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역사와 역사가들의 사실 사이의 상호적인 지속작용이다.'

- 에도 오도 봉고 카 -

역사란 사실들의 나열이 아니다. 오도 봉고 카 해병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역사는 무엇인가? 무엇이 역사가 되는 것인가? 역사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매순간 찰나의 시간마다 사라진 과거에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의 어느 애매모호한 어느 한 지점에서 끝없이 시간과 공간 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던가. 오로지 지나간 것들만 알 수 있는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인식하고 규정할 수 있을까? 과거는 우리에게 그것이 있었다는 기억을 남긴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과거는 우리의 경험으로 인해 그것이 존재하였고 지금도 기록과 같은 것들을 통해 그것이 어느 시점에 분명히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과거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음과 동시에 현재를 빗대어 과거를 이해할 수 있다.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은 현재의 우리가 앎을 형성하기 위한 모든 방식을 통해 이해되고 나열된다.
그렇다면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기억할 수 없는 과거는 실체가 없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흔적'이라는 아주 모호하고 부정확하며 대담하면서도 수줍은 방식으로 말을 걸어온다고 생각해봄직 하겠다.

6924년 톤월 무일. 해병동산에 해병짜장보다도 더 짙은 어둠이 깔린 어두컴컴한 밤. 불침번과 경계병을 제외한 해병성체의 수많은 해병들(숙청 이후에도 용케 남아있는 기열 간부 찌끄레기와 당직 사관, 당직 부관까지)이 달콤한 꿈나라로 떠났다가 드림워킹을 시전하는 박철곤 해병님 단죄를 달게 받고 꿈없는 해병 혼수상태로 복귀하였던 그 시간. 기열 황룡이 있던 자리에 나타난 해병수육을 야참으로 맛있게 드신 황근출 해병님이 어제 아침 막 입대했던 아쎄이를 해병짜장보관소 5사로에 쳐박아놓고 다시 생활관으로 복귀하셨다. 울적한 기분과 공허한 마음을 다스리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마지막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 심신의 안정을 취하시려던 황근출 해병님의 머리속에 호랑이처럼 달려와 가슴팍처럼 내리꽂히는 불호령과도 같은 메아리가 있었다.


'..을 버려라'

"따흑!"

'..망을 버려라'

"따흐흑!"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정체 모를 외침에 황근출 해병님은 마치 공군 가위에 눌린듯 해병육수를 뿜어내며 해병 자세교정을 실시하고 있었다.


'..을 봤다면..을 버려라.'

"따따흐흑!"


웅장하고 거대한 외침같은 그것이 점점 선명하게 다가왔다.


'..을 봤다면 ..망을 버려라.'

"따흑! 따흐흑!"


그것은 소리 없는 외침이 아닌, 질끈 감은 눈 앞에 떠오른 어렴풋한 신기루와도 같은 과거의 잔상이었다.


"아쎄이! 이 교범을 봤다면 절망을 버려라!"

"라이라이 차차차!"


기합찬 기합과 함께 별안간 해병성채 17층에서 천지가 개벽될 만큼의 가공할 폭발이 일어났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무언가가 그 속에서 빠져나와 허공을 가로지르다 공간을 접고 구부리다 찢어버리고는 순식간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다음날. 6924년 톤월 톤일. 여느 떄와 같이 기열 참새의 습격에 대응하여 역돌격을 기합차게 성공하신 박철곤 해병님께서 대충 개박살난 해병동산과 해병성채를 보수하기 위해 차례로 복귀한 오도해병들과 함께 보수 견적을 위한 6.9초 전우애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아직까지 역돌격을 실시 중인 잔존 아쎄이들을 찾아내어 복귀시키기 위해 다시금 697.4번의 역돌격을 마치고 돌아오신 그 때.


