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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장으로 나온 공군출과 최동석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기훈단 시절에 친하게 지냈었고, 같은 자대로 배치받기도 했었지만, 전입 직후 터졌던 해병들의 비행학교 습격과 그 후유증으로 공군출은 얼마안가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고, 그렇게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서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솔직한 말로 공군출은 최동석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색한 침묵을 깬건 공군출이었다.


"저 동석아, 황가은 하사님 말이야... 혹시 비행학교에서 우리랑 같이 근무하셨던가?"


공군출의 물음에 최동석이 공군출을 빤히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그의 가슴팍을 툭 친다.


"이야~ 군출이 너, 황 하사님께 관심 있어?"
"..."
"말 없는거 보니까 맞는 것 같은데?
군출이 니 반응도 이해는 돼.
뭐, 우리야 서로 자주 보니깐 그런 식으로 장난도 치고는 하는데, 사실 황 하사님 어딜 가도 안 빠질 정도로 스타일 좋은 분이시긴 하지.
밖에서 번호 따려고 했던 남자들 모아보면, 비행학교 활주로에 꽉 들어찰걸?
그 중에는 너도 있고 말이지.
하하하하!"
"..."


공군출이 말없이 담배만 태우며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자, 최동석이 어색하게 말한다.


"어... 장난이야. 재미없었으면 미안하다."
"어? 아니, 아니야 그런거.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


계속 생각에 잠겨있는 황근출의 모습에 최동석이 얘기한다.


"군출이 니 입장에선 좀 애매하긴 한데...

근무 기간으로 치면 아주 잠깐이지만, 황 하사님과 같이 근무했던건 맞아.

황 하사님께선 그 일 직후에 해병놈들 조사차 비행학교로 전입을 오셨었거든.

근데, 너는 그 때 충격때문에 입실하고 심리상담 받고... 부대에 거의 없었잖아?

하여튼 넌 한창 그러고 있을 때 였을거야.

너 그러고서 얼마 안있다가 전출갔었잖아?

전출 가기 전에 오다가다 한두번 정도는 마주쳤을지도 모르지.

그 때 기억일 수도 있어."

"...그랬었냐?"


비록, 찝찝한 기분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공군출은 최동석의 말에 자신의 느낌을 어느정도 납득한다.


그 때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잊으려 했으니, 치료 도중 어쩌다 한 번 지나가다 마주쳤던 황가은을 본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론, 황가은 쪽에선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어쨌든 공군출과 최동석은 계속 담배를 태우며, 서로 떨어진 뒤,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뒤,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초저녁.


변왕추가 몸담고 있다는 전우회 연합회가 있다는 모 도시.


꽤 넓은 부지에 컨테이너들이 몇 층씩 쌓여있는 모습들과 군데군데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마을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고, 어떻게 보면 군 부대의 배치와도 유사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전우회의 부지가 훤히 보이는 근처 건물 옥상에 탁노수와 공군출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망원경으로 전우회 부지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었다.


"탁 대위님,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뿐입니다."
"그래 공군출 병장, 공식적으로는 현재 테러단체로 전락한 해병대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니 말이지."


그리고 공군출이 몇 마디를 덧붙인다.


"그런데... 아무리 부지가 넓다고는 해도 그런것 치고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듯합니다."

"그래, 자네도 느꼈군. 확실히 뭔가 수상하긴 해.
특히... 정문 역할을 하는 저 차단기는 첩보에 의하면 변왕추가 저기 나타나기 전에는 없었다고 하더군.

지역 주민들의 말로는 본래는 컨테이너도 두 개 정도 뿐이었고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서 쉼터 역할을 했던데다, 하는 일들도 그냥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정도였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부지를 늘리고 건테이너들을 갖다놓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결정적으로, 이 도시 자체가 지금 저 전우회 연합회의 영향 아래에 들어가 있다.

그 시기도 변왕추의 등장과 맞아 떨어지지."


두 사람은 정문의 차단기쪽을 바라본다.


정문쪽에서 경비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보다시피 아무나 들어가지는 못해.

그렇다고 몰래 들어간다고 쳐도 저 안 어디에 변왕추놈이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지.

더군다나 놈은 평상시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작전은 이렇다."


탁노수가 공군출에게 두 장의 사진을 건내준다.


각각 악마같은 인상을 가진 사내의 사진과 비굴하면서도 야비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의 사진이었다.


"첫 번째 사진이 주 목표인 변왕추의 사진이고, 두 번째 사진이 그 놈의 심복인 조봉삼의 사진이다.

조봉삼 녀석만이 변왕추에게 접근해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우린 그 녀석을 이용해 변왕추놈의 위치를 알아낸다."


그리고는 곧이어 조그마한 장치를 공군출에게 건낸다.


"그건 위치 추적기다.
녀석은 항상 변왕추에게 보고할 내용을 가방 안에 넣고 다니지.

공군출 병장 자네가 그 녀석에게 접근해 그 가방에다 위치추적기를 부착한다."

"알겠습니다."

"녀석은 변왕추에게 가기 전, 항상 근처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지금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우리쪽 요원이 위장 취업을 한 상태다.

암호를 대고, 그 요원과 접촉하고서 도움을 받아 일을 진행하도록.

명심해라.

이 도시 자체가 지금 저 놈들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 있다.

놈들의 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서 행동하도록."

"알겠습니다. 작전 개시하겠습니다."


탁노수의 지시와 당부를 들은 공군출이 건물에서 내려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채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간다.


잠시 뒤, 탁노수의 무전이 들려온다.


