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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의 개인정비 시간. 오늘도 늘 다를 바 없이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길 빌며 침상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황근출은 기어코 자신을 부르는 선임 해병들의 목소리에 화들착 정신을 차리며 식은 땀을 흘렸다.

황근출을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고있었던 선임들은 마침 옆 생활관에서 놀러와 다른 해병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있는 황룡을 가리키며 말했다.



"니 동기잖아? 가서 사나이답게 황룡에게 고백해봐, 어?"
"황근출 너 사실 게이라서 남자 좋아하잖냐? 대가리 걷어 차기 전에 고백하라고, 뭐해?"



사실 황근출은 게이가 아니었지만, 말 안 듣는 척이라도 했다간 선임들이 귀신같이 구타할 것이 뻔했기에 온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사색이 되어버린 연약한 황근출은 눈동자에 초점이 흔들리며 몸을 덜덜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야야, 우리가 좆근출 니같은 찐따에게 기껏 말도 걸어주는데 이정돈 해야되지 않냐?"

"뭐해 병신아? 그렇게 떨고 있지만 말고 황룡에게 고백 박으라니까?"



선임 해병들이 손을 올리며 또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황근출은 마지 못해 한창 떠들고 있는 황룡에게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래서 있지, 내가 휴가 때 술집에서 오지는 말빨로 여대생들을 싹 데리고 모텔로..."

"우, 우웅, 룡이야..."

"...응? 씨발, 뭔데?"



머뭇거리며 황룡의 곁으로 다가가자, 아니나 다를까 반사적으로 욕을 하며 뒤돌아보는 황룡.

황룡과 이야기를 하던 해병들도 킬킬거리다 황근출을 보자마자 표정이 싸해졌으니, 근출이는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난데없이 선임 해병 중 제일 덩치 큰 녀석이 다가오더니, 황근출의 어깨에 팔을 척 올리고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야, 들어봐! 우리 근출이가 황룡이한테 고백할게 있데!"

"뭐? 실화냐? 저 찐따가?"

"응응! 그치, 근출아?"

"우, 웅, 우잉... 근쭈리는 사실 아무 말도 안했..."



주변의 해병들은 일부러 내심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그 말을 들은 황룡은 얼굴을 더욱 찌뿌리며 황근출을 찌릿 노려본다.

그 눈빛에 황근출은 차마 용기를 내지 못 했다. 용기는 커녕 오금이 지려고, 또다시 울보마냥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버린 것이었다.



"씨발, 좆근출 이새끼가 나한테 뭐? 고백? 근데 왜 내 앞에서 울고 지랄인데!"


"와하하! 저 근출이 찐따새끼 또 운다!"


"우우웅... 근추리 안 우럭따..."



근출이는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아니, 자신은 죽고 싶은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매일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는 게 싫은 게 아닐까...



"씨발, 병신 근출이 새끼가 존나 질질 짜기만 하고 지랄이네!"


황룡은 답답했는지, 냉큼 황근출의 복부를 발로 팍 차버렸다.

황근출은 켁켁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황룡은 아랑곳하지않고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황근출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렸고, 그걸 본 다른 해병들은 좋다고 곁에서 응원하였다.



"야야! 저거 봐라, 근출이 새끼 또 처맞는다!"

"저 황근출 새끼는 대체 왜 해병대에 온 거냐? 에혀."

"룡이야, 더 때려! 좆병신 근출이 새끼 불구로 만들때까지 때려!"



같은 동기에게 맞는 것도 서러운데, 저항도 한번 못 해보고 맞기만 하는 황근출.


오늘도 다를 게 없었다.

매일, 매일 욕먹고, 맞고, 욕먹고, 맞고...



"이 씨발 좆같은 씨발근출 새끼! 나한테 고백?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좆병신 새끼가!"
"우, 우이잉... 그만 해, 룡이야..."



근출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구석까지 밀려나 눈물을 흘리며 구타 당하는 것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