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연구의 길에 뜻을 품고 수학 교수의 길을 걸으려는 학생들이 많다.


누구나 알고있듯이, 교수의 길은 험난하다. 학부, 석박사, 그리고 몇년간의 포닥을 거치더라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 자리는 적은데, 매해 배출되는 박사의 숫자는 많기 때문이다.


너무 대충 분석하는것이라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예를 들어서 1명의 교수가 평균적으로 2~3명의 박사 제자를 배출한다고 하자. 수학과 대학원생이 많은 서울대학교의 경우 교수 1인당 배출하는 박사 제자들이 이보다 더 많을수 있고, 수학과 대학원생이 적은 다른 대학의 경우 더 적을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인구는 점점 줄게 되어있고, 국가 예산의 규모도 줄어들기 마련이기 때문에, 국립대 사립대 가릴것 없이 대학의 예산은 줄어들게 되어있기에, 교수의 숫자가 줄었으면 줄었지 더 늘어나지는 않을것이다. 이 가능성을 배제하고 편의상 교수의 숫자가 불변이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위의 전제들이 성립한다고 볼 때, 교수 1명당 2~3명의 박사 제자를 배출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그 2~3명의 박사 제자 중에서 단 1명만 교수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는것이다.






교수라는 직업이, 이런 현저히 낮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인생을 던져야하는 가치가 있는 직업인 것일까? 사람의 가치관은 제각기 다르고 여기서 어느 가치관이 옳고 그르다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직업의 의의를 (1) 경제적 목적, 그리고 (2) 자아실현과 명예의 두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교수의 길은 (1)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학부를 마치고 박봉을 받으면서 대학원생으로서 시간을 보내고, 마찬가지로 박봉을 받으면서 몇년간 포닥을 거치다가 낮은 가능성을 뚫고 빠르면 30대 초반, 일반적으로 30대 중반에 조교수에 임용되는데, 학부를 마치고 대기업 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동년배 친구들은 벌써 직장 내에서 직급도 꽤 높은 편이고, 그동안 쌓아둔 자산도 꽤 있어서 경제적인 부분에서 방금 조교수로 임용된 사람보다 여유가 더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조교수에 임용되었다고 큰 경제적 보상을 주는것도 아니기에, 이러한 동년배에 비해서 경제적인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는다. (다만, 대기업 직장인들은 더 일찍 잘리는 경향이 있기에 이 격차가 계속 유지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들, 예를 들어서 자녀의 교육비 문제, 부동산 구매 문제, 노후 걱정 등 또한 똑같이 겪는다. 지금 정년퇴임하시는 교수님들 세대라면 연금도 충분하기에 노후걱정이 덜하지만, 지금 교수에 임용되는 세대나 미래 세대들은 노후에 수령하는 연금의 양이 충분하지 않기에, 노후 대비를 꾸준히 해두어야 한다.



이제 (2)의 관점에서 보자. 교수라는 직업은 다른 직장에 비해서 상사의 압력 등이 덜하기 때문에, 이런 인간관계에서 오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뭐하다.)

연구와 강의를 업으로 삼는 직업이지만, 그 외에도 학내의 행정문제 등을 맡는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직장인의 삶보다는 시간적으로 여유롭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방만하게 쓸 수 있을정도로 여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분명 연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학자로서의 삶을 택했고, 따라서 연구와 경쟁을 즐기기 마련이지만, 연구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행복과 환희로만 가득차 있는것은 아니다. 중간에 연구가 잘 진행되다 막히게 되면 좌절도 겪게 되고, 정신적 고통도 얻게 된다. 연구가 잘 마무리되면 기분이 고양되곤 하나, 연구의 모든 요소를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는 취미로 수학을 공부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단순한 취미라면 중간에 막히거나 힘들면 하던것을 그만두면 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된다면 어려움에 닥치더라도 끈기있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 게임을 취미로 하는것은 즐겁지만, 그렇다고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게임을 하는건 마냥 즐겁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연구를 하게 되면 학자로서의 명예를 얻기에, 자아실현과 명예직으로서의 측면에서는 다른 직종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수라는 직업은 분명 다른 직업에 비해서 장점이 많은 좋은 직업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놓고 보았을때 그만큼 현저한 단점도 있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무조건 교수의 길을 걷는 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유일한 운명이라는듯이 생각하면서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자본인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한가지 가능성으로 제한해서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지, 설령 교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어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냥, 어디에나 있는 직업들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