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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들이 둘러싸고있는 사령부의 본청 건물을 보며 이태수가 말한다.


"조용히 진행하기는 글렀지만... 그렇다고 놈들에게 빨리 발각되어도 좋을건 없어.
최대한 조용히 진입한다."
"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널려있는 잔해들을 이용해 해병들의 눈을 피해가며 본청으로 접근한다.


"입구에 두 놈, 그냥 지나가긴 어렵겠어.
조용히 접근해서 동시에 처리하자."
"알겠습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해병 두 명이 비명도 못 지르고 순식간에 제압당한다.


공군출과 이태수는 제압한 해병 두 명을 망가진 캐비닛에 대충 쑤셔박은 뒤, 본청 내부로 들어온다.


"아무리 길어도 10분이면 저 놈들 없어진거 알아챌거야.
최대한 빨리 찾아내자고."

"그건... 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오 썅...!"


이태수의 바람과는 다르게 본청의 폐허 내부에도 해병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우선 해병들의 시선을 피해가며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러고 중앙 계단의 아래쪽 공간에 숨어들었을 무렵, 문득 해병들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인다.


"뢰 해병님께서 말씀하신 명단이란게 대체 뭐랍니까?"
"잘은 모르겠다. 소문으로는 그 당시 아쎄이들 명단이라는 얘기도 있고, 기열처리시킨 놈들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솔직히 그런 내용들이라면 이렇게 눈에 불을 켜고 찾지는 않겠지."
"...참새들이나 땅개들이 알아낸다면 위험한 그런 내용들이라면..."
"아쎄이, 깊게 생각하지는 마.
그냥 우리는 지시 받은대로 그 명단으로 추정되는것만 찾아내면 되는거야. 일단 문서는 보이는대로 주워 담아."
"악! 알겠습니다."
"어쨌든 1층은 거의 다 뒤진것 같으니, 다음 층으로 이동하자고.
여기는 흘러빠졌던 '옛 시절'의 자료들 뿐이니까."


옛 시절의 자료라 하면 아직 해병대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던 시절의 이야기일 터.


이태수가 속삭인다.


"저 녀석들... 여기 사령부 점거하고서 그렇게 오래 사용하지는 못했다고 했었지?"
"그럴겁니다. 저 놈들은 일단 보이는대로 문서를 주워담고는 있지만, 여기에는 저희가 찾는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 해병들이 우르르 2층으로 몰려간다.


이태수가 몸을 일으킨다.


"어차피 여기는 뒤져봤자겠지? 지금 당장 별다른 수는 없으니 저놈들 뒤를..."
"이태수 중사님, 여기..."


공군출이 계단 밑 벽면쪽 무언가를 가리킨다.


"...소화전이잖아? 근데 이게 뭐 어쨌다고?"
"보통 소화전은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놔둡니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건 잘 보이지 않는 계단 밑에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그것도 자물쇠까지 채워서 말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듣고 보니..."


아무도 못 보는 구석에 설치된 자물쇠 채워진 소화전이라니.


확실히 수상했다.


이태수는 챙겨왔던 절단기른 이용해 자물쇠를 잘라낸다.


그렇게 열린 소화전 안에는 소방호스 대신 각종 문서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다.


두 사람은 문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오도체'로 쓰인 수상한 문서 하나를 발견한다.


"군출아, 이거.
여기 사람들 이름 적혀있고 위에는 그 이상한 글씨체로 뭐라고 적혀있거든?
이거 뭐라고 쓴거냐?"
"흠..."


공군출이 그 내용을 읽어본다.


하지만,


"저희가 찾는 문서임은 확실한 듯 합니다.
다만... 그 내용은 '반쪽'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거기에 적힌 내용은
<6974번 계획.>
<책임자 : 박철곤>
이라는 내용뿐입니다.
이 내용만으로는... 저 명단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기랄..."


목적 자체는 이뤘지만, 뭔가 허탕을 친 기분이다.


위험을 무릎쓴것 치고는 소득이 적다.


설상가상으로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야! 여기 입구 지키던 후달쓰 새끼들 다 어디갔어?!"
"뭐야? 여기 캐비넷에 이거... 어...?! 이런 씹!
침입자다!!!"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해병들에게 발각되었다.











이태수가 혀를 찬다.


"쳇! 조금만 더 늦게 걸렸으면 좋았을텐데...!
군출아, 일단 중요해보이는것만 챙기자."
"알겠습니다."


