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전호후랑(前虎後狼)

게헨나 지하,

정보부 심문실 복도.


어두운 지하 심문실 복도를 지나가는 아코와 히나, 그 둘의 꽁무니를 좆는 황룡과 선생 그 뒤를 선도부원들이 뒤따른다.

황룡에게는 심문실을 빠저나오면서 지나친 복도지만 어째서인지 처음 와본 공간인 것 같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를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구해 주셨는데.. 이름 한 자 모르네요.."

선생의 기습적인 질문이었다.


"아.. 황룡..입니다. 그냥 황룡이라고 부르십쇼."


"선생. 선생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어색한 통성명 후 잠시 침묵.


"황룡 씨..."

"예?"


"황룡 씨는 앞으로 저와 같이 다녀야 할 겁니다."

"예 왜요? 왜 제가...."


"그야... 지켜드리고 싶으니까요... 저를 도와준 이상 황룡 씨도 해병 놈들과 척진 겁니다... 놈들은 저를 노리는 만큼 당신 또한 노리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저를 구해 주었으니 저도 당신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을 버리고 나 혼자만 잘 살겠다는 것은 인도(人道)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뭐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없네요..."

무덤덤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기쁨을 감출 수 없는 황룡이다.


'역시 사람은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는 것이로구나! 룡끼얏호우!'라고 속으로 외치는 기열찬 황룡이었다....


"여기입니다."

심문실 내부의 정적을 철처히 파괴하는 히나의 앙칼진 목소리

심문실 내부에는 두 해병이 고개를 푹 숙이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두 해병 고개를 든다.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쎈세이와 황룡을 바라보고서는 마구 달려오는 두 해병.


"황 병장님!"

"Y.Dragon!"


"...조용히 하고 있어"

빡깡!

"따흐앙!"

"Tahu Auch!"


개머리판으로 두 해병의 후두부를 가격해 두 해병을 침묵시키는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

곧이어 아마우 아코가 차트를 넘기며 두 해병에 관해 설명한다.


"여기 있는 노란머리는 석딕조, 발키리 공안국에서 받은 정보에 따르면 선생 납치 용의자 3명 중 한명이라고 합니다. 또 여기 있는 뚱땡이는..... 심동혁, 발키리 공안국에서 체포 및 조사 중에 있는 학생이라는데.. 왜 우리 학원 옥상에 있었는지..."


"잠깐만 학생이라고? 니들은 이게 학생으로 보이냐"

황룡,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학생들이 아니라뇨?"

선생이 되묻는다.


"이 녀석들은 학생이 절대 아닙니다! 인피(人皮)를 뒤집어쓴 짐승들이지...."

"학생이 아니라면.... 그럼 해병이란 놈들은 모두 다른 세상에서 온 어른인 겁니까?"

소라사키 히나, 그녀 또한 황룡에게 질문한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그럼 당신도...., 그 녀석들도 선생과 같은 어른인데.... 왜.... "

말끝을 흐리며 황룡을 처다보는 히나였다.

"그게 말이지.... 저기 '포항6974부대' 라는 곳에 잡혀가면 멀쩡한 어른도 괴물로 변한다고.. 나도 그놈들에게 1년 가까이 잡혀 있었는데... 겨우내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


한편 선생은 쓰러져 있는 해병들을 보며 곰곰히 생각한다.

'학생이 아니라 어른이라고? 그렇다면 그들은 키보토스 내의 존재가 아니야.... 그들은 이 세계 외부에서 찾아온거야.. 급하게 가야 할 곳이 또 생겼구만....'

놀라운 통찰력을 선보이는 선생이다.


그때였다.

기절해 있던 석딕조 해병님이 깨어나시는 것이었다.

"auch! 헤이! 살살 다뤄!"

썩딕조 해병님을 따라 기상하는 씹통떡

"따흐흑! 한대 더 떄려줘!"


소라사키 히나, 다시 한번 매서운 눈초리로 종말의 디스트로이어를 집어 들고서는 호랑이처럼 달려와 두 해병의 후두부를 압박한다.


"어어? 히나야 잠시만 난 이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어!"


"에? 선생님이 그렇다면야..."

압박을 풀고 두 해병을 정자세로 원위치시키는 히나. 다만 그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따흐흑 Oh! 쎈세이가 아닌가! 반갑다! 황근출 해병님이 오실 것이다!"

"황근출 해병님? 황근출 해병님이 오시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쎈세이! 황근출 해병님께서 너를 해병 성채로 데리고 가셔서 전우애를 통한! 해병정신을 주입할 것인!......"

"도저히 못 들어주겠어...! 그냥 선생을 가지고 나쁜 짓 하겠다는 거잖아!"

빡깡!

"따흐앙 ㅠㅠ"

히나, 엄청난 속도의 풀스윙으로 석딕조 해병의 안면을 강타해 그를 한번 더 침묵시킨다.


"나도 나도 한대만 더!"

빡깡!

히나에게 포상을 받는 씹통떡이었다.


지금껏 본 히나의 얼굴들 중 가장 화나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히나.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아..... 난 가봐야겠다...급한 일이 있거든! 황룡 씨 일단은 차에 타세요!"

급작스레 역돌격을 감행하는 선생 그리고 그를 쫒는 황룡과 히나, 아코 선도부원들이었다.

"아니! 같이 좀 가요!"