박철곤 해병님께선 문득 전국 팔도 방방곡곡 중에서도 기열 참새 둥지에서 최대한 떨어진 지역으로 아쎄이 수색에 나섰을 때 보았던 것들과, 산넘어 바다건너 외국까지 역돌격을 수행 중인 아쎄이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한 번에 지구 1+2 바퀴를 돌고 돌고 또 돌아다녔을 때 보았던 풍경을 곱씹어보시기 시작했다. 텅 빈 땅개성채와 유령마을. 그 사이사이를 헤집으며 아쎄이의 덜익은 풋썅내를 추적하다 들어간 텅빈 군수창고.. 재고가 붕 떴는지 미처 소진조차 못하고 바닥 아래에 묻어놓은 탄약에서 해병 시즈닝을 추출하여 짜장에 버무려먹었던 그 때..
가 아니고, 훈련장 야외 짜장보관소에 숨어 숙성된 땅개 춘장을 줏어먹던 아쎄이를 회수하고 수색을 재개하던 그 때, 바로 그 때 보았던 텅 빈 땅개성채와 유령마을. 아무리 포항 아닌 강원도 소도시라지만 기열 싸제의 흔적만 남긴 적적하고 고요한 풍경은 가히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한 꼴이었다. 포항 바깥엔 긴빠이칠 땅개도 없다니 이 무슨 맥주와 짜장이 질질 샐 만큼 소름끼치는 상황이란 말인가. 안그래도 선탑 간부 역할로 동참하게 된 저번 입대 자원 모집 작전 때는 포항시에서도 자진입대를 권해볼 법한 민간인이 없어도 너무 없어가지고선 기어코 흥해에서 송라를 거쳐 죽장, 기계에서 다시 장기까지 빙 둘러가며 모집 활동을 이어가다 길을 잘못들어 감포로 빠져서는 울산까지 갈 뻔 하는 찐빠를 저지르지 않았던가. 하마터면 겨우 긁어 모은 아쎄이 527명과 함께 해병 참새 모이가 될뻔 했던 일이었다.


아쎄이 구출 작전을 마치고 돌아오신 박철곤 해병님께선 오침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멍하니 관물대를 바라보며 마음 한 켠에 자리잡은 정체 모를 어떤 걱정거리를 되뇌고 있었다. 사람새끼의 머리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수준의 해병 기억력으로 인해 생각이라는 것을 할 때마다 뇌는 과부하가 발생하여 뇌활동의 차단기가 내려가며 74초 동안 기절하게 되는 찐빠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생각의 흐름이 8.92초마다 끊긴다는 것까지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깊고 긴 사유를 이어가시던 박철곤 해병님은 이내 기적적으로 자신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던 어떠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호하고 어렴풋한 그것은 전우애 왕복운동만큼이나 끊임없이 되풀이한 의심과 탐구 끝에 차츰 뚜렷한 모습을 갖추고 박철곤 해병님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단어이자 개념으로 구체화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대 자원 부족'

입대 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왜냐하면 입대 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 입대를 권유할 기열 민간인이 없는 것은 자원 입대를 권유할 기열 민간인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대로는 안되기 때문이다. 포항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줄어들고 있다. 해병 부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자원 입대를 받아야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에서 안정적으로 자원입대를 받는단 말인가? 주변에 참새 둥지가 있는 지역에서 자원 입대를 받아야 하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땅개와 물개들에게서 아쎄이를 긴빠이 치면 되는 것인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다. 지금도 계속해서 적지 않은 땅개 부대가 사라지고 있는데 긴빠이 만으로 입대를 계속 받을 수 있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더 먼 곳으로 입대자 모집을 해야만 하는가? 그건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색기.. 긔아으압!!"


유치원생 보다 못한 빡통대가리였던 황근출 해병님 못지 않은 박철곤 해병님이 무려 기열싸제 '이성'적인 활동을 통해 초등학생 보다 약간 못한 수준의 '사유'를 해냄으로써 해병 저지능에 한층 가까워지는 장족의 퇴보를 이룩하셨다는 것이 박철곤 해병님 본인이 보기에도 너무나도 해병뿌듯하고 헤병자랑스러웠던 것인지 해병 언어체계가 고장나는 약간 소소하게 앙큼한 찐빠가 생겼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젖꼭지를 경련하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행복감에 취해 경기를 일으키며 기쁨의 춤사위를 뽑아내고 계셨다. 그러한 박철곤 해병님의 기괴한 모습을 본 해병들이 전우애를 중단하고 뱃속의 해병짜장을 공중에 띄운채로 분실할 만큼의 불가해한 속도로 역돌격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선두에 서서 역돌격을 실시한 출리탁세 해병이 외쳤다.


"따흐흑! 박철곤 해병님이 해병 무도병에 걸리셨따으항!!"


이제 막 해병짜장보관소 5사로에서 잠을 깨고 나온 기열 황룡이 생활관 출입문을 개박살내며 튀어나와 복도를 개시발곱창내는 아쎄이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욕지거리를 갈겼다.