공군출은 메고있던 가방에 좀 전의 내용을 포함한 문서 몇 장을 집어넣는다.


"자, 군출아. 형이 지금부터 셋 까지 셀거야. 셋 세자마자 형 따라서 존나게 뛰는거다.
하나... 둘...

셋! 뛰어!!!"


이태수와 공군출이 중앙계단 밑의 공간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저기 수상한 놈들이 뛰어갑니다!"
"참새놈들이 분명하다! 잡아라!"


순식간에 본청의 입구쪽에서 해병들이 달려들어온다.


"저긴 안되겠습니다. 일단 2층으로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뛰어내리자는건 아니지...?"


공군출의 말에 이태수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얘기해보지만 공군출은 당연하다는듯 말한다.


"공군이 나는 걸 무서워하면 되겠습니까?"
"야 이 똘아이 새끼야!
나는건 비행기지 사람이 아니잖아!
그리고 나는것도 아니고 지금 뛰어내리러 가는거잖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출입구쪽으로 당당히 나가기에는 해병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두 사람은 별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간다.


한창 2층을 조사하던 해병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일단 두 사람에게 달려든다.


"아니, 이 놈들이 언제...?!!"
"일단 다른 일들 제쳐놓고 저 놈들부터 잡아!!!"


잘못하면 앞뒤로 포위될 수 있는 상황.


두 사람은 정면에 보이는 창문을 향해 내달린다.


"설마, 저 미친 참새놈들...!"


해병들이 경악한다.


그리고


-쨍그랑!!!

"이야아아아!!!!!"
"흐아아아!!!!!"


공군출과 이태수는 창문을 깨고 그대로 떨어져 바닥에 닿은 다음 몇 바퀴를 더 구르고서야 간신히 멈춘다.


"아이고, 나 죽네!
난 뛰어내리는 놈들 보면 이해가 안되더라...!!!"
"그래도 잠시동안 날아다녔으니 재미있지 않았습니까?"
"...지랄은..."


공군출은 가방을 고쳐멘 뒤,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제기랄...! 잡는 건 포기한다! 그냥 죽여버려!!!"
"""악!!!"""

-탕!
-탕!탕!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란다.


"으억...! 저 미친새끼들 지금 우리한테 총 쏜거야?"


그저 폐허만 뒤지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별다른 무기를 준비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아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린다.


하지만 사방에서 해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대로면 얼마 안가 저들에게 죽거나 '붙잡힐'것이다.


"잡히느니 뒤지고 말지...!"
"이태수 중사님!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공군출이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킨다.


해병들이 타고 온 붉은 승합차다.


공군출이 씩 웃으며 말한다.


"이 놈들, 남의 물건 훔치는데 도가 튼 놈들인데, 똑같이 해 주는게 어떻습니까?
저희라고 못할게 있겠습니까?"
"허어... 그래, 저걸 타고 싶진 않은데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네..."


두 사람은 간신히 총탄을 피해가며 승합차까지 도달한다.


승합차에 올라탄 공군출이 핸들 옆의 키홀 부분을 거칠게 뜯어내고는 시동기의 전선을 움켜쥔다.


해병들이 그 모습을 보며 외쳐대기 시작한다.


"저 참새놈들이 오도봉고를 긴빠이치려 한다!"
"전원, 사격 개시!"


해병들이 공군출과 이태수가 올라탄 승합차에 소총을 갈겨대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몸을 낮춘 채, 필사적으로 시동을 걸기 위해 노력한다.


"이 새끼 이거 완전 전문가네? 너 사회에서 뭐하다 왔냐?"
"보기엔 이래도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그 와중에도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다.


이윽고 시동이 걸린다.


"됐습니다!"
"이예~!!!"


공군출이 능숙하게 차를 몰기 시작하고, 이태수가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기엔 일렀다.


"야, 군출아! 이 차 더 빨리는 못 모냐? 저 새끼들 저거 벌써 쫓아왔다!"


그 짧은 순간에 해병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었다.


그들은 금방 뒤쪽으로 바짝 붙더니 총을 쏘기 시작한다.


"저 놈들이 못 쫓아오게만 하면 되는겁니까?"
"...뭐? 어쩌려고?"


공군출이 버튼 몇 개를 만지작 거리고는 래버를 당긴다.


