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델 떡밥의 질문자 태도가 많은 사람들 보기에 좀 거슬릴 수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질문자의 태도나 수학적 문해력을 차치하고 (다시 말해 입델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질문을 시작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말하는 바에 일리는 있는 부분은 있다고 생각함
입실론-델타 논법을 도입해서 해결하는 의의는
'x->a로 다가갈 때 f(x)->L로 다가간다'라는 "잘못된 관념을 퇴출"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다가간다'라고 말할 때 가지는 직관을 논리적, 정량적으로 포착하는 것에 가깝다고 봄
실제로 입델이 등장하기 전까지 100년도 넘게 미적분을 "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함
다가간다는 직관만 가지고도 논의를 할 수 있지만 그게 엄밀한 수학적 토대 위에 올려지지 않았을 뿐
입델만이 올바른 극한이고 고등학교의 극한은 모두 거짓이다! 라는 주장은 그래서 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페아노 공리계 같은 걸 도입하기 전에 우리가 해온 덧셈은 그럼 모두 사이비인가?
입델의 가치는 그 (짧다면) 짧은 정의가 우리가 '다가간다'라고 이야기할 때 가지는 머릿속의 직관적인 개념을
얼마나 정확하고 효율적이고 엄밀하게 기술하느냐에 있다고 봄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가 입델을 처음 배울 때 그 천재성에 감탄하는 것이고 바로 그 점이 정확하게 입실론-델타를 "수학"으로 만드는 것임.
이것을 글쓴이는 '다가간다'는 직관을 입실론-델타를 이용한 교묘한 말장난에 "숨긴" 것 뿐이라고 느끼는 듯하지만,
아마 대부분 수학의 practitioner는 이 '다가간다'는 직관을 입실론-델타를 이용해 너무나도 명료하게 "드러낸" 거라고 느끼겠지.
이런 관점의 차이가 떡밥을 길게 끌고 있는 듯하고, 이건 명백하게 수학적인 논의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함. 그냥 그러려니 해라.
'x1과 a의 차이보다 x2와 a의 차이가 더 작을 때, f(x1)와 L의 차이보다 f(x2)와 L의 차이가 더 작다.'만으로는 실함수 극한을 올바로 정의할 수 없어. 그래서 "x가 a에 한없이 가까워질 때, f(x)가 L에 한없이 가까워진다."라는 진술이 함축하는 바는 사실 우리 예상보다 더 많아.
근데 하나 생각해 보자. 자기 스스로 엡실론법(epsilontics), 다시 말해 극한의 엡실론-델타 정의를 이용하는 수학적 분석법을 생각해 낸 사람 있어? 다른 사람이나 학습 자료의 도움 없이? 아마 적을걸? 그래서 내가 다른 정의를 만들고 그것과 엡실론-델타 정의의 논리적 동등성을 증명하려 한 거야.
이때 자신이 새로 만든 정의가 극한의 직관적 이해를 잘 반영한다는 확신이 안 들면 다른 정의를 만든 보람이 없지. 그런 확신이 적어도 자신에게 들어야 돼. 새 정의를 만든 뒤에는 이것이 엡실론-델타 정의와 논리적으로 동등함을 증명해야지. 이에 대해 하나 더 말할게.
https://m.dcinside.com/board/math/36851?headid=&recommend=&s_type=subject_m&serval=%EB%8F%99%EB%93%B1%ED%95%9C
내가 만든 이 정의가 엡실론-델타 정의와 똑같지만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엡실론-델타 조건을 성립시키는 실함수가 조임 경계를 가짐을 증명해 봤어? 그걸 증명하고 나서도 둘이 '겉보기에 별로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앞서 말했듯이, 극한에 대한 비형식적 진술은 생각보다 암시적으로 함축하는 바가 많아.
이 때문에 난 누군가 "극한의 엡실론-델타 정의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라고 말할 때, 이 사람이 엡실론-델타 정의를 충분히 고찰하고 그런 말을 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어. 정의를 풀어 낸 수식의 문자적 의미 말고, 직관적 의미 말이야.
이 사람이 총명해서 그렇게 말했는지 판별할 방법이 있어. 극한의 엡실론-델타 정의에서 몇 가지 간단한 정리를 스스로 이끌어 낼 수 있는지 관찰하는 거지. 이 사람이 그러지 못했다면? 고찰이 부족한 거야. 일종의 비약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지.
간단하게 말하면 쟤가 아직 그냥 수열의 극한 또는 극한과정이랑 함수의 극한값을 구분을 못하는거. 뭘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일단 좀 어설픈 수준이고 내 경험상 굳이 저런 메타적인 종류의 논의를 하면 수학자마다 죄다 견해가 다른 부분으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수학자들도 괜히 여러 사람 앞이나 논문에서 저런 말 안하는게 아님.
커뮤라고 해서 크게 다를건 없다고 봄
그리고 저런 종류의 글은 퇴고를 많이 하지 않는 이상 거의 대부분 글 자체가 엉성할 수 밖에 없음. 자신이 의미하는 바를 남들에게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건 물론이고 글 자체에도 모순점이 있기 마련임. 하물며 커뮤에 그냥 날림으로 쓴 글은 어떻겠어.
그리고 사실 입델 같은 정의들도 그 개념이 모호한 상태에서 저런 종류의 논쟁을 최대한 방지하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상태로 이끌어내려고 만들어진것임. 그러니까 입델을 먼저 잘 이해하고 그다음에 메타적인건 자기랑 의견이 맞는 사람이랑 이야기하거나 자기가 알아서 혼자 객관성에 주관을 얹는 느낌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됨.
남들은 다 그런식으로 해 나가고 있는데 그걸 굳이 자신이 대단한걸 깨달았다는 느낌으로 떠벌리고 다니거나 남한테 설교하듯 말하는건 아직 뭘 모르고 있다라는 소리 듣기 딱 좋지.