"아~니, 시발 똥게이 새끼들 이번엔 또 뭔 개씹지랄인거냐?"


아쎄이들의 역돌격을 지켜보던 황룡의 콧구멍에 닝미기개씹창똥꾸릉내가 스며들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갑작스레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만, 저번에도 몇 번 그랬던 것 같은데 또 화장실에서 일어났다고? 분명 취침시간에 어디 안가고 그대로 잤는데?"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무작정 역돌격하던 아쎄이들이 바닥에 흥건하게 싸갈긴 해병짜장을 피해 걸음을 옮기던 기열 황룡이 박살난 생활관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고, 곧 평소와 다른 모습의 박철곤 해병님을 발견했다.


"뭔 씹. 박철곤이 너 임마, 지금 뭐하고 있냐?"


박철곤 해병님의 기이한 춤사위를 심상치 않게 본 기열 황룡이 몽키스패너를 꺼내 박철곤 해병님의 뒷통수를 후려쳤다.


"다흡! 다흐암!"

"이 새끼 왜이래? 야, 정신 좀 차려봐."


황룡이 수차례 연장질을 하고 나서야 박철곤 해병님의 해병지성이 잠시나마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해병 제정신을 되찾으신 박철곤 해병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기합찬 포신 찬바라로 기열 황룡을 해병 뒷고기로 만들어주었다. 사유와 탐구로 인해 손실된 열량을 뒷고기 수육으로 보충한 박철곤 해병님은 다시 생활관으로 들어온 황룡을 보자 크나큰 깨달음을 얻으신듯 말씀하셨다.


"황룡! 마침 잘 왔다! 너와 나 그리고 포항부대 모두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상담 해줄 수 있겠나?"

"뭐, 뭐!? 무 무슨 뭐가 있다고?"


그렇게 한동안 박철곤 해병님의 장광설을 들어본 기열 황룡은 이상하게도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마주한 것처럼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덜덜 떨리는 윗 전우애 구멍을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어.. 어어, 그, 그러니까 그게 니 머리속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거지?"

"그렇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쉬이팔.. 어디 말세가 다가오려는 건가 어째 좆병신 똥게이 새끼 머리통으로 그런 생각이 나올 수 있는거냐."

"새끼, 기열! 전우애인 형에 처하기 전에 어서 네놈의 의견을 꺼내 봐라!"

"그래 뭐,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걸로 얼마나 유지가 될 것 같냐? 근출이한테도 얘기 해보지 그러냐?"

"새끼! 기열! 기여얼!! 이토록 중요한 문제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건만! 어떻게 황근출 해병님께만 의지하려고 하는겐가!!"

"아니 시발 너 진짜 괜찮은거 맞냐? 어디 공군 애들한테 세뇌 당한건 아니지?"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박철곤 해병님의 사고와 언행에 기열 황룡은 더욱 더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기열 황룡도 이내 박철곤 해병님의 태도에 흥미가 생겼는지 좀 더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리 오래갈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 이유가 무언가?"

"우리 어디 한 번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이외에 다른 곳에서 아쎄이를 모은다면 어디까지 갈 건데? 북한, 중국, 몽골? 아니면 일본, 대만, 필리핀, 호주? 중동 거쳐서 유럽이랑 아프리카까지 갔다가 미국까지 갈거냐?"

"자원입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멀리 가든 상관없다."

"그딴 짓거리를 하면 외교 문제가 생길게 뻔한데 너네가 그걸 생각할 수 있을리 만무할테니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니들 수준에 맞는 문제만 얘기해보려고 해도 엄청 복잡해지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 거기까진 생각해낼 수 없었으니 어서 얘기를 해보게."


박철곤 해병님이 재촉하자 잠깐 생각을 정리한 기열 황룡이 대답하였다.


"쉽게 얘기해줄게. 그거 그냥 외국에다 선전포고 하는 거다. 너네가 만약 외국까지 가서 아쎄이 사냥을 한다 치자. 그럼 다른 부대 개병대 새끼들도 그렇게 할텐데, 걔네들이랑 싸우는게 감당이 되겠냐?"

"그건 아무 문제도 아닌 것 같다."

"거기다가 외국 땅개들이랑 물개들 상대도 해야할테고."

"기열 땅개 물개 따위 기합 짜세로 이겨내면 그만이지 않나."

"그래 뭐 걔네들한테 해병 정신이니 뭐니 주입하겠지. 근데 말이다.."

