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사람들은 차마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하던가?
민간인들이 귀신이나,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을 두려워 하듯 귀신 잡는 우리 해병들도 두려워 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는 공군이다.


우리 해병들이 언제부터 공군을 두려워했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해병이 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공군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그 공포가 어찌나 큰지, 공군이 아니라 공군을 연상시키는 새나 비행기 따위의 것만 보아도 우리 해병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칠 수 밖에 없다.
이는 아직 아쎄이에 불과한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왜 그럴까?
가끔 이 의문이 시도때도 없이 피어올라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 되곤 한다.
도대체 우리가 두려워 하는 공군은 무엇이란 말인가?
해병대 안에서는 이런 의문을 품는 것 조차 일종의 신성모독처럼 느껴지는 금기이지만, 나는 이를 알아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 내 의문을 해결할 기회가 찾아왔다. 공군의 습격이다.
흰 가면을 쓰고 기괴하게 비틀린 조류같은 존재들이 연병장을 헤집는다.
한 없이 든든하고 믿음직하던 선임들도, 해병으로 거듭난지 얼마 되지않은 후임들도 앞뒤 가릴 것 없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친다.
이는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으니, 본능적인 반응으로 놈들이 보이지 않는 창고 건물로 기어들어가 숨었다.


사방에 어둠 뿐인 구석에 웅크려 떨고있으니, 본능에 떠밀려 인지할 틈이 없었던 의문이 다시금 의식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끔찍한 상황이 그동안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던 의문을 해소할 유일한 기회인지도 모른다.
나는 떨리는 몸짓으로 창고 벽면에 나있는 작은 창문을 향해 나아갔다.


놈들 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상하게도, 공포보다 알 수 없는 친근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저놈들을 유심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던가?


내 눈빛을 의식한 듯, 놈이 나를 향해 점점 다가온다.
도망치고 싶다. 이대로라면 필시 놈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의식의 어떤 부분이 놈과 가까이 마주하라고, 도망쳐선 안된다고 열렬히 외치는 느낌을 받았다.


놈의 얼굴이 변해간다.
그와 나 사이를 가로막던 창문이, 벽이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주위를 뒤덮은 어둠이 서서히 오묘한 색으로 변해간다.
이제는 그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 사람을 알고있다. 어찌 알아볼 수 없었을까?
짙은 눈썹과 작은 눈동자, 이마에 난 점.
해병이 되기 이전의 나다.


그 모습이 한 없이 낯설다.
그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완전히 억압하여, 잊었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그 모든 시간들이 다시금 돌아와, 나의 일부가 되는 듯 했다.
미칠듯이 두렵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었다.


해병이 되었기에, 공군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다.
공군이, 내가 부정하려 애썼던 과거의 모든 순간이 두려워 나는, 우리들은 해병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내 앞에 낯선이가 내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나는 한 발짝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초청에 응했다.


나는 더 이상 해병이 될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