그러자 승합차 위에 달려있던 크레인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뒤따라오던 트럭 운전석을 향해 집게를 뻗는다.


"따흐아아아아아!!!!!"


크레인이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운전병을 집어들자 운전자를 잃은 트럭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전복되었으며 공군출은 다시 버튼을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크레인이 집어들었던 운전병을 내팽개치듯 던져버린다.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을 추격해오는 트럭들과 승합차들을 크레인으로 공격해 그들의 추격을 따돌린다.


뢰존도가 확성기를 통해 외친다.


[저 비열하고 흘러빠진 참새 새끼들...!
다들 비켜!
내가 처리하겠다!]


그리고는 승합차의 선루프를 열고 위로 올라오더니 각개빤스를 내린다.


그 모습을 본 이태수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저 새끼 저거 뭐하냐...?"


어이없어하며 그 광경을 바라보던 이태수는 곧바로 경악한다.


"이런... 씨팔!!!"


뢰존도가 대전차포로 보이는 무언가를 꺼내들고는 자신의 포신에 장착한다.


[우리 해병대가 개발한 신무기 '자(지)블린' 대전차포다!
비열한 참새놈들아, 신무기의 첫 번째 실험 대상이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영광은 개뿔이! 그거 안 치워?!!!"


이태수가 악을 쓰지만 뢰존도는 그들을 향해 자블린을 조준한다.


사이드 미러로 그 모습을 흘긋 바라보던 공군출이 이태수에게 말한다.


"이태수 중사님, 꽉 잡으십쇼!"
"야, 형 죽을 것 같..."


공군출이 거칠게 핸들을 틀고 그와 동시에 뢰존도의 자블린이 발사된다.


공군출이 도로를 벗어나 숲 속으로 들어가버리자 자블린은 나무에 맞고 그대로 폭발한다.


[기열스런 새끼들... 탄 더 가져와!]


뢰존도가 난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블린을 발사하고 공군출은 신들린 듯 한 운전솜씨로 탄을 피해낸다.


공군출이 이를 악물고 표지판을 바라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곧 저편으로 공군부대 주둔지가 나타났고, 기다렸다는 듯 주둔지 내부에서 공군들이 무장을 갖추고 나타났다.


공군 지휘관이 부대원들에게 외친다.


"맨 앞의 차량은 아군이 타고있는 보호 대상이며, 맨 앞의 차량을 제외하면 전부 해병놈들의 차량이다!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발포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잠시 뒤, 차량들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공군들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뢰존도가 혀를 차며 말한다.


[칫, 비열한 참새놈들 같으니라고...
작전 실패다!
전원 역돌격을 실시한다!]


추격해오던 해병들이 차를 돌려 반대편으로 달아나고 그 모습을 확인한 공군출이 차를 세운다.


"후우... 간신히 따돌렸습니다."


이태수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공군출을 바라본다.


몰론 이태수 자신도 위급한 상황에서 거칠고 과격하게 운전을 하거나 그런 차를 타본 적은 많지만, 방금 처한 상황과 공군출의 운전은 지금까지 겪어왔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군출이 너, 그거 엄청 잘 타는구나..."
"보기보단 구조가 단순한 차량입니다.
몇 번 연습하면 더 잘 탈 수 있을겁니다."
"이젠 니 차 안 탈거야 이 새끼야..."









몇 시간 뒤, 택시웨이.


황가은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흠... 공군출 병장의 말대로, 이건 '반쪽짜리' 문서입니다.
명단에 적힌 이름들을 조사해봤지만, 의료계와 방송계 출신 사람들의 비중이 많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낸게 없습니다.

애초에 이 6974번 계획이란게 뭔지를 모르니..."


택시웨이에 침묵이 감돈다.


탁노수가 턱을 문지르며 말한다.


"놈들이 무모한 짓을 해가면서 지키려던 정보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그 정보를 알아낸다면, '황근출'의 다음 계획이 분명해질텐데..."


이태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거기서 확인 가능한 정보는 그것뿐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애당초 거기에 있던 정보가 그것 뿐이었으니 어쩔 도리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봤자 좋은 것도 없지요...
놈들이 다음 행동을 취하기 전에 그걸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탁노수가 눈을 지그시 감고는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무언가를 결심하듯 입을 연다.








엄청난 폭탄 선언을...












"공군출 병장과 제가 직접 '사령부'로 침투하겠습니다.

거기선 그 계획이란게 뭔지 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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