"그런데?"

"외국에도 해병대가 있는데 걔네들하고도 경쟁할거란 생각은 안해봤냐?"

"으아닛!?"

"선전포고라고, 전쟁 치룬다고. 단순히 '해병대'만 고려할게 아니라 이름만 약간 다른 해군보병이나 육전대 같은 애들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20개국 똥게이들이랑 붙어야 할텐데?"

"무.. 무슨!? 1+2+1+2+1+2+1+2+1+2+1+2+1+2개 나라에 해병대가 있었나!"

"걔네들 중에서도 너랑 같은 생각 해본 놈들이 없진 않을텐데, 왜 먼저 하는 놈들이 없을까? 왜 선빵치는 놈들이 없냔 말이지."


해병 수준에 맞춘 간단 명료하고도 단순한 수준의 반론으로 박철곤 해병님의 머리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고, 이내 생각을 마친 박철곤 해병님이 황룡의 물음에 답하자 기열 황룡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만큼 다양한 아쎄이들과의 기합찬 전우애도 나눌 수 있단 말이겠군."

"아니 뭐, 하아.."

"외국산 해병짜장도 어쨌든 해병짜장일테니 싸제음식은 아니니까 먹는덴 지장이 없겠군. 벌써부터 그 맛이 궁금해지는구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냐. 응?"

"아 참. 그렇지."

"하씨.. 이 새끼 머리가 어떻게 된 건 맞는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어정쩡하게 돌아가는거냐.."

"그럼 외국 아쎄이들과 잘 얘기해서.."

"안된다고. 걔네도 그 놈의 '자진입대'를 받아야할텐데 민간인들을 함부로 내주겠냐? 당장 뢰존도나 한라봉 같은 새끼들한테 걔네 쪽 민간인들 긴빠이한다고 얘기해봐라 무슨 반응이 나올지."

"미리 말해주고 긴빠이 치는게 어디 제대로 된 긴빠이인가?"

"말이 그렇다는거지. 얘기를 하든 안하든 결국 다른 해병대 놈들 몫을 긴빠이 하는 거잖냐."

"그럼 해병대가 없는 나라부터 가면 되는 건가."

"자, 좀 더 쉽게 얘기해줄게. 그러니까, 다른데도 공군은 있을거 아냐? 그래, 공군이 감시를 하니까 다른 나라 해병대도 그 짓거릴 못하는거지. 땅굴을 파던 뽀트를 타던 외국 나가서 자진입대를 받으면 그 나라 공군이 알아챌테고, 습격을 해오겠지?"

"따흑! 따흐흑!!"

"자 외국 원정이 별로 안좋은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하나, 외국 해병대 애들이 싫어한다. 둘, 그 나라 공군이 싫어한다. 그치?"

"따따르르흑! 한 번만 더 기열 참새 얘기를 꺼내면 가만있지 않겠다!"


어찌되었든 박철곤 해병님의 계획은 대충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그렇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좋단 말이냐."

"애초에 니들이 민간인들 납치도 제대로 못하니까 이 지경이 된거 아니냐. 적당히 데려올때야 별 탈 없이 되겠지만 허구한날 몇 천 명씩 잡아오려다가 찐빠내서 애꿏은 민간인들 죄다 수육 만드는데."

"그럼 지금까지 자진입대 받으러 가서 수육 보급만 해온게 찐빠였단 말인가?"

"뭐 그래 거기까지 생각할 수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야."

"내가 하는 찐빠는 작전이지만, 무모칠과 톤톤정의 찐빠는 명백한 기열 찐빠인 만큼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겠군."

"야 씹소리 그만하고, 그냥 근출이한테 얘기해서 그 놈의 마라톤 회의라도 해보는게 어떻겠냐."

"새끼 기열! 황룡 네 놈은 황근출 해병님의 꼬장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건 생각 못하는게냐? 내가 왜 이렇게 신중하게 행동하는지 조금도 생각 안하고 있었구나!"

"아니 그래도 사안이 보통 중요한게 아닌데 우리 둘이서 안되면 어디 톤정이 모칠이도 같이 가서 잘 얘기해보면 되지 않을까?"

"선임께 올릴 질문이 완벽하지 않으면 시도해볼 가치도 없다."

"아 뭐 그래 싫다고? 그럼 뭘 어떻게 할까? 해병대나 민간인이나 사람이 늘지도 않고 줄어만 가는데."