[조봉삼이 나타났다. 지금 카페로 향하고 있다.]


저만치 보이는 카페 입구 근처에 조봉삼이 보인다.


조봉삼이 카페에 들어간걸 확인한 공군출은 잠시 시간을 뒀다가 카페에 들어간다.


주문대에 서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빨간 머플러를 두른 젊은 남자였다.


주문대 앞에 선 공군출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말한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십시오."


이게 뭔 이상한 소리인가 싶은 주문.


"예,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주문을 받아든다.


잠시 뒤, 아르바이트생 아니, 잠복요원이 커피와 영수증을 내민다.


영수증에는 조봉삼이 앉아있는 위치가 적혀있고 공군출은 그 안내에 따라 조봉삼 근처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잠시 뒤, 주문대쪽에서 요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문번호 69번 손님, 계십니까?! 죄송하지만 주문에 착오가 생긴 듯 합니다!"
"뭔... 아이 씨..."


그 목소리에 조봉삼이 짜증을 내며 일어선다.


가방을 그대로 둔 채로였다.


공군출이 재빨리 조봉삼의 가방에 다가가 몰래 위치추적기를 심으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카페로 들어온다.


"어이, 조봉삼이!"


작은 덩치지만 날렵해보이고, 번들거리는 안경을 낀 사내였다.


그가 조봉삼을 부르자 조봉삼이 뒤를 바라본다.


갑작스런 인물의 등장에 기회를 놓친 공군출은 별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은 채, 그저 곁눈질로 두 사람을 지켜본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이 뭔가 심각해보인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불길함을 느낀 공군출은 주머니에서 도청장치를 꺼내들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어따, 박말광 해병님. 고것이 무슨... 그랄리가 읎을긴데.]
[그럴리는 무슨 이 흘러빠진 새끼야...! 조봉삼, 너 미행당한거 맞다니까?! 며칠 전부터 니 신상털고 다닌놈들 있다는거 몰랐어?]
[고럼 지금도 나그를 보고있는 잡것들이 있단 말이요잉...?]
[우리 계획 눈치까고 따라다니는 새끼들이 있어. 왕추에게는 나중에 가. 미행 붙은건 우리가 해결하지.]


그러고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을 나선다.


'이런 씨팔, 빌어먹을...!'


공군출이 속으로 욕지기를 삼키고, 같이 대화를 엿듣던 요원의 얼굴도 창백해진다.


걸렸다.


동시에 탁노수의 다급한 무전이 들려온다.


[긴급상황 발생!
카페로 전우회 자율 방범대 인원들이 접근중.
공군출 병장, 당장 거기서 빠져나와.]


그와 동시에 카페문이 열리고 해병대 전투복 바지에 세무워커, 붉은색 티셔츠에 빨간 팔각모를 쓴 한 무리의 사내들이 들어온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검문을 실시한다.


"신분증을 보여주시오."
"당신들 경찰이야?"
"우범자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말이지.
우린 이 지역 경찰들과 협력 관계에 있소.
그러니 신분증을 보여주시오."


자율방범대원들이 카페를 휘젓기 시작하자 잠입요원이 공군출에게 말한다.


"공군출 병장, 일단 화장실로 가서 거기서 빠져나가세요.
여긴 제가 맡죠."


그리고는 방범대원들에게 다가가 실랑이를 벌인다.


"이봐요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영업중인데, 손님들께 뭐하는 짓이에요?!"
"새끼... 너는 뭐냐?!"


그 틈을 타, 공군출은 카페 화장실로 들어가 창문을 통해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거리 곳곳에 전우회 자율방범대원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불시 검문을 하고 있었다.


[확실해졌군... 그냥 영향력만 행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장악했군.
이게 놈이 말했던 다음 계획인가?]


무전기 너머에서 탁노수가 침음을 흘린다.


전우회를 장악해 지역사회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위로 올라가 정상을 장악한다는 것은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다 중간에 걸릴 확률도 높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방식.


'결정적으로, 이건 황근출의 방식이 아니야.'


차라리 위험부담이 더 크고 불가능에 가까울지라도 급진적인 방법을 택할지언정, 이런 느긋한 방법에 기댈 인간이 아니다.


'변왕추를 만나봐야 한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공군출의 눈에 조봉삼이 들어온다.


공군출이 무전기에 대고 낮게 읊조린다.


"탁노수 대위님.
이 놈들의 진짜 목적은 이게 아닐겁니다.
계속해서 조봉삼을 추적하겠습니다."

[...안 돼.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일단 후퇴한다.]

"변왕추놈을 직접 만나야 합니다. 놈을 찾아내면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공군출!]


공군출이 통신을 끄고 자율방범대를 피하며 조봉삼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조봉삼이 후미진 골목길로 들어선다.


그렇게 조봉삼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왔냐?"


기다렸다는 듯, 바로 앞에 서 있는 번들거리는 안경, 박말광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공군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공군출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정신을 잃는다.












얼마 뒤, 공군출이 눈을 뜬다.


낡은 전등 하나만이 희끄무레하게 빛나고 있는 낯선 공간이었다.


공군출은 몸을 움직여보려 하지만 포박당한 채, 의자에 묶 꼼짝도 못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변 해병님, 여짝에 요놈이 저그덜 뒤를 캐고다닌 그 놈이요잉."
"우리 뒤가 아니라 니 뒤겠지, 뽕삼아..."


계속 쫓아다니던 조봉삼과 자신을 붙잡은 박말광,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녔던 목표 '변왕추'가 눈 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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