갑자기 달려나가는 선생을 뒤쫒아가는 황룡이었다,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선생과 황룡, 선도부 병력은 그들을 배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의 지프차에 탑승할 준비를 하는 황룡의 뒤로 아코가 다가온다.


viewimage.php?id=20bcc22febd73ba97cafc5&no=24b0d769e1d32ca73ce980fa11d028318bcc964a2550adfe9a320e1577e6db9c59d0a2a603b4b6785a5bb4b8c4034736ccba81c619e8eba192fb55f86cf5377f1d13


"당신.. 나좀 봐요..."

"아니 왜 또..."


아코, 황룡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선생이 당신 어깨 뒤에 있다고 해서 너무 우쭐하지는 말라구요. 나는 당신을 완전히 믿지 않아요....당신도 결국은 해병이니까요. 선생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때는 키보토스 전체를 상대해야 할 준비를 할 거에요."


아코의 따가운 충고? 라고 해야하나?

그러나 황룡.... 그녀의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자기 할 일만 하고서는 선생의 옆자리에 앉는다.

"이.... 이봐요!"

자신의 말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눈물까지 찔끔 나오는 아코. 귀엽다.

"아코...."

멀어져가는 지프차를 닭 쫒던 개 마냥 바라보는 아코에게 말을 거는 히나.

"앗! 선도부장님?"

다시 한번 크게 놀라는 아코였다.


"너는 황룡이란 사람이 의심스러워?"


"당연하죠...... 저 녀석도 해병 녀석들이랑 한패였는데... 선생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난 황룡이란 사람이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해, 저 사람이 그 괴물놈들과 같은 부류였다면 애초부터 선생을 살려 두지도 않았어..... 황룡이란 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해병들과는 달라. 아코"


"......"

아코 아무 말 없이 선생의 자동차가 떠난 자리만을 바라보고 있다.


키보토스 창공에 주황색 물감으로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노을을 감상하며 황룡은 사색에 빠져 있다.

대체 이 세계는 무엇인지.... 왜 그 파란머리 여자애는 날 그리 싫어하는지.


"황근출....해병.... 황근출...."

"아..! 황룡 씨는 황근출 해병이 누구인지 아세요?"

운전을 하던 선생, 황룡에게 갑작스레 질문한다.


"잘 압니다. 황근출은 포항 해병대의 대장쯤 되는 녀석이라고 할까요.... 모든 해병의 그의 통솔 하에 있습니다."

"역시나... 그 놈들... 포기하지 않았어..."


"포기하다니? 누가 포기를 한답니까?"

황룡, 선생에게 질문한다.


"해병들이요. 저는 해병들이 이 세계에 또 한번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놈들... 저 하나 잡으려고 거의700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투입했는데, 그놈들이 절대로 저를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말도 안돼.... 아니 그 놈들이 무슨 수로 다시 여기까지 옵니까?"

"아니. 그놈들은 반드시 올 겁니다."

선생...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이다. 황룡은 그저 말 없이 그를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초현상특무부


별빛이 키보토스의 창공을 수놓는 저녁의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마치 질식할 것처럼 짙은 인공 조명 사이를 헤집고 황룡과 선생,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초현상특무부 부실 내부로 들어간다.


수많은 학생들이 부실 내부를 어지럽게 동분서주한다. 어지럽게 움직이는 학생들의 군집 속에서도 눈에 쉬이 띄는 은발의 여학생. 아케보시 히마리


그녀는 선생을 알아보고 익히 인사를 건넨다.


1c88f412c9e176b16bbdc69528d52703119afa0bb664

"선생님... 이 시간에 어째서 찾아오신 겁니까?"

"아 그게 이번 해병 침공 사태 때문에 말이지..."

"마침 잘 됐습니다. 선생님께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 때문에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일단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히마리, 선생과 황룡을 빈 부실로 안내한다.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아 어두컴컴한 밀레니엄 학원의 부실, 히마리는 선생과 황룡을 암흑 속으로 안내한다.

에이미에게 사인을 주는 히마리, 사인을 받은 에이미는 빔 프로젝터의 전원 버튼을 켠다.

스크린에 입사되는 한 장의 사진.

a66d24ac3c17782a8a675c66f29f333801bb79a893928009560796ffc7

"이 사진은 우리 키보토스 바깥의 다차원 우주를 관측한 사진입니다. 여기 있는 보라색으로 빛나는 점이 우리 차원이고, 이 점에 매우 근접해있는 이 점은 해병들이 원래 있던 곳이라고 추정되는 차원-69 입니다." 히마리, 지시봉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이번 해병 침공 사태는 양 차원이 충돌하여 서로의 차원을 오갈 수 있는 '차원 중첩 상태'가 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관측한 바에 의하면 해병들이 출현한 시간과 차원 충돌이 감지된 시간이 거의 일치하니까요"

뭐....지금이야 다행스럽게도 우리 쪽 차원의 위치가 바뀌어서 차원 중첩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히마리. 그렇다면 두 차원이 다시 한번 더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나 돼?"


"차원 충돌 이전까지는 0.6974% 였습니다만... 차원-69의 다차원 우주 내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차원 벡터'의 변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확률은 89.2%......"

갑자기 말끝을 흐리는 히마리.. 뭔가 말을 이어나가기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게.... 차원-69가 이상합니다. 마치 우리 차원을 찾으려는 듯이..... 우리 차원 쪽으로 위치가 미친듯이 변하고 있습니다.... 차원 벡터의 변동이 이런 양상을 띄는 것은 한번도 관측된 적이 없는데.... 아마도 그쪽 차원에서 인공적으로 차원 벡터를 조정하는 듯 싶습니다...."


그랬다....... 저들은 키보토스에 또 한번 상륙하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