"자진입대를 거부하는 기열 민간인들을 수육으로 만드는게 문제가 아니라는건 알겠는데,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가?"

"와 쒸이푸럴. 존나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대충 뜻이라도 통하면 그만인 대화가 마무리되려던 찰나, 불현듯 황룡의 머리를 스쳐지나간 깜찍하고 앙큼한 생각이 있었다. 스스로 그걸 떠올렸다는 사실에 구역감이 올라왔는지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곧바로 박철곤 해병님에게 말을 꺼냈다.


"야, 정 안되면 그거라도 해보던가."

"무슨 소리냐?"


황룡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조리있게 설명해줘야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에 적지 않게 거부감과 후회를 느낀 듯 해병 미소를 활짝 드러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니까 육군 부대가 왜 해체되고 있는진 알고 있지? 인구감소 때문이잖냐. 대충 인구 감소가 왜 일어나는지는 알지?"

"민간인 아쎄이가 태어나지 않고 있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지금의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황룡."

"아이씨. 이딴 역겨운 방법을 내 입으로 설명해줘야 한다는게 존나게 기분 나쁘다잉?"

"잡소리는 그만하고 어디 얘기해봐라 황룡."

"애가 없어서 인구가 안늘고 있는데, 외국에서 데려오기엔 위험부담이 크니까. 결국 방법은 확실하잖아? 더 낳게 만들던가, 아니면 직접 낳던가."

"악! 그런 방법이!"

"근데 너네가 민간인들 임신 출산을 돕지는 않을테고, 거기다 포항부대 해병 임신도 내가 알기론 민준이 이후론 딱히 성공적인 케이스를 못봤거든?"

"아아.. 그건 또 그렇지."


기열 황룡은 자신의 기억속 희미한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한참을 해병 춤사위를 뽑아내다 마침내 핵심적인 키워드를 기억해냈는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야, 그 혹시 너도 그거 기억하냐? 그.. 무슨 책이었는데, 교양서적은 아니고 무슨 교범이었던 것 같은데.."

"교.. 교범!?"


'교범'이라는 단어에 박철곤 해병님은 심히 행복한 모습을 보이며 괴기스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범'의 정체를 떠올리려 노력하는 황룡이 해병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띏똵..띨따큷읍.. 긔그기기.. 따하하다다..따흐흑!"

"어어.. 무슨 교범이었지.. 애초에 교범이 맞긴 했나?"

"크흐.. 저, 저언..우으.."


흐릿한 기억 속 직쏘 퍼즐의 중요한 조각인 전우애 조각의 이빨이 교범 조각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맞다! 전우애교범!!"

"따핳! 크흡!! 끄어엉!! 해병! 전우애! 교오오범! 그렇다!! 해병전우애교범이었다!!!"

"그거다 그래, 해병전우애교범!!"


황룡과 박철곤 해병님이 '해병전우애교범'을 떠올린 그 순간, 잠깐이나마 해병성채 17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느껴지는 미약한 진동이 해병성채를 타고 해병동산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그거 지금 어디있냐?"

"음? 아.. 그러고보니 그게 지금 어디있지?"

"아 설마 마갈곤이 팔아먹은건 아니겠지?"


황룡의 주책에 미약한 진동이 일순간 6.974초 간의 지진으로 바뀌었다. 박철곤 해병님이 즉각 해병 칭찬으로 황룡의 대가리를 정겹게 다독여주자 기열 찐빠스런 지진은 이내 오도기합짜세 가득한 심장 박동과 같은 규칙적인 진동으로 바뀌었다. 원인 모를 지진을 해결한 1명의 오도해병과 1명의 기열 찐빠 해병은 왠지 모르게 중요한 물건이라 기억하는 '해병전우애교범'의 행방을 알아내기로 합의하였다. 박철곤 해병님은 마갈곤 하사를 찾아간 후 창고를 뒤져보기로 했고, 기열 황룡은 교범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알아보고자 1q2w3e4r! 해병을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좀 있다가 석식 먹고 정비시간에 보자잉."

"나는 지금 너무나도 흥분된다 황룡. 지금이라도 바로 전우애교범을 찾아내 네 놈과 전우애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다.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

"너나 나나 그게 뭔지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데 뭔 개소리야. 지랄 말고 찾아내기나 해봐라."


그렇게 그들은 전설의 해병 유물 '해병전우애교범'을 찾아내기 위해 기합찬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