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최근에 다음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밑의 글에서 등장하는 오류와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으면서도 이쪽으로 설명하기가 더 편할 것 같아서 (원보다는 직선이 식으로 쓰기가 편해...) 이 글에서는 아래 영상을 기준으로 설명하도록 할게.


극한과 관련한 문제는 직관적으로 그럴듯해보이면서도 역설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접근할 때 조심스러워야 해.

일단 '무한개의 호', 혹은 '무한계단 논법'이 틀린 이유를 세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어.

- 곡선의 길이는 그 곡선을 매개화하는 함수의 미분으로 정의된다.
- 함수의 수열 {f_n}이 어떤 함수 f로 수렴한다고 해도, {f_n'}은 f'으로 수렴할 필요가 없다.
- 따라서 매 단계의 계단의 길이(f_n의 길이)가 극한을 취한 후의 길이(f의 길이)와 같을 필요가 없다.

각 줄이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지금부터 설명해도록 할게.

1.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배운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식을 본 적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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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은 t에 관한 (piecewise-)미분가능한 함수 x(t)와 y(t)가 있을 때, t가 a와 b 사이일 때 점 (x(t),y(t)) 들의 자취로 표현되는 곡선 - 다른 말로는 (x(t),y(t))로 매개화되는 곡선 - 의 길이를 표현하는 식이야. 고등학교 및 대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구분구적법과 피타고라스 정리를 통해 증명하지. 기본적으로 우리가 물리적으로 보게되는 모든 곡선의 길이는 이 식을 통해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

이 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x(t)나 y(t)가 아닌 x'(t)와 y'(t), 즉 함수의 미분이 들어간다는 점이야. 곡선이 평행이동해서 x(t)나 y(t)에 상수만큼 더해진다고 곡선의 길이가 바뀌면 안 되겠지? 미분하면 상수항은 모두 날아가니 이런 걱정은 사라지겠지.

언뜻 보면 당연해보이는 이 관찰은, 무한계단 문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야.


2. 무한계단에서 잠시 벗어나서 조금 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볼게. 미분가능한 함수들의 수열 f_n(t)가 주어져있고, 이들이 모든 t에 대해 어떤 함수 g(t)로 수렴한다고 하자. 우리가 관심 있는 질문은 다음 질문이야. "미분한 함수들의 수열 f_n'(t)는 g'(t)로 수렴할것인가?" 보통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답은 '아니오'겠지? 실제로 다음과 같은 반례를 생각할 수 있어.

반례) 다음과 같은 함수열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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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함수는 -1에서 1까지의 값만을 가지므로, 샌드위치 정리를 쓰면 모든 t에 대해 f_n(t)가 0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즉, f_n은 상수함수 g=0으로 수렴해. 하지만, f_n을 미분한 식은 모든 실수 t에 대해 발산하지. 즉, 함수열이 수렴한다고 해도 그 함수열의 미분은 수렴할 필요가 없는거야.

무한계단 논법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각 단계를 매개화해서 곡선의 길이를 구할 때 우리는 그 매개화한 함수의 미분을 구할 필요가 있는데, 이 미분이 극한(대각선)의 미분값과 동일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거야.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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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거지.


3. 사족으로, 실제로 무한계단 논법의 각 단계를 매개화해보도록 하자. 영상에서는 계단이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내려오지만, 나는 편의상 좌하단에서 우상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매개화하도록 할게.

우선 0단계의 계단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매개화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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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구성이 귀납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귀납적으로 n단계의 계단을 매개화할 수 있어. 구체적으로는 다음 식을 얻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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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번째 계단의 처음 절반은 n번째 계단을 따라가되 속도는 2배 크기는 절반으로, 나중 절반은 시작점만 원점에서 중앙지점인 (2,3/2)로 바꿔서 얻은 식이야.

초기값 (x_0,y_0)를 넣어서 (x_1,y_1)이 실제로 두칸짜리 계단이 되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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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함수의 수열 {(x_n(t),y_n(t))}를 얻었어. 이 함수열의 극한은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 하지만 당연하게도 - , 다음 함수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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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보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x_n(t)와 x_∞(t) (혹은 y_n(t)와 y_∞(t))는 t가 t_k=7k/2^n꼴일 때 (단, k는 2^n보다 작거나 같은 음이 아닌 정수) 같은 값을 가지고, n을 충분히 키워주면 구간 [0,7] 안에 t_k들을 조밀하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지. 해석학을 배운 대학생이라면 엄밀한 증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이제 매개화한 식들을 통해 n번째 계단과 그 극한이 표현하는 곡선(대각선)의 길이를 구할 수 있어. x_n과 y_n의 식이 복잡하기 때문에 계산이 더러울 것 같지만, 우리가 필요한건 x_n과 y_n의 미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계산이 깔끔해져. 예를 들어 위에서 구한 x_1과 y_1을 미분해보면, 각 부분구간(subinterval)에 대해 x_1'과 y_1'이 1과 0의 값을 번갈아가며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이것은 임의의 n에 대해서 항상 참이고, 따라서 n번째 계단의 길이 L_n은 7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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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계단함수들의 극한이 표현하는 곡선의 길이는 다음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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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_n이 L_∞로 수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각 과정에서의 계산은 매우 명백하고, 답도 우리가 예상하던 것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어.


4. 이 문제는 학부 해석학 수준의 간단한 문제이지만, 이런 지식에 접근할 기회가 별로 없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나름대로 풀어 쓴 글이야. 어떤 조건 하에서 정리나 등식이 성립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틀린 논증을 보았을 때 어떤 부분을 지적해야하는지 알 수 없게 돼. 세팅을 따지는 것이 피곤하긴 하지만, 그것을 완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깨달음과 통찰이 수학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 이 글이 이 문제에 관심 있던 사람들에게 나름의 즐거움을 줬으면 하면서 글을 마치도록 할게.


추가) 한편으로는, 구분구적법과 피타고라스 정리를 통하여 '곡선의 길이를 적분식으로 정의'한다고 생각하면, '무한계단 논법'과 같은 역설을 배제해주는 장치로 이해할 수도 있어. 수학에서 사용하는 정의들은 이후 논리의 전개를 매끄럽게 하기 위해 고심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일환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