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되었든 인간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문제에 맞는 언어, 도구(들)을 발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도구의 성질 때문에 다음과 같은 명제들이 성립한다.

"문제는 도구에 선행한다."

"좋은 도구는 그 도구에 대응하는 문제에 꼭 들어맞는다."


현대 수학을 공부하는 우리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그 문제가 이미 인류 역사 오래 전에 해결되었고,

우리는 이 문제의 해결 도구와 그 도구의 사용 방법만 책, 논문으로 보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문제는 (거의) 없고 도구만 주어진 상황'이다.


베틀을 예로 들어볼까.

베틀의 정의와 사용 방법을 글로만 읽고 내가 직접 옷을 만들 수 있을까?


이왕 베틀을 제대로 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베틀이 나오게 된 시대적(물리적) 배경을 알고(ex. 그 당시에 옷감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재료들을 어떤 수준으로 가공할 수 있었는지)

베틀이 없을 때에 비해서 있을 때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글로만 이해하는 것보단, 직접 베틀을 이용하여 옷 만드는 장면을 직접 보는 게 베스트다.

요즘은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드니까 이를 유튜브로 대체해야겠지만.


현대 수학의 개념들은 베틀보다도 훨씬 더 구체적인(타 전공 학생들 : ???)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도구들이다.

베틀보다도 훨씬 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수학에서 어려운 점은 도구들의 역사적 동기와 지금 그 개념을 배우는 이유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 발명되었던 그 이유가 아닌 다른 측면이 훨씬 재조명받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망치로 조잡하게 비유하자면 처음에는, 그리고 지금까지는 못 박는데 유용하다는 이유로 쓰였지만, 먼 미래에는 다른 이유로만 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개념을 배운다면 "본인 나름대로" 이 개념들이 어떤 측면에서 유용한지 아주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책 읽고 연습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른 과정이다.

윗 단락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라는 건 없어서(물론 "설득력 있는" 복수의 답들은 있다), 좀 고통스럽겠지만 말이다.

이를 위해 주변에 수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많이 만들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게 어느 정도 정립이 되면 도구들에 익숙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증명과 문제 풀이가 훨씬 편해질 것이다.

결국 증명, 연습 문제들도 그 과목에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와 큰 흐름 속에서 맞닿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