같군요. 작전 속행을 위해 이만 끊겠습니다."



그렇게 두 간부의 비밀스러운 통화는 주차장 뒷편에서 종료되었고, 자리를 뜨는 마갈곤 하사 뒤쪽에 한 그림자가 비쳤다.



두 간부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 건 영창간 쾌 해병의 동기 말달필 해병으로, 주차장의 냥쎄이들에게 밥을 주러 왔다가 통화를 걸던 마갈곤 하사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자리에서 순간 긴장하여 몸이 본의아니게 얼어붙어 통화를 전부 듣게 되었던 것이였다. 그는 현재 자신이 방금 무엇을 들은 것인지 이해가 제대로 되지 못해 혼란에 빠져 있었다.



"뭐야, 마갈곤이 최몽걸의 수하였다는 거야?"



"그리고, 곽말풍 중령님께서 최몽걸 소령을 처벌하려 한다는 것은, 마음을 바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한 것이였던 건가?"



"그렇다면 병들과 대대장님은 같은 마음이신데, 이걸 마갈곤과 최몽걸이 이간질시키려는 것이구나...!"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사령부 인원들이 전부 도착 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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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대에 도착한 사령부 인원들. 김** 대령과 정** 중령, 그리고 병사 함복희 상병과 그의 휘화 분대원 풍만철, 굉재식, 갈심봉 일병까지. 2개의 레토나에 6명의 인원이 나누어 타서 도착하였다.



"이곳의 대대장이 직접 부조리 신고를 하다니... 세부 사항도 말을 안하고 말이지 참 신기할 일이야"



김** 대령이 레토나 문을 거세게 닫으며 말했다.



"어이 정 중령, 자네가 곽말풍 대대장과 아는 사이잖나. 뭐 짐작가는 일이라도 있나?"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그래, 일단 병영내로 들어가자고."



--- 정당한 복수 (9) 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